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음료, 마사지. 벽에는 모딜리아니와 피카소의 그림이 걸려 있고, 다른 남자들은 출입 자체가 금지된 공간. 장인 앙투안의 살롱은 모든 여성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문이 쾅 닫혀 나가기 전까지는요. 과연 까다로운 천재 미용사를 만나러 갔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1920~30년대, 미용사의 왕 앙투안 드 파리(Antoine de Paris)가 가장 화려하게 이름을 날리던 시절, 모든 여성은 그가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머리를 빗어주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앙투안의 살롱을 찾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왕국은 아내 마리-베르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고객들이 만족하고 다시 찾도록 관리했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역시 앙투안 본인이었습니다. 살롱이 운영되는 조건은 오직 그가 정했으며, 그의 결정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1. 위생
미용왕에게 위생은 하나의 집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커트와 브러싱 전에 여성의 머리를 감아주는 최초의 미용사였습니다. 폼메이드에 끈적거리고 산패한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머리칼은 그에게 혐오감 그 자체였기에, 머리를 감지 않겠다는 고객은 정중히 거절당했습니다.

앙투안 시대 이전의 여성 헤어스타일: 정성껏 연출되었지만 세정되지 않은 머리 (사진: 저자 아카이브)
첫 번째 살롱에는 분수처럼 물이 흘러나오는 세면대를 설치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샴푸 행위를 하나의 케어 의식으로 승화시켰고, 새로운 두피 강화 트리트먼트를 끊임없이 개발했습니다. 이윽고 여성들은 앙투안의 세면대를 경험하기 위해 살롱으로 몰려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2. 시간 엄수
앙투안은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작업 시간 역시 존중받기를 요구했습니다. 늦음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약속 시간을 단 1분이라도 넘긴 여성은 줄 맨 뒤로 보내졌고, 심한 경우 방문 자체가 취소되었습니다. 당시 상원의원 마지노는 "앙투안은 여성들이 결코 지각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라고 말했습니다.
3. 절대 복종
살롱 안에서 결정권자는 언제나 앙투안이었습니다. 그는 고객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판단한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망설이는 여성에게는 부드럽게 설득을 시도했지만, 끝까지 버틴다면 출입문 밖으로 내보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피카소에게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명령할 수 없듯이, 누구도 나에게 머리를 자르고 빗는 방식을 지시할 권리가 없다."

앙투안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여겼으며, 변덕스러운 고객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여성에게 "그대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솔직히 말할 수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서비스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또한 변신 전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아이디어를 처음 도입해,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놀라운 변신 이야기는 파리 전역에 전설처럼 퍼져나갔습니다.
4. 두둑한 지갑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소중히 여겼기에, 그는 결코 헐값에 팔지 않았습니다. 앙투안의 살롱 방문에는 큰 비용이 들었지만, 원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그의 서비스를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자신은 프로모션이나 할인의 확고한 반대자였습니다. 공짜로 일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노동은 결코 평가받지 못한다고 믿었습니다. 아무리 특별한 신분의 고객이라도 반드시 값을 치러야 했습니다.

앙투안 공장의 화장품은 그의 살롱만큼이나 호화로워야 했다 (사진: M. Orzeszyn)
헤어 서비스 외에도 앙투안의 살롱은 종합 뷰티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고객들은 장인의 공장에서 생산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었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앙투안 – 현대 여성을 위한 기록(Antoine. Document pour la femme moderne)』도 발행했습니다. 저명한 미용사답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후원했기에, 살롱 벽에는 피카소와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부유한 고객들은 이를 구매할 수도 있었습니다.
5. 넉넉한 시간
앙투안을 방문하려면 하루 전체를 일정에 넣어두는 것이 좋았습니다. 장인과의 만남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세척만으로도 하나의 격식 있는 의식이었고, 특히 유명한 '달걀·럼 트리트먼트'는 숙련과 인내를 요하는 과정이라 시에르플리코프스카 부인의 면밀한 감독 아래 진행되었습니다.
직원이 실수하면 의식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후 앙투안이 등장해 적합한 헤어스타일을 찾는데, 이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여성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머리 모양과 눈동자 색, 피부 톤까지 꼼꼼히 살핀 뒤에야 어떻게 자르고 빗을지 결정했습니다.

웨일스 공의 연인 역시 앙투안이 만든 스타일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사진: 퍼블릭 도메인)
고객들은 세심한 케어를 받았습니다. 매니큐어, 페디큐어, 마사지, 피부 관리, 메이크업까지 제공되었고, 따뜻한 차와 차가운 음료, 칵테일이 서빙되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인근 고급 레스토랑에 식사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앙투안의 살롱에서는 여성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시간을 아낌없이 내고 그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 현명했습니다.
6. 관용
앙투안의 살롱에는 유행을 선도하는 인사들, 지식인, 귀족, 배우, 예술가, 그리고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부인들까지 모였습니다. 때로는 아내와 정부가 같은 자리에 앉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편견과 적대감을 문 밖에 두어야 했습니다. 살롱 안에서 그들은 넓은 홀에 함께 앉아 세척하고, 자르고, 빗는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는 원망이나 적개의 분위기가 있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치열한 라이벌조차 이곳에서는 전쟁의 도끼를 묻어두곤 했습니다. 고객은 살롱에 들어서는 즉시 파란색 가운(페니와)을 입어야 했는데, 이는 누구도 화려한 옷차림으로 두각을 나타내 부를 과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미용왕 앞에서 모든 여성은 평등했습니다.
7. 개인적 품위
앙투안은 여성의 무품위함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여성을 받들어 올리고 존경하며 그들의 아름다움에 세심했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예의를 갖추지 못한다면 살롱 문손잡이에 입을 맞추며 떠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여성에게 외모와 성품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그는 믿었습니다.
8. 잡담 금지
직원들은 고객과 사적으로 어울리는 것이 금지되었고, 철저한 비밀 유지가 요구되었습니다. 앙투안의 살롱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 안에 머물렀습니다. 이 규칙은 고객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애증의 미용사는 수다스러운 잡담을 혐오했고, 살롱의 일이 공개적으로 회자되는 것은 더욱 싫어했습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사람은 치욕을 당하거나 심지어 출입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앙투안과 함께할 특권을 잃는다는 상상만으로도 여성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9. 남자는 밖에서 기다렸다
연인이자 훗날 아내가 된 여성을 곁에 두기를 즐기던 윈저 공작조차, 앙투안의 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습니다. 사랑을 위해 왕위를 내려놓은 남자는 칸느 살롱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월리스가 준비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습니다. 때로는 그 시간이 꽤 길었는데, 공작부인과 미용사는 좋은 친구 사이라 패션과 예술에 대해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기 때문입니다.

작업 중인 장인 앙투안 (사진: 국립 디지털 아카이브, 퍼블릭 도메인)
부유한 신사들은 파리 캉봉가 5번지로 젊은 여인들을 데려와 앙투안에게 우아함과 세련됨을 더해달라고 부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살롱 문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다만 가끔 장인의 귀에 속삭일 수는 있었습니다. "제 아내 머리에 최근 해주신 그 스타일과 비슷하게 좀 해주세요."
10. 명성은 돈보다 위에
앙투안의 고객은 기막히게 부유하고 동시에 유명한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후자, 즉 '명성'에 뚜렷한 약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입에 담는 인물을 돌보기 위해서라면 재산가를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미용왕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유명인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곧 파리 전체의 화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는 속삭이는 광고보다 값진 것은 없다고 믿었습니다. 이미 돈은 넉넉하게 벌어두었으니, 그것을 가볍게 여길 여유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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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의 고객이 될 행운을 누린 여성들은 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들이 그에게 감사했던 이유는 '아름다워지는 선물'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여성에게 그는 자신 안에 잠재된 진짜 개성을 이끌어준 남자였습니다.
출처 및 더 읽을거리
미용사의 왕 앙투안의 커리어와 사생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마르타 오제시나(Marta Orzeszyna)의 책 『앙투안 시에르플리코프스키 – 미용사의 왕, 왕들의 미용사(Antoine Cierplikowski. The king of hairdressers, the hairdresser of kings)』(Znak Horyzont, 2015)를 참고하세요. 이 글은 저자가 책 집필 과정에서 수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