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갈색왜성 주위 외계행성을 최초로 관측한 천체물리학자, 안 마리 라그랑주

태양계 바깥의 행성계를 전공하는 프랑스 천체물리학자 안 마리 라그랑주(Anne-Marie Lagrange, 1962년생)는 갈색왜성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을 최초로 직접 관측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2018년에는 독자들의 투표로 '노벨(NoB'Elle) 물리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열정

안 마리 라그랑주는 1962년 3월 프랑스 론알프(Rhône-Alpes)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 특히 수학과 물리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으며, 연습 문제를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며 풀었다고 합니다. 고등 교육을 계속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그랑제콜(Grandes Écoles) 준비반에 들어갔고, 1982년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에 입학했습니다. 원래 남학생만 받아오던 이 명문 학교에 여성이 처음 들어온 지 겨우 10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폴리테크니크에서 안 마리는 천체물리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순식간에 매료되었습니다. 학업 중에 아이를 낳는 등 큰 변화가 있었지만 공부와 사생활을 성공적으로 병행하며 1985년 졸업했습니다. 이후 파리 디드로 대학교(Université Paris-Diderot)에서 천체물리학 심화과정(DEA)을 밟았습니다. 인턴 과정에서 그녀는 국제 자외선 탐사 위성(IUE)이 기록한, 베타 픽토리스(Beta Pictoris) 별 표면으로 가스가 떨어지는 현상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연구를 박사 논문으로까지 발전시켜 1989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NAOS 개발

안 마리 라그랑주는 처음에 독일에 있는 유럽 남방천문대(ESO)에서 근무하며 '보상 광학(adaptive optics)'이라는 천문학 기술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대기 요동으로 인해 왜곡되는 파면을 실시간으로 보정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1990년 그르노블 천체물리학 연구소(LAOG)에 합류한 그녀는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결심하고 태양계 외 행성계 연구 그룹을 설립했습니다. 그 결과 지상 관측으로 얻은 베타 픽토리스의 최고 품질 이미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업적은 빠르게 인정받아 2000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책임자로 임명되었습니다. ESO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초거대 망원경(VLT)에 보상 광학 시스템을 장착하기로 결정했을 때, 개발을 총괄하는 중책도 맡았습니다. 5년간의 작업 끝에 2005년 NAOS가 정식 가동에 들어갔고, 뛰어난 성능 덕분에 특히 외계행성 관측이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이후 그녀는 외계행성 관측을 위해 VLT에 설치된 SPHERE 장비 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NAOS가 가동된 바로 그해, 안 마리는 갈색왜성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을 최초로 직접 관측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갈색왜성은 질량이 항성보다는 작지만 거대 가스행성보다는 큰 천체를 말합니다.

베타 픽토리스 b의 발견

2008년, 안 마리 라그랑주는 VLT의 NACO 시스템 데이터에서 질량이 큰 행성에 해당하는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이후 추가 관측 이미지들이 그녀의 발견을 확증했습니다. 바로 목성보다 약 9배 무거운 외계행성 '베타 픽토리스 b'였습니다. 그녀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베타 픽토리스 별 주위를 도는 이 행성은 초기에 발견된 외계행성들 가운데서도 모항성과의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가까워, 당시 알려진 어떤 외계행성보다 작은 공전궤도를 가진 천체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안 마리 라그랑주는 2010년 4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 슈발리에(기사)급을 받았고, 2015년 11월에는 오피시에(장교)급으로 승격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이렌 졸리오퀴리(Irène Joliot-Curie) 상 '올해의 여성 과학자'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3년 12월에는 프랑스 과학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프랑스물리학회의 장 리카르(Jean Ricard) 상을 수상하며 그 권위를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