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출신 조종사 로트피아 엘나디(لطفية النادي, 1907~2002)는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최초의 아랍·아프리카 여성입니다. 그녀는 몰래 비행 학교에 다녔으며, 훈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에서 비서로 일해야 했습니다.
비밀리에 이룬 조종사의 꿈
로트피아 엘나디는 1907년 10월 29일 이집트 카이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의 격려 속에서 아버지가 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카이로 미국여자대학(American Girl's College)에 진학하여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 등 언어를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카이로에 항공 학교가 새롭게 문을 연 소식을 접한 로트피아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학을 결심합니다. 수업료를 낼 형편이 되지 않았던 그녀는 등록금 대신 학교에서 비서로 일하는 조건으로 입학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버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스터디 모임에 참석한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비행 훈련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카이로–알렉산드리아 국제 비행 대회
1933년 9월, 로트피아 엘나디는 단 67일간의 훈련만으로 남학생 33명과 함께 과정을 마치며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이로써 그녀는 공식 면허를 딴 최초의 아랍·아프리카 여성이 되었습니다.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아버지의 분노도 금세 가라앉았고, 그는 딸과 함께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로트피아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잇는 국제 비행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8명의 참가자 가운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경기 도중 지상 표식 하나 위를 통과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되어 우승으로 공식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상을 받았으며, 페미니스트 후다 샤라위(Huda Sharawi)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이후 로트피아는 여러 비행 대회에 계속 출전했고 곡예 비행까지 익혔습니다.
조종사 인생의 마무리
로트피아 엘나디는 척추 부상을 입는 사고로 조종사 경력이 중단될 때까지 약 5년간 하늘을 날았습니다. 치료를 위해 스위스로 이주했고, 이후에는 가족들을 따라 캐나다에서 생활했습니다. 1989년에는 이집트 민간 항공 54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카이로로 돌아왔으며, 이집트 항공우주 교육 기구로부터 공로훈장을 수여받았습니다.
로트피아 엘나디는 2002년 카이로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