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170년 만에 공개된 HMS 테러호 잔해 사진… '시간이 멈춘 배'의 내부가 밝혀졌다

캐나다 북극에서 신비롭게 사라진 영국 탐사선 HMS 테러호가 승무원들에 의해 버려진 지 170년이 넘은 후,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잔해 사진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진 속 배 내부는 놀랄 만큼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극지 탐사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였던 이 원정의 진상을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170년 만에 공개된 HMS 테러호 잔해 사진…  시간이 멈춘 배 의 내부가 밝혀졌다

영국 탐험가 존 프랭클린(John Franklin)의 배였던 테러호는 1846년 캐나다 최북단 연안에서 좌초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2019년 8월 28일 공개한 잔해의 첫 번째 이미지입니다.

테러호는 1845년 대서양과 태평양을 북극해로 잇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를 찾아 영국을 떠난 존 프랭클린 탐사선의 두 척의 배 중 하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혹한에 발목을 잡은 탐사대원 129명은 1년 반 동안 얼음에 갇혀 지낸 끝에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통조림 용기에서 비롯된 납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하의 물속에서 펼친 잠수 탐사

미국 드라마 〈더 테러(The Terror)〉의 소재가 되기도 한, 극지 탐사 역사상 최대 참사의 경위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같은 항해에 동행했던 또 다른 배인 에레버스호(HMS Erebus)는 2014년 인근 해역에서 먼저 발견된 바 있습니다.

잠수 요원과 캐나다공원관리청(Parks Canada)의 무인 잠수정 로봇이 촬영한 영상에는 배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흔적이 거의 온전한 채 남아 있었습니다. 테러호의 잔해는 2016년 누나부트(Nunavut) 준주 캠브리지베이 동쪽, 북서항로의 킹윌리엄섬 앞바다 수심 24m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굴 프로젝트를 이끌고 무인 잠수정 파일럿을 맡은 고고학자 라이언 해리스(Ryan Harris)는 보도자료를 통해 "HMS 테러호를 탐사하는 동안 마치 승무원이 최근에 떠난 배를 들여다보는 듯했고, 시간의 흐름을 피해온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팀은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물속에서 로봇 투입 7회를 포함해 총 48차례 다이빙을 감행했고, 그 결과 선체 하부 갑판의 90% 이상을 담은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해리스에 따르면 테러호는 해저에 용골을 대고 똑바로 안정된 자세로 가라앉아 있었으며, 프로펠러가 그대로 남아 있고 닻은 올려져 있는 등 배가 질서 있게 조기에 버려졌다는 점을 시사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선장 프랜시스 크로지어(Francis Crozier)의 침실 위에 쌓인 퇴적물 덕분에 선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연구진은 이곳에서 과학 기구와 해도가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닫힌 문 때문에 선장의 개인 숙소만은 아직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차가운 물과 퇴적물이 지켜준 밀봉된 기록 문서를 찾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해리스는 기자회견에서 "글 기록이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건의 연대기, 두 배가 언제 갈라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곳까지 도달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70년 만에 공개된 HMS 테러호 잔해 사진…  시간이 멈춘 배 의 내부가 밝혀졌다

영국 탐험가 존 프랭클린의 배로 1846년 캐나다 최북단 연안에서 좌초된 테러호 잔해의 첫 공개 이미지. 캐나다 정부가 2019년 8월 28일 공개했다. (Parks Canada/AFP – 라이언 해리스)

철판으로 강화한 선체, 그리고 1859년의 메시지

테러호와 에레버스호는 얼음에 대비해 철판으로 강화한 선체와 증기 기관을 갖추고, 3년 분량의 물자를 싣고 영국을 출발했습니다. 프랭클린의 미망인 제인 부인(Lady Jane)이 후원한 구조 탐사선은 1859년 킹윌리엄섬에서 이 미스터리의 일부를 밝혀주는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그 기록에 따르면 프랭클린 본인은 1847년 6월 11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망했으며, 생존자 105명은 1848년 4월 22일 배를 떠나 얼음 위를 걸어 육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그중 살아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번 고고학 조사는 이누이트 단체들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는데, 세대를 거쳐 전해진 그들의 구전 증언이 잔해의 위치를 찾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북극 이누이트 공동체는 테러호 유물의 공동 소유주이기도 하며, 이 유물들을 가장 먼저 직접 볼 권리를 갖습니다. 참고로 1905년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이 처음으로 북서항로 횡단에 성공했을 때도 킹윌리엄섬 인근 얼음 속에서 두 겨울을 보낸 바 있습니다.

해리스와 그의 팀은 내년 현지로 돌아가 특히 크로지어 선장의 선실을 탐사하는 등 조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는 "아직 지도에 없는 마지막 이 공간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