고고학적 발견

'왕좌의 게임' 붉은 결혼식에 영감을 준 스코틀랜드 학살 현장, 드디어 발굴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원작자 조지 R. R. 마틴(George R. R. Martin)은 스코틀랜드 글렌코(Glencoe)에서 벌어진 실제 학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시즌 3의 충격적인 '붉은 결혼(Red Wedding)' 장면을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  붉은 결혼식에 영감을 준 스코틀랜드 학살 현장, 드디어 발굴되다

글렌코 계곡은 맥도널드(MacDonald) 씨족이 참혹하게 몰살당한 비극의 현장입니다.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붉은 결혼식'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3의 아홉 번째 에피소드인 카스템레의 비(The Rains of Castamère)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에드뮈어 털리(Edmure Tully)와 로슬린 프레이(Roslin Frey)의 혼인 잔치가 한창인 가운데, 손님으로 초대받았던 스타크 가문의 주요 인물들이 주최 측 병사들에게 학살당하는 소위 '붉은 결혼식'으로 에피소드가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잔혹한 이 장면은 감독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심지어 원작자 마틴조차 훗날 "집필한 것 중 가장 고통스러운 사건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또한 이 장면을 쓰면서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글렌코 학살입니다.

 왕좌의 게임  붉은 결혼식에 영감을 준 스코틀랜드 학살 현장, 드디어 발굴되다

추모비가 세워진 글렌코 학살 기념비. 출처: Philippe Clément / BELGA MAG / Belga / AFP

배신으로 끝난 학살, 그 생생한 기록

이 역사적 비극은 1692년 2월 13일, 스코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글렌코 계곡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계곡에는 여러 작은 마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알래스테어 맥아이언(Alistair MacIain) 대장이 이끄는 맥도널드 씨족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맥아이언 대장은 다른 모든 씨족과 마찬가지로 윌리엄 오브 오렌지(잉글랜드의 윌리엄 3세) 국왕에게 충성 서약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절차가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국왕이 정한 기일인 1692년 1월 1일까지 서약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수습될 즈음, 경쟁 관계에 있는 씨족 출신 로버트 캠벨(Robert Campbell)이 이끄는 병사 120명이 글렌코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병사들은 세금 징수를 위해 왔다고 밝혔고, 스코틀랜드의 전통적인 환대의 예법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정중히 맞이했습니다. 그들은 무려 15일 동안 계곡의 마을들에 머무르면서도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월 13일 아침, 메이저 R. 던캔슨(Major R. Duncanson)이 서명하고 스코틀랜드 장관 및 국왕 본인의 승인까지 받은 명령에 따라, 하룻밤을 함께 보낸 손님들은 맥도널드 씨족 남성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그 결과 최소 38명의 남성이 새벽에 살해되었고, 집에서 쫓겨난 여성과 아이들은 언덕으로 피신했지만 많은 이가 혹한에 노출되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례 없는 발굴 조사

안타깝게도 캠벨 부대에 의한 사상자의 정확한 수는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학살은 스코틀랜드인들의 집단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지만, 정작 비극이 일어난 현장인 '클라칸(clachan)'이라 불리던 작은 마을들은 오랜 세월 초목에 덮이고 침식되면서, 그리고 이 지역에서 오래 이어져 온 양 목축의 영향으로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다행히 1750년경 제작된 지도 하나가 이러한 클라칸 일곱 곳의 위치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 지도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연보호 단체인 스코틀랜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Scotland, NTS)의 의뢰를 받은 고고학자들이 해당 지역의 발굴 조사에 나섰습니다. 조사는 수년간 진행되어 왔으며, 2019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습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주택 3채, 헛간 여러 채, 그리고 곡물 건조 시설까지 성공적으로 발굴해냈습니다.

NTS는 발굴 조사가 종료될 무렵이면 당시 주거 환경의 일부를 복원하고, 맥도널드 씨족이 학살당한 지역의 지형과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조지 R. R. 마틴의 주목을 끈 또 다른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1440년의 '검은 만찬(Black Dinner)'입니다. 이 사건에서 더글러스(Douglas) 씨족의 여러 인사들이 에든버러 성에서 열린 만찬에 초대된 자리에서, 스코틀랜드 국왕의 지지 세력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붉은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환대의 자리에서 벌어진 배신과 살육이라는 공통점이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