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000년대 초, 이집트 대피라미드가 세워지기 훨씬 전의 아일랜드.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 이미 근친상간을 통해 혈통을 이어온 강력한 엘리트 계층이 섬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아일랜드 통로무덤 위로 별들의 궤적이 그려진 모습.
누이와 함께 태양을 되살리는 왕, 전설 속 진실
11세기 아일랜드 설화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무덤 짓는 왕'이 매일 자신의 누이와 잠자리를 나눔으로써 태양의 순환을 다시 시작한다는 내용입니다. 과연 이 오래된 민담에는 어떤 역사적 진실이 담겨 있었을까요? 실제로 아일랜드의 유명하고 웅장한 고분에서 발굴된 남성 유골은 5,000년 이상 전에 근친상간 왕조가 실재했음을 시사합니다. 이 성과는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주도로 진행된 고고학자·유전학자 공동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습니다.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무덤에 잠든 근친상간 인골
뉴그레인지(Newgrange) 통로무덤 중심부에는 한 성인 남성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기원전 3200년~3000년경에 축조된 뉴그레인지는 이집트 대피라미드보다 수백 년 앞선 건축물로, 20만 톤이 넘는 흙과 돌을 쌓아 만든 거대한 선사시대 분구(墳丘)입니다. 유럽에 남아 있는 유적 가운데 가장 장관을 이루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더블린 북쪽 브루나보인(Brú na Bóinne) 유적지에 조성된 세 개의 대표 고분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뉴그레인지의 내부 매장실. 사진 출처: Ken Williams, shadowsandstone.com
무덤 안쪽으로는 좁은 통로 하나가 매장실까지 이어집니다. 이 내부 공간은 일 년 중 단 하루, 겨울지점(동짓날) 아침에 불과 몇 분 동안만 떠오르는 태양빛에 비춰집니다. 통로 끝 매장실에서 가장 정교하게 꾸며진 벽감에서 발견된 이 인골은 매우 특이한 유전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연구의 제1저자인 라라 캐시디(Lara Cassidy)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인간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각각 하나씩 게놈 복제본을 물려받는데, 이 개인의 복제본 두 개는 극도로 유사했다. 이는 근친번식의 명확한 신호다"라고 밝혔습니다. 분석 결과 이 남성의 부모 간 근친계수는 25%로, 형제자매 간 또는 부모와 자식 간 결합에서 나타나는 수준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는 합스부르크 왕조 마지막 군주 카를 2세에서 관찰된 것과 같은 기록적인 수치입니다. 즉, 뉴그레인지 남성의 부모는 남매 관계이거나 부모와 자녀 관계였던 것입니다.
반 천년을 이어온 '신격화된 왕' 엘리트
유전자 분석만으로 두 관계 중 무엇이 맞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구진은 형제자매 간 결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1차 근친 결합은 생물학적·문화적 이유로 거의 모든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으며, '왕실 근친상간(royal incest)' 또는 '왕조 근친상간(dynastic incest)'이라 불리는 극히 드문 현상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견은 이 장엄한 기념물과 연결된 엘리트가 왕조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상간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스코틀랜드의 고고학자 앨리슨 셰리던(Alison Sheridan)은 네이처에 실린 논평에서 "고대 이집트, 잉카 제국, 고대 하와이의 통치 엘리트들도 훨씬 후대에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정치 지도자의 신격화와 함께 나타나며, 대개 통치 가문에 국한된다.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 이들은 사회적 관습의 구속에서 벗어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저자인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의 유전학 교수 댄 브래들리(Dan Bradley)는 "이 남성의 무덤이 지닌 위상을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용인된 결합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극단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엘리트에게 자격을 갖춘 배우자는 가족 구성원뿐이었음을 말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이 이 남성과 전국 각지 통로무덤 유적 출토 유해들 사이의 방대한 먼 친족 관계망을 확인하면서 당시 사회상도 점차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슬리고 주(Sligo)의 카로모어(Carrowmore)와 카로키일(Carrowkeel) 거대 묘지를 포함한 여러 유적에서 그의 친족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뉴그레인지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두 개의 대형 통로무덤 유적에서도 그의 친족들이 확인되었습니다. 캐시디 박사는 "최소 반 천년 동안 섬 곳곳의 엘리트 매장지에 접근할 수 있었던 강력한 확대 친족 집단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습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에서 온 이주의 물결이 낳은 왕조
이 엘리트는 잉글랜드 방면에서 빠르게 진행된 해상 이주·식민화의 결과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과정에서 중석기 시대 아일랜드의 고립된 초기 주민들이 대체되었습니다. 셰리던 박사는 "아마도 이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통제'함으로써 신적인 권능을 지녔다고 주장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실제로 수천 년 뒤에 기록된 전설은 연구자들이 신화와 이 유적을 연결 짓는 계기가 되었고, 구전 전통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고고학자 로스 오 몰두인(Ros Ó Maoldúin) 박사는 "근친상간 요소의 선사시대 선례를 발견하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뉴그레인지 인근 도우스(Dowth) 통로무덤의 옛 이름 '페르타 큐일레(Fertae Chuile)'는 이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죄의 언덕' 또는 '근친상간의 언덕'으로 번역됩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총 44개의 게놈을 분석했습니다. 아일랜드 서부의 폴나브론(Poulnabrone) 고분—거대한 덮개돌과 높은 입구석을 지닌 단실(單室) 구조의 기념물—에서 나온 유해에서는 새로운 게놈 표지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적어도 기원전 3800년부터 외지 출신 사람들이 아일랜드에 도착했음을 보여주며, 농업이 이주민들에 의해 아일랜드로 전해졌다는 학설과도 부합합니다. 셰리던 박사에 따르면 이 이주민들은 유전적으로 그레이트브리튼의 신석기 인구와 연결되며, 그 뿌리는 프랑스 파드칼레(Pas-de-Calais) 지역을 포함한 유럽 대륙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이주민들은 작은 토착 중석기 인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유전적 흔적은 이후 세대에 걸쳐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