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년의 세월을 지닌 신석기 시대의 돌 가면
2018년 11월 28일, 이스라엘 고대유물 당국은 예루살렘에서 약 9,000년 전에 만들어진 희귀한 석회암 가면을 공개했습니다. 이 유물은 인류가 사냥과 채집 중심의 삶을 벗어나 정착 생활을 시작하던 '농업 혁명' 초기와 맞닿아 있으며, 그 시기에 발전한 조상 숭배 의식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국은 이번 발견의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며, 발견은 몇 달 전에 이루어졌다고만 설명했습니다. 가면은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의 이스라엘 정착촌 프네이 헤베르(Pnei Hever) 근처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웨스트뱅크는 이스라엘이 50년 넘게 점령해 온 팔레스타인 영토로, 고고학적 발견물의 소유권을 두고 양측이 대립하는 문제 역시 오랜 분쟁의 한 단면입니다.
산책자가 발견한 가면
당국 소속 고고학자 로니트 루푸(Ronit Lupu)에 따르면, 이 가면은 신석기 시대 초기 유물로 한 산책자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2018년 초 가면의 존재를 파악하고 발견자를 추적해 끝내 가면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가면은 분홍빛과 노란빛이 도는 석회암을 정교하게 다듬고 닦아 만들어졌습니다. 루푸는 "만든 기법이 매우 자연스러워서 볼 부분과 코가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며, 눈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입에는 이빨까지 새겨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이것은 매우 희귀한 가면으로,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이 35년 전이다. 하지만 특별한 점은 출처를 알고 있고 고고학적 맥락도 확인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11월 28일 예루살렘에서 공개된 약 9,000년 된 희귀 돌 가면 ©AFP - GALI TIBBON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가면은 유대 산지와 유대 사막 일대에서 약 15점이 알려져 있지만, 그 대부분은 세계 각지의 개인 소장품으로 흩어져 있으며 출토 맥락이 명확히 확인된 것은 단 두 점뿐입니다. 이번 가면의 출토지에서 발견된 부싯돌 도구를 통해 가면의 연대는 약 9,000년 전, 인류가 농경과 가축 사육을 시작하고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로 측정되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다' 특별전
2014년에는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이러한 가면들을 모은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유대 사막 구릉지대에서 발견된 12점의 신석기 가면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습니다. 일부는 1983년 사해 위 절벽의 나할 헤마르(Nahal Hemar) 동굴에서 오페르 바르요세프(Ofer Bar-Yosef)가 진행한 발굴 조사에서, 다른 일부는 헤브론 인근 호르바트 두마(Horvat Douma)에서 출토된 것들입니다.
각각 2kg에 달하는 이 '석화된 얼굴'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구멍이 파인 형태와 크게 벌어진 입 등 다양한 표현이 있는가 하면, 해골을 연상시키는 형상도 있습니다.
영성과 조상 숭배가 폭발적으로 발전한 시기
이스라엘 박물관 선사시대 전문가 데비 허슈먼(Debby Hershman)에 따르면, 이 석회암 가면들은 조상 숭배 의식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가면의 가장자리에 뚫린 구멍들은 착용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발견된 가면 역시 측면과 상하에 구멍이 있는데, 루푸는 개인이 직접 착용하기보다는 장대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전시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 가면은 신석기 시대 집단의 정신세계에 속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일부 가면에서 안료의 흔적이 검출되어, 채색하여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국 보도자료에서 인용된 연구자 옴리 바르질라이(Omry Barzilai)는 이 시기에 영성과 조상 관련 의례가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설명합니다. 사람 형상을 한 조각상, 석고를 덧씌운 두개골, 돌로 만든 가면 등이 그 증거라는 것입니다. 한편 루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발견자의 신원과 당국이 가면을 확보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