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코스타리카의 신비한 돌구체는 학계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최근 두 개의 새로운 표본이 발굴되면서 더욱 정밀한 연대 측정이 가능해졌고, 금세기 넘게 이어진 미스터리를 풀 결정적 단서가 될 전망이다.

코스타리카 디키스(Diquís) 지역에서 출토된 선콜럼버스 시대의 거석 구체들
인디애나 존스에 영감을 준 신비의 돌구체
영화 레이더스: 잃어버린 궤전(1981)의 오프닝 장면에서 주인공 인디애나 존스는 자신을 깔아 뭉개려는 거대한 바위 구체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유명한 장면을 통해 당시 아메리카 대륙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코스타리카의 신비한 돌구체'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 실제로 지난 세기 동안 카리브해와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이 중미 국가 남부의 디키스 계곡에서는 완벽하게 연마된 구형 석재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이더스: 잃어버린 궤전>(1981)에서 돌구체에 쫓기는 인디애나 존스. 사진 출처: Paramount/Lucas Film
마야 대도시의 발견이나 멕시코·과테말라·페루 문명의 웅장한 석조 건축물처럼, 아메리카 대륙의 석공 예술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1930년대 첫 번째 돌구체가 발견된 이후, 코스타리카의 수수께끼 같은 석구(石球)들은 일반 대중은 물론 선콜럼버스 고고학 전문가들까지 사로잡으며 이러한 매력에 또 하나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던 2021년 말, 코스타리카 국립박물관(MNCR) 前 관장이자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고고학자 프란시스코 코랄레스 울로아(Francisco Corrales Ulloa)가 새로운 표본들을 발굴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발견으로 '석구(petrospheres)'라는 학술 명칭으로 불리는 총 300여 점의 유물 목록이 더욱 풍성해졌다. 해당 유산은 이미 2014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바나나 농장 개간지에서 나타난 고대의 흔적
이들 돌구체는 현지에서 '볼라스(bolas)'라고 불린다. 대부분은 1930년대부터 코스타리카에 진출한 미국 회사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FCO)'가 바나나 농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수천 헥타르에 달하는 삼림이 개간되고 퇴적층이 걷히면서 지표 아래에 묻혀 있던 돌구체들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가장 많은 돌구체가 집중적으로 확인된 곳은 코스타리카 남부의 숲, 즉 테라바 대강(Río Grande de Térraba)과 시에르페 강(Río Sierpe) 사이에 펼쳐진 삼각주 일대와 드레이크 만의 작은 섬 카노 섬(Isla del Caño)이다.
20세기 초, UFCO의 주요 주주였던 인물의 딸이자 이름처럼 '돌(stone)'과 인연이 깊었던 도리스 제머레이 스톤(Doris Zemurray Stone)은 이 고고학 유물에 매료되어 즉시 연구에 착수했다. 이 돌구체에 관한 최초의 학술 논문은 바로 그녀가 1943년 학술지 American Antiquity에 발표한 글이다.

1940년대 선콜럼버스 돌구체의 개간지 조사 및 발굴 현장. 사진 출처: Thomas Dunn/American Antiquity
이미 자연적으로 구형인 암석에서 출발한 석공 기술
이 지역 선콜럼버스 시대 사람들은 거대한 석재를 늘어놓은 큰 플랫폼(인공 대지)을 만들었으며, 여기에는 사람과 동물 형상의 작은 조각상들이 함께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석재는 안데사이트처럼 이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성암(화산 기원 암석)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장인들은 침식 작용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공 모양으로 형성된 '구상 암석'을 먼저 찾아내 재료로 삼았다.

디키스 계곡 고대 주민들이 완벽한 구체로 가꾸기 위해 찾던 원석의 모습. 케브라다 칸소트(Quebrada Cansot) 유적. 사진 출처: UNESCO
금속 도구가 없었던 이들은 석기를 활용해 직경 수 센티미터에서 2.57m가 넘는 것까지 크기가 다양한 거석 구체를 깎고 다듬었다. 표면을 가열해 겉층을 벗겨낸 뒤 오랜 연마 과정을 거치면서 완벽한 구형이 완성되었다. 이러한 형태가 추구된 이유는 아마도 코스타리카 고대 민족의 우주관과 상징 세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리카 '핀카 6(Finca 6)' 유적에서 발굴된 돌구체와 인공 대지 진입로. 사진 출처: UNESCO
연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발견
그렇다면 이 유물들은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지금까지는 답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돌구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지면서 고고학적 맥락과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추정에 따르면 제작 시기는 기원전 200~500년경부터 스페인의 중미 정복기였던 서기 1500년경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하지만 프란시스코 코랄레스 울로아가 핀카 12(Finca 12) 유적에서 돌구체들을 현장 상태(in situ) 그대로 발굴해 낸 것이 연구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석재 근처에서 숯이나 유기물 잔류물이 발견되기만 한다면 새로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연구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과도 있다. 돌구체와 관련된 피규어(조각상)들이 들어 있던 매장 공간이 함께 확인된 것이다. 이 석구들의 문화적·상징적 의미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도 레이 쿠레(Rey Curré) 지역의 원주민들은 돌구체와 함께 발견된 것과 비슷한 강 자객 옹벽으로 축조된 선콜럼버스 시대 인공 대지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