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망디에서 남부 이탈리아로
로베르 기스카르(Robert Guiscard)는 프랑스 노르망디 공국 출신 인물 중 가장 걸출한 노르만 모험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1세기 중반, 가난한 소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로 건너갔고, 용병 생활을 거쳐 놀라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정복
기스카르는 비잔틴 제국과 롬바르드 세력이 판치던 남부 이탈리아를 무력으로 제압하며 아풀리아와 칼라브리아 지역을 차례로 정복했다. 1059년에는 교황 니콜라오 2세로부터 아풀리아·칼라브리아 공작 작위를 받으며 정복 사업의 정당성까지 확보했다.
또한 그는 동생 로제 드 오트빌(Roger de Hauteville)과 함께 아랍 세력이 지배하던 시칠리아 섬 정복 전쟁을 시작했고, 이는 훗날 시칠리아 백국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형은 대륙의 영토를, 동생은 시칠리아를 담당하는 분업 구조로 노르만 세력은 지중해 서부의 강자로 부상했다.
'정복자'의 유산
1085년 케팔로니아 원정 도중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기스카르는 비잔틴 제국의 황제 자리마저 노리며 지중해를 뒤흔든 인물이었다. 그의 아들 타란토의 보에몽(Bohémond de Tarente) 역시 제1차 십자군의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활약하며 아버지의 야심을 계승했다.
한때 이름 없는 귀족의 아들이었던 로베르 기스카르는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에 노르만 왕조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그가 시작한 정복 사업은 이후 시칠리아 왕국이라는 강력한 국가로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