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동기시대(구리 사용이 시작된 선사시대를 가리키는 시기)의 단검이 남성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러한 통념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이 칼날 유물들이 가축 해체 작업을 비롯해 놀랍도록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음을 밝혀냈습니다.

동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단검은 기존 고고학계가 가정했던 것처럼 단순한 남성 권력의 배지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무인(戰士)과 결부되어 온 유물
구리 합금으로 만들어진 칼날 유물들은 동기시대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며, 이후 청동기시대까지 이어져 출토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출토된 칼날 유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함에도 이들 금속 유물의 실제 기능을 다룬 연구는 드물었습니다. 이 공백을 일부 메운 것이 바로 북부 이탈리아에서 발굴된 열 점의 단검에 대해 고고학자 팀이 수행한 현미경 분석입니다. 2022년 4월 12일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이 연구는 해당 단검들이 특히 동물 해체 작업에 쓰일 만큼 다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뉴캐슬 대학교의 고고학자 안드레아 돌피니(Andrea Dolfini)는 "유기 잔류물 분석은 일반적으로 도자기, 돌, 조개껍데기 유물에 적용되어 왔다. 우리는 이 방법을 개량해 구리 합금 유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단검들은 기원전 4천 년기에 유럽의 넓은 지역과 이탈리아 반도에서 거의 동시에 등장했습니다. 당시 부싯돌은 점차 비소나 주석을 포함한 구리 합금으로 대체되어 갔으며, 청동기시대에는 유럽 전역에서 유물이 교환되는 등 상업 활동도 크게 활발해졌습니다. 이 단검들의 기능은 오랫동안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를 상징적인 장식품으로, 혹은 도축 의식에 쓰인 물건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사의 무덤에서 단검이 자주 발견되면서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실질적인 기능이 없는 표지물, 즉 남성 권력의 상징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구리 합금이 연해 근접 전투 무기로서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뒷받침되었습니다.
이번에 분석된 유물들은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이탈리아 프라가토(Pragatto) 유적에서 발굴되었습니다. 프라가토는 청동기시대 고고학 문화권을 일컫는 '테라마레(Terramare)' 체계에 속하는 유적으로, 기원전 1650년~1200년경 사람이 거주했던 포강(Po) 계곡의 선사시대 정착지입니다. 이곳은 강변 근처에 세워지고 울타리로 둘러싸인 1~20헥타르 규모의 정사각형 마을 흔적으로 유명합니다. 마을 일부에는 화재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많은 유물이 온전한 상태로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불탄 집 아홉 채, 쓰레기 구덩이, 가축 우리, 그리고 단검 55점을 포함한 구리 합금 유물 150점이 그 예입니다.
칼날에 남겨진 유기 잔류물
55점의 단검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오랜 기간 사용되었으며 수리 흔적과 칼날 가장자리의 손상 자국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일부 단검은 크기가 매우 작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갈아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마모 흔적이 동물이나 식물 조직처럼 부드러운 재료와의 반복적인 접촉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잔류물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열 점의 단검이 선별되어 현미경 관찰과 SEM/EDX 분석을 통해 심층 조사되었습니다. 단검들은 길이가 제각각이었으며, 대부분 목재 손잡이를 고정하는 리벳이 달려 있었습니다.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칼날 전반과 손잡이 밑부분에 유기 잔류물이 축적되어 있었고, 으깬 뼈의 찌꺼기로 인해 칼날 표면에 형성된 인산칼슘 일종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도 검출되었습니다. 콜라겐, 뼈, 근육, 힘줄 섬유의 흔적뿐 아니라 밀·보리·호밀을 포함하는 화본과 곡물군 '트리티케아(triticeae)'의 전분 등 식물성 흔적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유기 조직은 세균과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금속 화합물 덕분에 장기간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탄지(泥炭地)처럼 산과 탄닌이 풍부한 토양 성분 역시 단백질성 유기물의 보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활 도구로서의 다양한 용도
이번 분석 결과는 구리 합금 단검이 통념보다 훨씬 실용적인 도구였으며, 특히 동물이나 식물을 가공·처리하는 데 폭넓게 쓰였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목축업이 크게 번성했던 프라가토의 생활 환경과도 잘 들어맞습니다. 유사한 금속 성분으로 제작한 복제품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이 칼날들이 돼지와 사슴 잔해, 신선한 나무, 밀을 자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나아가 실험 7~10일 후 살점과 접촉해 생긴 주황색·녹색 산화물의 양상이 프라가토 단검에서 관찰된 산화 흔적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다만 안드레아 돌피니는 기존의 해석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이 금속 단검과 일부 부싯돌 칼날이 무기로, 혹은 어쩌면 씨족 지위와 관련된 남성 정체성의 표지로도 함께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동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초반에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남성인 전사의 무덤에 부장되곤 했다." 이번 성과는 의미가 크지만, 이 시대 단검을 대상으로 한 이런 유형의 연구가 드문 탓에 여전히 추정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이 방법은 전 세계의 모든 구리 합금 유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돌피니는 덧붙였습니다. "다양한 동물성·식물성 유기 잔류물을 밝혀내는 것이 가능하며, 추후 연구를 통해 지방, 전분, 인간이나 동물의 피에 포함된 헤모글로빈 같은 다른 종류의 잔류물까지 분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연구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