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숫양, 악어, 고양이는 물론 뱀, 땃쥐, 매까지… 고대 이집트의 방부 기술사들의 손길을 피해 간 동물은 거의 없었다.

후기 왕조 시대(기원전 664~332년)에 제작된 고양이 미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살아 있는 신, 신성한 동물들의 미라
"멤피스의 아피스 황소, 헤르몬티스의 부키스, 헬리오폴리스의 므네비스, 그리고 멘데스와 엘레판티네의 신성한 숫양까지, 이들의 방부 처리된 시신은 진정한 살아 있는 신이자 숭배의 대상이다." 스트라스부르 마르크블로크 대학교의 종교사 명예교수 프랑수아즈 뒤낭은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로 파이윰에서는 악어 신 소베크의 미라가 여러 신전에서 숭배되었고, 이 신전들은 숭배용으로 신성한 악어를 직접 사육했다. 역시 소베크 숭배의 거점이었던 테베에서는 악어를 훈련하고 길들여 귀걸이와 팔찌로 장식한 뒤 넉넉히 먹여 키웠는데, 그 최후는 다름 아닌 미라였다.
신과 인간을 잇는 매개체
이집트인들은 특정 동물이 신과의 소통을 돕는 매개가 된다고 믿었다. 그들은 신의 은혜를 입기 위해 해당 동물을 지극한 정성으로 섬겼다. 여신 바스테트에는 고양이가, 신 토트에는 따오기가, 호루스에는 매가 그 역할을 맡았다. 이에 따라 이 신들에게 봉헌된 신전들은 영원을 위해 보존 처리된 동물 시신을 공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토트 숭배의 중심지였던 헤르모폴리스에서는 수십만 마리의 따오기 미라가 발견되었고, 바스테트를 모시던 부바스티스에서는 수천 마리의 고양이 미라가 출토되었다. 이들 신전은 순례자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아예 새와 고양이 사육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프랑시스 자노는 "오늘날 순례지 주변에서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을 떠올리면 된다. 봉헌물 판매상들이 값이 천차만별인 미라를 내놓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카라 지역의 동물 숭배 전문가인 카디프 대학교의 폴 니콜슨(수천 점의 붕대로 감싼 동물 미라를 검토한 것으로 유명하다) 등 고고학자들은 방부 처리 수준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어떤 동물은 내장만 적출한 채 붕대로 대충 감겼지만, 어떤 동물은 정통 방부 규정에 따라 완전히 건조 처리되어 나무나 석재 관에 안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종교 물품의 거래는 기원전 첫 번째 천년기를 거치며 더욱 활발해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영원히
종교적 목적과 별개로, 이집트인들은 애완동물과도 깊은 정서적 유대를 나누었다. 그래서 무덤에서 동물 미라가 발견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뒤낭 교수는 "멤피스에서 고고학자들은 아멘호텝 3세의 장남 투트모세 왕자의 무덤에서, 왕자가 가장 아끼던 고양이를 안치한 석회암 관을 발굴했다"고 전한다. 물론 격을 갖추지 못한 평범한 무덤에서도 새, 개, 고양이의 미라가 적지 않게 나온다. 고고학자는 "주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영원하고 싶었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을 맺는다.
이 글은 2019년 4월 프랑스 과학 월간지 〈Sciences et Avenir〉 특별호 '이집트: 영원의 발명'에 게재된 내용을 재편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