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체인 대장균(Escherichia coli)의 가장 오래된 게놈이 약 400년 전 미라에서 추출한 유전체 단편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복원됐습니다. 이번 성과는 식중독의 주범인 이 병원균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흑사병처럼 약 500년에 걸쳐 유럽 인구의 절반을 사망에 이르게 하며 상세히 기록된 대유행병과 달리, 훨씬 제한적인 유행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남긴 피해에 대해서는 역사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장균,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같은 병원체가 역사적으로 수백만 명의 죽음과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망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숙주와 공존하는 공생 세균
이런 '기록 부재'의 배경에는 이들 병원균 대부분이 공생(commensal) 세균이라는 사실이 있습니다. 즉, 숙주—여기서는 인간—와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대장균은 모든 포유류와 많은 척추동물의 장내에 서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균주는 때로 패혈증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심각한 식중독을 일으키며, 특히 노인, 면역저하자, 영유아 같은 취약 계층에 치명적입니다. 최근에는 부이트니(Buitoni) 냉동피자 스캔들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대장균 감염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흔히 말하는 '항생제 내성', 즉 일반적인 치료에 대한 저항 능력 때문입니다. 이 내성이 어떻게 획득됐는지 이해하면 의사들은 치료를 더 정밀하게 표적화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페니실린의 발견자 알렉산더 플레밍 이전 시대의 오래된 균주 확보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장균 DNA 단편이 추출된 16세기 이탈리아 미라. 출처: 피사대학교 고병리학 연구실(Division of Paleopathology, University of Pisa)
미라로 남겨진 귀족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바로 이런 400년 된 균주였고, 그 출처는 이탈리아 미라였습니다. 이 시신은 1983년 이탈리아 나폴리 산 도메니코 마조레 대수도원(Abbey of Saint Domenico Maggiore)에서 훌륭하게 보존된 채 발견된 이탈리아 귀족 집단에 속합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McMaster University)와 프랑스 파리시테 대학교(Université Paris Cité) 연구진은 그중 한 명, 지오바니 다발로스(Giovani d'Avalos)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나폴리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이었던 그는 1586년, 48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생전 담석에 의한 만성 담낭염을 앓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작은 담석들은 대장균 집단 유전학 전문가 에릭 드나뮈르(Erick Denamur)가 분석했고, 그곳에서 400년이 넘는 세균 DNA 단편이 발견됐습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대 대장균의 유형을 분석하며 그것이 거의 유일한 균주였지만, 오늘날 담낭염을 일으키는 인체 공생균의 계통발생학적 계보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무척 감격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이 선조 세균의 분석과 게놈 재구성 결과, 4,446개의 유전자는 계통군(phylogroup) A에 속하며 극히 드문 ST4995형(sequence type 4995)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균주에는 특정 독력 인자(virulence factor)나 후천적 항생제 내성은 없었지만, 내성을 유도할 수 있는 일부 유전자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학술지 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된 연구는 밝힙니다. 계통군 A는 통상 농촌이나 도시화가 덜 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장내에서 발견되며, 담도 감염 사례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연구자들은 이 세균이 면역 방어의 빈틈을 파고들어 이탈리아 귀족의 담낭에 기회적으로 침투한 기회감염균이라고 설명합니다.
발견된 세균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클렙시엘라 에어로게네스(Klebsiella aerogenes)의 단편도 확인됐으며, 두 병원균은 지오바니 다발로스의 담관 안에서 공존하며 유전자를 교환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이 고대 대장균의 재구성은 과거 기회감염이 남긴 질병 부담을 더 완전하게 그려내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대장균 다양한 균주의 게놈 진화를 연구하는 비교 기준점을 제공하며, 나아가 "독력과 내성의 측면에서, 그리고 아마도 다른 기회감염성 병원체의 경우에도" 미래 진화 방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저자들은 결론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