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남장하고 바다를 누비다, 전설의 여해적 앤 보니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18세기 초 남자 옷을 입고 바다에 나선 앤 보니(Anne Bonny)는 메리 리드(Mary Read)와 함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해적으로 손꼽힙니다.

바하마로 이어진 해적의 길

남장하고 바다를 누비다, 전설의 여해적 앤 보니의 파란만장한 일대기1700년경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앤 보니는 검사 윌리엄 코맥(William Cormac)과 그의 하녀 메리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습니다. 아버지는 딸과 함께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건너가 플렌테이션(농장)을 구입하며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실제 기록보다 일화와 전설로 더 많이 전해집니다. 총명했지만 다루기 힘든 성격이었다고 하며, 13세 때 하인을 칼로 찌르는 사건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아버지에게 상속권을 빼앗기자 분노하여 농장에 불을 질렀다고 전해지죠.

16세가 되던 해, 앤은 해적 제임스 보니(James Bonny)와 결혼해 바하마에 정착합니다. 그러나 남편 제임스는 총독의 밀정으로 전락해 해적 혐의가 있는 선원들을 고발하는 처지가 됩니다. 이런 현실에 실망한 앤은 남편 곁을 떠나 해적들과 어울리기 시작하고, 피에르 부스케(Pierre Bousquet)와 함께 프랑스 상선을 노리는 첫 번째 해적 원정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메리 리드와 잭 래컴의 만남

해적 행위를 근절하고자 한 바하마 총독은 활동을 접겠다는 조건으로 왕실 사면권을 제안했지만, 앤 보니는 이를 거부합니다. 그녀는 굴복하지 않기로 한 다른 해적들과 함께했고, 그중에는 훗날 그녀의 연인이 되는 잭 래컴(Jack Rackham)도 있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앤은 남장을 하고 성별을 철저히 숨긴 채 '애덤 보니(Adam Bonny)'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본격적인 해적 생활이 시작되면서 앤은 또 한 명의 여성 해적, 메리 리드를 만납니다. 메리 역시 남자로 위장해 '윌리 리드(Willy Rea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인물이었죠. 두 여성이 서로 연인 관계였다는 설이 있으며, 이로 인해 잭 래컴과의 사이에 긴장이 흐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1720년 가을, 바하마 총독은 잭 래컴, 앤 보니, 메리 리드 일당을 잡기 위해 영국 군함들을 파견합니다. 해적들은 추격하는 배들과 필사적으로 맞섰습니다. 앤의 옛 연인이 지휘하는 배와 마주쳤을 때는, 앤이 매력으로 선원들을 유혹해 배에 올라탄 뒤 선장에게 몰래 약을 먹이고 대포의 도화선을 적셔 무력화시키는 기지를 발휘, 무사히 자신들의 배로 돌아왔답니다. 이 전투에서 희생자는 단 한 명뿐이었는데, 바로 메리가 질투심 때문에 죽인 것으로 보이는 그 배의 선장이었습니다.

체포, 그리고 베일에 싸인 최후

1720년 10월, 앤 보니와 메리 리드, 잭 래컴은 마침내 붙잡힙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해적들은 술에 취해 있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태도에 격분한 앤과 메리는 해적 두 명을 죽이고 여럿을 다치게 할 만큼 끝까지 싸웠습니다. 한 시간 가까운 싸움 끝에 홀로 적과 맞서야 했던 두 여인은 결국 무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바하마로 끌려간 잭 래컴의 선원들은 재판에 회부된 뒤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반면 앤과 메리는 임신한 것처럼 속여 처형을 면하는 데 성공합니다. 수감 중인 잭 래컴을 찾아간 앤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남자처럼 싸웠더라면, 개처럼 죽지 않았을 텐데."

메리 리드는 감옥 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면받은 앤 보니는 이후 공식 기록에서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아버지가 몸값을 지불했거나, 재혼했거나, 남편과 재회했거나, 혹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해적 생활을 이어갔다는 등 여러 추측이 존재하지만, 그녀의 최후가 어떠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확실히 알려진 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