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학자 도러시 존슨 본(Dorothy Johnson Vaughan, 1910~2008)은 당시 NACA였던 NASA에서 흑인 여성 계산원 그룹 웨스트 에어리어 컴퓨터스(West Area Computers)를 이끈 인물입니다. 그녀와 동료들의 이야기는 책이자 영화인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재능 있는 수학자
도러시 본은 애니(Annie)와 레너드 존슨(Leonard Johnson) 부부의 딸로, 1910년 9월 20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뒤 가족과 함께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으로 이주했습니다. 비처스트 고등학교(Beechurst High School)를 졸업한 후, 흑인 학생들에게 문호를 열어온 역사 깊은 윌버포스 대학교(Wilberforce University)에서 1929년 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교사들은 그녀에게 워싱턴 D.C.의 하워드 대학교(Howard University)로 진학해 공부를 이어가라고 권했지만, 1929년 대공황이라는 위기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젊은 나이에 교사 자리를 잡아야 했습니다. 도러시는 경력 초기에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에 따라 인종 분리가 엄격히 시행되던 버지니아주 팜빌(Farmville)의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1932년에는 하워드 S. 본 주니어(Howard S. Vaughan Jr.)와 결혼하여 여섯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웨스트 에어리어 컴퓨터스(West Area Computers)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방 및 연방 기관 내 인종 차별을 폐지했습니다. 전쟁의 승패가 하늘에서 갈릴 것이라 확신한 그는 수학자와 기술자의 채용을 장려했습니다. 또한 많은 남성들이 전장으로 떠나면서, 국가항공자문위원회(NACA, 훗날의 NASA)를 비롯한 여러 연방 기관은 여성들을 대규모로 채용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1943년, 도러시 본은 수학자로서 랭글리 연구센터(Langley Research Center)에 입사하여 웨스트 에어리어 컴퓨터스에 배치되었습니다. 이 그룹은 복잡한 계산을 손으로 직접 수행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치마를 입은 컴퓨터(computers in skirts)'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처음에는 백인 여성이 그룹을 이끌었으며, 이들은 백인 여성 그룹과 철저히 분리되어 별도의 화장실과 식당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차별에 대해 도러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었고, 바꿀 수 없는 것은 견디었다."
NASA에서의 경력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룹은 미국 우주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연구 업무를 계속했습니다. 1949년 웨스트 에어리어 컴퓨터스의 책임자가 사망하자 도러시 본이 그 후임으로 부서를 맡게 되었고, NACA에서 팀 리더십을 맡은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소속 여성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힘썼습니다. 수학자 캐서린 존슨(Katherine Johnson)도 한동안 그녀 밑에서 일하다가 랭글리의 비행연구부문(Flight Research Division)으로 옮겨갔습니다.
컴퓨터가 미래에 차지할 중요성을 간파한 도러시는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익혔고, 특히 과학 계산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포트란(FORTRAN, FORmula TRANslator)을 배웠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동료들에게도 이를 가르쳐 IT 분야로의 경력 전환에 대비하게 했습니다. 또한 스카우트(Scout) 로켓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우주 개발 사업에도 기여했습니다.
1958년 NACA가 NASA로 개편되면서 마침내 기관 내 인종 차별이 폐지되었습니다. 도러시는 수치기법부(Numerical Techniques Division)와 분석계산부(Analysis and Calculation Division)에서 계속 일했으며, 랭글리 연구센터에서 총 28년간 근무했습니다.
도러시 본은 1971년 은퇴했으며, 2008년 11월 10일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동료 캐서린 존슨과 메리 잭슨(Mary Jackson)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 히든 피겨스를 통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