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제인 브론테(Emily Jane Brontë, 1818~1848)는 영국의 작가이자 시인, 소설가로, 샬럿 브론테와 앤 브론테의 자매입니다. 그녀가 생전에 남긴 단 한 편의 소설 『폭풍의 언덕』은 오늘날 영국 문학의 기념비적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극으로 가득했던 기숙학교 시절
마리아와 패트릭 브론테 부부의 여섯 자녀(마리아, 엘리자베스, 샬럿, 브랜웰, 에밀리, 앤) 중 다섯째였던 에밀리는 1818년 7월 30일 잉글랜드 손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에밀리가 겨우 세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났고, 3년 뒤 에밀리와 세 언니는 목사 자녀들을 위한 기숙학교에 보내집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추천했던 이 학교는 위생 상태가 열악했고 생활 환경 또한 극도로 험난했습니다. 1825년 두 언니 마리아와 엘리자베스가 병을 얻어 학교를 떠났지만, 불과 몇 주 사이에 차례로 요절하고 맙니다. 샬럿과 에밀리 역시 이후 기숙학교를 떠났습니다. 이 비극적인 경험은 브론테 남매 네 사람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남았습니다.
글래스타운 연방과 곤달의 세계
1826년 아버지 패트릭이 브랜웰에게 나무 장난감 병사 열두 개를 선물하면서, 이 작은 선물은 네 아이들의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들은 '글래스타운 연방'이라는 가상 세계를 창조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시·일기·희곡을 집필했습니다. 이는 아버지가 구독하던 문예지에서 받은 영향이기도 했습니다.
1831년 샬럿이 학교에 들어가며 자매들과 갈라선 뒤, 에밀리와 앤은 더욱 거칠고 여성 중심적인 '곤달(Gondal)'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에밀리의 시 대부분은 바로 이 곤달 연작 속에 담겨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에밀리는 학업을 이어가는 일도, 교사로 일하는 일도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1842년에는 언니 샬럿을 따라 브뤼셀의 에제르(Héger) 기숙학교에 들어가 프랑스어, 독일어, 피아노를 익혔지만, 숙모의 죽음으로 귀국한 이후에는 오롯이 글쓰기에만 몰두했습니다.
『폭풍의 언덕』과 짧은 생애의 마침표
에밀리의 시적 재능을 처음 알아본 것은 언니 샬럀이었고, 샬럿은 두 동생에게 공동 시집 출간을 제안합니다. 1846년 세 자매는 남성 필명인 커러(Currer), 엘리스(Ellis), 액튼(Acton) 벨을 사용해 『커러, 엘리스, 액튼 벨의 시집(Poems by Currer, Ellis and Acton Bell)』을 출간했습니다.
이듬해인 1847년, 에밀리는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을 내놓아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극적인 힘과 에밀리 브론테의 천재성이 온전히 인정받기까지는 훗날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848년, 알코올과 아편에 의존하던 오빠 브랜웰이 실연의 아픔으로 건강이 더욱 악화되자 에밀리는 직접 그를 간병했습니다. 그해 9월 브랜웰이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미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에밀리는 오빠의 장례식에서 감기에 걸렸지만 끝내 치료를 받기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녀 역시 같은 해 12월 19일 결핵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향년 30세, 너무나 짧지만 강렬하게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삶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