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살결을 빛내는 황금빛 노란색, 가벼운 아마포 튜닉의 흰색, 대홍수 후 다시 피어나는 초목의 선명한 초록색…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낸 고대 이집트 무덤의 벽화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프랑스 연구진은 벽화 색채의 화학 조성을 현장에서 직접 분석하며 당시 화가들의 기법과 이 놀라운 이미지에 담긴 상징성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쓰고 있습니다.

▲ 이집트 엘카브 멤논 신전 벽화의 모사본
극히 제한된 안료의 종류
"언뜻 보면 색들이 순수해 보입니다. 하지만 간단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남성의 짙은 적갈색 피부톤 속에서 작은 초록·파랑·노란 반점들이 보입니다. 이것은 진정한 예술적 의지의 증거입니다." 파리 소르본대학교·CNRS 분자·구조 고고학 연구소를 이끄는 화학자 필리프 발터(Philippe Walt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같은 연구소의 연구 엔지니어이자 비문학자인 필리프 마르티네즈(Philippe Martinez)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그는 신왕국 시대에 만들어진 귀족의 계곡 20여 개 무덤을 현장에서 직접 연구했습니다.
목표는 이집트 미술의 변천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화가의 필치를 구분하고 나아가 작가 개개인의 개성까지 밝혀내는 것이었습니다. "소형화된 분석 기술은 유적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벽체에서 조각을 떼어 낼 필요가 없어졌죠. 디지털 사진 촬영 덕분에 유적의 3차원 영상을 얻고 전례 없이 정밀한 디테일까지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연구자들은 강조했습니다.
신들의 피부를 칠한 황금 안료, 오피멘트
"벽화에 쓰인 안료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터의 설명에 따르면 검정은 단순한 탄소 블랙(먹)이며, 흰색은 석회암 바탕 그 자체이거나 밝게 빛나는 칼슘·마그네슘 탄산염 광물 헌타이트였습니다. 여기에 철 산화물로 착색된 갈색·노란색·붉은색 토성 안료가 더해졌는데, 그 원료 퇴적층은 룩소르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일부 안료는 멀리서 운반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아덴만 일대에서 온 주홍빛 웅황(리얼가)이 그것이고, 특히 주목할 것은 노란색 오피멘트(웅황, 자연 비소 황화물)입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이 광물은 신들의 살결을 표현하는 데 매우 적합했습니다.
최초의 인공 안료 '이집트 블루'
파랑의 경우, 무덤에는 라피스라줄리와 비슷한 유명한 '이집트 블루'만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안료는 의외로 메소포타미아에서 태어난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경이로운 안료라서 로마 제국 말기까지 지중해 전역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되었죠. 폼페이 벽화의 그것이 바로 이 색입니다!"라고 발터는 열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인류 최초의 합성 안료인 이집트 블루는 구리, 모래, 석회암, 재를 혼합해 850도까지 가열해 만들어졌습니다. 온도가 몇십 도만 더 올라가면 이것은 초록색으로 변합니다. "이 색을 얻으려면 실제로 하나의 화학 산업을 조직해야 했습니다"라고 과학자는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영국 이집트학자 개럿 해턴(Gareth Hatton)은 2008년, 한 신전의 장식에 파란색 안료만 무려 1,400kg이 필요했다고 계산한 바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미지는 영원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했다
흥미롭게도 이집트인들이 잘 알고 있던 일부 안료는 화가들에게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파란색을 내는 라주라이트(lazurite)가 대표적인데, 이러한 선택이 미학적 판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상징적 고려 때문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집트의 이미지가 언제나 이상화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이미지는 영원을 부여하고, 그려진 대상을 마법처럼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으며, 색은 생명의 모습을 부여했습니다. "색이야말로 실재이자 삶입니다. 색이 없는 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라고 필리프 마르티네즈는 지적했습니다.
식물을 그릴 때처럼 색이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학적 관념을 표현할 때는 상징성이 결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청록(파랑-초록)의 세계가 그 좋은 예입니다. "문헌에는 신의 살결이 황금으로, 머리카락이 라피스라줄리로 이루어졌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늘과 공기와 연결시키려는 발상이겠죠. 초록빛 피부의 오시리스는 재생의 관념을 표현합니다. 우리가 활기를 얻기 위해 바치는 공양물인 청금석(터코이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수백만 년의 줄기'라 불리는 우아지(wadj) 홀은 파피루스 줄기 모양의 보호 부적으로, 그 이름 자체가 '젊어지다', '푸르러지다'를 뜻합니다." 문헌, 색채, 재질, 어휘가 모두 하나의 상징적 세계에 속해 있었던 셈입니다.
라피스라줄리 역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금빛과 은빛 반점이 박힌 짙고 어두운 파란색의 이 보석에 대해 마르티네즈는 "신왕국 시대에 유리 공업이 발달했는데, 장인들은 이 준보석과 청금석에 가까워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두 단어의 어근이 매우 가깝고, 그 상징적 함의도 분명 마찬가지다. 유리 장인은 자연, 곧 신들이 인간에게 내린 것을 재현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색으로 표현된 기능과 정체성
"색은 어떤 기능이나 정체성을 코드화하기도 합니다"라고 필리프 발터는 회상했습니다. 오시리스는 때때로 검은색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지하세계의 신이라는 그의 역할과 분명히 연결됩니다. 하지만 이 색은 대홍수 이후 비옥해진 땅을 가리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붉은색은 태양과 사막, 야생, 적, 그리고 악신 그 자체인 세트(Seth)의 머리카락의 색이었습니다. 흰색은 순결함을 상징했습니다. 분홍색은 "완벽하거나 아름다움이 남다른 것들, 말이나 기린 같은 대상에" 사용되었다고 마르티네즈는 설명합니다.
남자는 갈색, 여자는 노란색인 이유는?
문헌이 없는 경우, 연구자들은 21세기 서구인의 상상력을 투영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남성은 갈색이고 여성은 더 '노란' 걸까요?" 마르티네즈가 묻습니다. "전통적 설명은 남자들이 밖에서 일하니 햇볕에 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벽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선택된 노란색이 오리멘트, 즉 황금과 신의 살결에 쓰이던 안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려진 여성들은 상류층 출신이므로, 이 노란색은 기쁨과 모성의 여신 하토르, 곧 '황금의 여신'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두 과학자는 이제 비교 연구와 심층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본격적인 데이터 코퍼스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10년 후면 새로운 데이터의 보물창고를 확보하게 될 겁니다. 현장 분석은 연구자들의 삶을 믿기 어려울 만큼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라고 필리프 발터는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