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종반기, 폴란드 남서부의 코즐레(Kozle) 분지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유럽에서 가장 참혹하게 파괴된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한때 나치 독일의 핵심 산업 거점이었던 이 땅에는 1944년 단 한 해 동안 약 4만 발의 폭탄이 투하되었습니다. 그리고 75년이 넘은 지금, 폴란드의 고고학자들이 첨단 원격탐사 기술인 라이다(LiDAR)를 활용해 이 잿더미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려내고 있습니다.

폴란드 코즐레 분지에서 확인된 제2차 세계대전 폭탄 분화구의 3D 측량 이미지.
라이다 측량으로 밝혀진 약 6천 개의 분화구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 전역, 특히 독일(제3제국)의 산업 지대를 향한 수많은 전략 폭격으로 특징지어지는 전쟁이었습니다. 1944년, 영국과 미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은 당시 독일 영토였던 현재의 폴란드 지역에 위치한 코즐레 분지에 약 4만 발의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이곳에는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폴란드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황폐해진 땅의 흔적을 '기억'으로서 보존하고자 합니다. 레이저 펄스를 지표에 조사해 지형의 미세한 특징까지 드러내는 원격탐사 기술, 라이다 측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형학 지도를 제작하면서 그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현재까지 약 6,000개의 폭탄 분화구가 지도에 기록되었으며, 학술지 Antiquity에 최근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고지리학자들은 이 유적들의 역사적·생태학적 가치를 근거로 보호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코즐레 분지 지역의 모습. ©Antiquity
1930년대부터 실레시아 심장부에 들어선 화학 공업 단지
지금까지 전쟁 고고학 연구는 프랑스 북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서유럽의 폭격 피해 지역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반면 폭격이 폴란드의 자연 경관에 남긴 영향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코즐레 분지 연구는 이 지역 자연 경관이 겪은 격변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라고 카토비체 실레시아 대학교의 마리아 파예르(Maria Fajer)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상(上)실레시아의 심장부에는 이미 1930년대부터 수많은 화학 공장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1940년까지 기갑 부대와 항공대 등 기계화 군단의 급증에 따라 육군 '국방군(Wehrmacht)'과 공군 '루프트바페(Luftwaffe)'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석유 정제 시설들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생산 기지들이 코즐레 분지에 자리잡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블레크함머(Blechhammer) 공업 단지는 연간 35만 톤, 베르케 하이데브렉(Werke Heydebreck) 단지는 연간 30만 톤의 연료를 생산했습니다.
연합군은 이른바 1943년부터 이 정유 시설들의 파괴를 결심했고, 1944년 5월부터 영국 왕립공군(RAF)과 미국 육군항공대(USAAF)의 대규모 폭격기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IG파르벤 석유화학 시설에 대한 연합군의 폭격. ©Antiquity
직경 10~15미터, 정확히 5,238개의 분화구
이 폭격 작전은 독일 석유화학 시설 주변에 다수의 대공 포대가 배치되어 있었던 탓에 연합군 측에서도 막대한 인명 손실을 낳았습니다. 공중에서 투하된 수만 발의 폭탄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226kg급과 113kg급 폭탄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나 금속 구조물을 관통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바로 이 폭탄들이 정확히 5,238개의 직경 10~15미터 크기 분화구를 만들어냈으며, 여기에 더 작은 분화구 약 700개가 추가됩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 지역이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 대전장들과 하나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도 남아 있는 불발탄(UXB, unexploded bomb)의 위험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 실레시아 대학교 자연과학부의 환경 리스크 전문팀이 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라이다로 탐지된 코즐레 분지의 폭탄 분화구 흔적. ©Maria Fajer 외
습지로 변신한 분화구, 새로운 생태계의 보고
흥미롭게도 이 분화구들은 파괴의 흔적을 넘어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즐레 분지 습지대에 자리한 분화구들은 지역 숲 생태계의 새로운 구성 요소가 되었습니다. 양서류, 파충류, 곤충, 조류, 유제류를 비롯해 다양한 식물 종에게 은신처를 제공합니다."라고 마리아 파예르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분화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저수지와 늪지대로 변모했고, 이것이 바로 코즐레 경관에 대한 문화유산 보호 요청의 핵심 근거입니다.

늪지대로 변한 폭탄 분화구. ©Maria Fajer 외
"폴란드의 이 지역이 경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75년 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비극의 기억 또한 반드시 보존해야 합니다."라고 파예르 교수는 강조하며, 파괴와 재생이 공존하는 이 특별한 대지의 가치를 일깨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