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왕실 건축가 카(Kha)와 그의 아내 메리트(Merit)의 무덤(제18왕조)에서 발굴된 온전한 토기에 담긴 유기 물질을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영원한 여정을 떠나는 이 두 고위 인물이 사후 세계로 가져간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1906년 이집트 룩소르 근교 데르 엘메디나(Der el-Medina) 네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된 카와 메리트 부부의 미개봉 무덤에서 출토된 '사자의 서' 파피루스(제18왕조).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3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향기의 부활

밀봉된 암포라, 항아리, 병, 잔, 도자기 등에 담긴 채 3400년 이상 잊혀졌던 향기가 마침내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이집트 박물관 소장품에 보관된 고대 용기들 속에서 말이다. 피사 대학교(University of Pisa)의 화학자 일라리아 데가노(Ilaria Degano)가 이끈 이 연구 결과는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고고학 과학 저널)에 게재되었다.

연구 대상은 왕실 건축가 카와 그의 아내 메리트의 유명한 미개봉 무덤에서 발견된 공물들이었다. 이 무덤은 당시 투리노 박물관 관장이던 이집트학자 에르네스토 스키아파렐리(Ernesto Schiaparelli, 1856~1928)가 1906년 2월 15일, 룩소르 서안 데르 엘메디나 네크로폴리스 북쪽에서 발견한 것이다. 제18왕조 후반기(기원전 1450~1400년)로 연대가 추정되는 이 무덤은 산사태로 봉인되어 있었으며, 이집트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비왕족 무덤 중 가장 완전하고 잘 보존된 장례 유적으로 평가받는 보물을 내어주었다.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1906년 2월 15일 발견 당시 카와 메리트의 미개봉 무덤 내부. ©The Museo Egizio

'보이지 않는 것의 고고학'이라 불리는 프로젝트

발굴 이후 440점이 넘는 유물이 투리노 이집트 박물관—카이로 박물관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이집트 고대 유물 컬렉션—으로 옮겨졌다. 그중에는 오늘날까지 온전하게 보존된 다수의 그릇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화학자와 고고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비침습 방식으로 그릇의 내용물을 분석하고자 했다. 2019년 7월부터 1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샘플링 작업은, 카와 메리트의 무덤 번호를 딴 'TT8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시작되었다.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왕실 건축가 카의 아내 메리트의 관 중 하나. ©Antonio Calanni/AP/Sipa

'보이지 않는 것의 고고학'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린 이 임무에서 일라리아 데가노와 동료들은 휴대용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46개 용기에 담긴 유기 물질의 흔적을 검출하고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비는 최근 몇 년간 고고학 유물에 미량으로 남아 있는 유기 화합물을 실시간으로 특성 분석하면서도 유물을 훼손하거나 원형을 해치지 않는 핵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데가노는 "각 조사 일주일 전, 토기를 진열장에서 꺼내지 않은 채 밀폐된 불활성 플라스틱 봉투에 격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방출된 휘발성 분자 샘플을 봉투 안에서 질량분석기로 직접 측정함으로써, 보존된 성분과 산물의 정체를 식별할 수 있었다. 그는 Sciences et Avenir에 "대부분의 물질이 너무 심하게 변질되어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할까 걱정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샘플에서 명확히 식별 가능한 내용물이 확인되었다!"라고 기뻐하며 말했다.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질량분석기로 분석된 TT8 무덤 출토 항아리. © J. NASA et al. / J. Archeol. SCI

생선, 벌꿀밀랍, 천연 수지의 흔적

일부 분석 결과에서는 건조 생선 특유의 트라이메틸아민(trimethylamine)과 디메틸니트로소아민(dimethylnitrosamine)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었다. 연구진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식단에서 생선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일치하는 결과다. 특히 환생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틸라피아속(Cichlidae) 생선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항아리에서는 보리 가루의 흔적이 확인되었다. 보리는 고대 이집트 교역 체계에서 매우 귀한 상품이었을 뿐만 아니라 맥주 양조의 재료로도 사용되었다. 실제로 빵과 맥주는 장례 공물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품목이었다.

분석 결과에는 스타이락스(Styrax)속 수지의 방향 성분도 포함되어 있으며, 암포라에서는 밀랍과 기름이 검출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꿀이 밀랍과 함께 방부제로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알바스터(설화석고) 소재 작은 그릇들에서도 동일한 밀랍 분자 표지가 확인되었다. 이는 서기 1세기 그리스 의사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가 언급한 헤어 연고 재료의 흔적으로, 그는 "돼지나 거위 지방과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밀랍을 혼합한 화장용 처방"을 기록한 바 있다.

분석 대상 유물에는 '일곱 가지 신성한 기름'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곱 개의 그릇 무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름들은 신전의 의식 행사나 미라 제작 과정에서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성과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카와 메리트의 TT8 무덤 장례 유물 전체를 연구하는 더 큰 프로젝트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번 논문은 그 첫 번째 결실에 해당한다.

3400년 전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투리노 박물관, 고대 이집트 무덤 유물 속 향수 성분 분석 성공

1906년, 에르네스토 스키아파렐리의 팀에 의해 운반되는 카와 메리트 무덤의 보물들. ©F. Ballerini /The Museo Egizio

카와 메리트의 무덤

1906년,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 통치 시기에 살았던 왕실 건축가 카와 그의 아내 메리트의 나무 관을 담고 있던, 아직 봉인된 채 온전히 보존된 묘가 발견되었다. 발견자 에르네스토 스키아파렐리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부장품 전체가 완벽하게 정돈되고 배치되어 있었다. 주요 유물들은 굳어진 먼지로 덮여 있었다. 바닥은 그곳을 마지막으로 떠난 사람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쓸려 있었다. 구리 합금 접시를 받치고 있던 나무 파피루스 기둥에는 마지막 불꽃의 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덤과 그 안의 내용물은 주인들의 개인적 부, 사회 내 특별한 위치,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반영했다. 마치 사후 세계에서 재사용하기 위해 '포장된' 듯한, 번영을 누리던 제18왕조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메리트와 카의 관 외에도 무덤에서는 길이 13미터가 넘는 '사자의 서' 파피루스를 비롯해 팔걸이 의자, 침대, 의복, 공구와 작업 도구, 화장함, 리넨류, 심지어 가발까지 수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리고 대량의 식품과 액체를 담은 항아리들도 함께였다. 바로 그 항아리들에서 이번에 향기의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