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아프리카 밖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 사용 증거, 스리랑카 동굴에서 발견

선사시대 인류가 활과 화살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발견 장소는 남아시아 스리랑카의 열대우림 속 동굴로, 그 연대는 무려 4만8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 밖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 사용 증거, 스리랑카 동굴에서 발견

스리랑카 파히엔 레나(Fa-Hien Lena) 동굴에서 출토된 골제 도구와 원숭이 이빨로 만든 송곳, 화살촉(약 4만5000~4만8000년 전)

약 130개의 골제 화살촉에서 사냥 흔적 확인

'화살 한 발 그 이상의 의미'……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 옛 이름 실론(Ceylon) 서부에 위치한 파히엔 레나 동굴에서는 아프리카 밖에서 확인된 것 중 가장 오래된 활 사냥의 흔적이 발굴된 것으로 밝혀졌다.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MPI-SHH)와 호주 그리피스 대학, 스리랑카 정부 고고학국 소속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뼈를 깎아 만든 촉 형태의 유물을 통해 초기 활·화살 사용의 증거를 제시했다. 이 유물들은 붉은 단색(오크레)으로 칠해진 구슬, 옷을 만들기 위한 가죽 가공 도구, 그물 엮는 도구 등 풍부한 유물들과 함께, 4만5000~4만8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고고학적 지층에서 발견됐다.

아프리카 밖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 사용 증거, 스리랑카 동굴에서 발견

스리랑카 파히엔 레나 동굴에서 발견된 뼈 도구, 이빨, 조각된 화살촉(오른쪽 아래). 출처: Langley 외

1980년대부터 후기 플라이스토세(홍적세) 인골 화석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칼루타라(Kalutara) 지역의 이 거대 동굴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 중 하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충격 자국과 파손 흔적이 남아 있는 약 130점의 투사체 촉을 수집했다. 공동 저자인 미셸 랭글리(Michelle Langley)는 이 균열들이 "사냥으로 인한 손상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멧돼지·사슴·영장류 등의 뼈로 깎아 만든 이 화살촉들은 현미경 검사를 통해 홈 자국과 사용에 따른 마모 흔적이 드러났다.

아프리카 밖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 사용 증거, 스리랑카 동굴에서 발견

파히엔 레나 유적의 위치가 표시된 스리랑카 지도. 오른쪽은 동굴 내부와 유물이 발견된 구역. 출처: Wedage 외

수렵과 전쟁을 함께 바꾼 혁신, 활

활과 화살의 발명은 구석기 시대 수렵 사회를 바꿔 놓은 위대한 기술 혁신 중 하나였다. 인간은 몸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갈 필요 없이 각종 먹잇감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큰 육상 동물이나 수생 동물은 물론, 열대지방의 원숭이처럼 나무 위에 사는 작은 동물, 그리고 숲 천장(캐노피) 높이 앉아 있는 새들까지 사냥 대상이 되었다. 물론 이 무기는 식량 확보를 위해서뿐 아니라 전쟁의 무기로도 쓰였다. 그렇다면 활은 언제, 어느 시점에 발명되었을까? 이 질문에는 아직도 확실한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밖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 사용 증거, 스리랑카 동굴에서 발견

리비아 사하라 사막 아카쿠스(Acacus) 산지 와디 아우이스(Wadi Aouis) 유적 벽화에 그려진 궁수. 필립 로이(Philippe Roy), 오리마주/AFP

6만4000년 전 남아프리카 시부두 동굴이 현재까지 최고 기록

오늘날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활·화살 사용 증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부두(Sibudu) 동굴에서 나온 것으로 약 6만4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밖에서도 유럽, 특히 이탄지(늪)에서 활과 함께 보존된 화살이 발견된 바 있다. 독일 슈텔무어(Stelmoor)에서는 약 1만2000년 된 이런 무기의 유물이 발굴됐으나, 안타깝게도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되고 말았다.

더 오래된 사례로는 그라베티안기(약 2만9000년~2만2000년 전)에 다수 발견되는 잘게 떼어 낸 돌날, 이른바 미크로리스(microliths)가 있다. 이것이 활과 화살의 잔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는 온전한 형태로 남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1991년 파리 베르시(Bercy) 유적 발굴 과정에서 세느 강변에서 주목나무로 깎은, 기원전 4600년경의 활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아프리카 밖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 사용 증거, 스리랑카 동굴에서 발견

오늘날 나미비아의 산(San) 수렵채집민. 출처: AFP

어쨌든 활과 화살은 대부분 나무·힘줄·섬유처럼 썩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파히엔 레나에서 발견된 작은 뼈 화살촉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발견이다. 오늘날에도 아마존, 남아프리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의 많은 인간 집단은 여전히 활과 화살로 사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