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서 새해는 주로 집정관(콘술)이 취임하는 날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신 마르스와 여신 유노를 기리는 축제가 열리던 3월 1일에 새해를 축하했지만, 훗날 그 날짜는 1월 1일로 옮겨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로마가 제국으로 발전하기 전, 고대 로마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했을까요?
로마인들에게 새해는 지극히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왕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에 따르면, 새해는 겨울이 걷히고 자연이 서서히 생기를 되찾는 3월 1일에 해당했습니다. 봄의 첫 바람이 불어오면 '영원한 도시' 로마도 함께 정화되었습니다. 이날 로마 역법에서는 마르스와 유노를 기리는 축제가 열렸으며, 일 년 중 유일하게 베스타 신전의 신성한 불을 껐다가 다시 지피는 의식이 거행되기도 했습니다. 새해에 로마가 번영을 누리도록 기원하는 의식이었습니다.
신성한 불과 도시의 정화
마르스를 기리는 축제는 무려 24일간 이어졌는데, 그중 가장 장관을 이룬 것은 이 시기 세 차례 열린 살리이(Salii)의 전쟁 의식 무용이었습니다. 살리이는 마르스의 사제단을 일컫는 이름입니다. 후기 청동기 시대 갑옷을 갖춘 남자들이 검으로 방패를 두드리며 도시 전역을 행진하는 의식 무용을 펼쳤고, 특정 장소마다 멈춰 서서 피리 소리와 노래에 맞춰 행렬의 의식 동작을 춤으로 선보였습니다.
이 의식은 오늘날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전쟁 시즌을 앞둔 병사들의 준비 의식이라는 설, 도시에서 악령을 쫓아내는 주술 행위라는 설, 곡식의 성장을 돕는 마법적 기원이라는 해석까지 존재합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이 의식이 시민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살리이 단원이었던 아프리카누스 스키피오는 기원전 190년 헬레스폰트 해협을 건너는 원정을 이 의식 때문에 한 달이나 연기해야 했습니다.

자매인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가 자결한 뒤, 안나 페렌나는 카르타고를 떠났다.
같은 시기 도시에서는 유노를 기리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유노는 출산과 성생활, 결혼 등 여성의 삶을 관장하는 여신입니다. 신화에 따르면 유노는 마르스의 어머니이기도 한데, 마르스는 3월 1일에 태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에스퀼린 언덕의 유노 신전에서 열린 축제에는 오직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참가자들은 머리를 풀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헤쳐야 했습니다. 상징적이라도 임신과 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르비우스 툴리우스 왕 시대부터는 아이가 태어나면 신전에 동전 하나를 바치는 관습이 있었는데, 덕분에 로마 당국은 도시의 인구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 화폐에 새겨진 안나 페렌나의 모습
만물은 흐른다(Panta rhei) — 하지만 확실히 하는 편이 좋으니
고대 로마인들은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래서 매달 이데스(Ides) 날에 안나 페렌나(Anna Perenna)를 기리는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 여신은 '해(年, annus)'의 의인화이자 세월의 연속성(perennis)을 지키는 존재로, 로마 건국 신화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한 신화에서 안나 페렌나는 늙은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평민들이 증세에 반발해 성산으로 떠났을 때, 그녀는 반란군들에게 빵을 팔아 굶어 죽지 않도록 구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 그녀는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의 자매로 나옵니다. 연인 아이네이아스가 유피테르의 명에 따라 자신을 버리고 떠나자 디도는 자살했고, 안나 페렌나는 조국을 등지고 라티움으로 건너갔습니다. 훗날 아이네이아스와 재회한 그녀는 그의 아내 라비니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질투에 불탄 아내에게 쫓겨난 그녀는 근처 시내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강의 신이 그녀를 자신의 님프 무리에 받아들였다고 전해집니다.
바로 이런 연유로 그녀를 기리는 축제는 강가에서 열렸습니다. 축제 때면 온 가족이 티베르 강변의 숲에 모였습니다. 오비디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남녀가 짝을 이루어 숲 곳곳으로 흩어져 잔치를 벌였고, 소원하는 수명만큼의 잔을 기울였습니다. 축제장에는 새해 번영을 기원하는 노래와 춤이 어울렸고, 공기 중에는 짙은 정욕이 감돌았습니다. 이날의 애정 어린 분위기를 시인 마르티알리스는 이 숲이 "처녀의 피로 그 맛을 낸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 로마의 고대 플라미니아 가도(Via Flaminia)에서 진행된 구조 발굴 조사에서 직사각형 분수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분수는 기원전 4세기부터 서기 6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분수 내부와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위에서 묘사한 풍습을 고스란히 입증해주었습니다. 더욱이 안나 페렌나의 숲은 마법 의식의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발견된 유등, 청동 그릇, 저주판, 인형을 담은 납 용기 등은 이곳에서 선한 주술과 악한 주술이 모두 행해졌음을 보여줍니다.
로마의 새해 축하는 처음에는 자연의 순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 본질과 의미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너무나 깊이 뿌리내려 있어서, 새해가 1월 1일로 옮겨진 뒤에도 그 흔적은 살아남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에도 그 잔재를 엿볼 수 있는데, 물론 우연일 수 있습니다. 술이 넘치던 안나 페렌나 축제의 정취가, 같은 시기인 3월 17일 성 패트릭 데이의 활짝 터진 음주 문화에 닿아 있는지는 미지수니까요.

로마 포룸의 베스타 신전에서는 신성한 불이 일 년 내내 꺼지지 않고 타올랐으며, 일 년에 단 한 번 — 3월 1일에만 꺼졌다가 로마의 번영을 기원하며 의례적으로 다시 지펴졌다.
참고 문헌
- J. Horowski, "New Year in Ancient Rome", Filomata 1934, L.56.
- G. McIntyre, S. McCallum, "Uncovering Anna Perenna: A focused study of Roman Myth and Culture", London 2019.
- M. Piranomonte, "The Discovery of the Fountain of Anna Perenna and its influence on the study of Ancient Magic", Archeopress Publishing LTD, Oxford 2015.
- M. Piranomonte, F. M. Simón, "The daemon and the nymph: Abraxas and Anna Perenna", Bolletino di Archeologia on Line, volume Speciale, Rome 2008.
- W. Warde Fowler, "The Roman Festivals of the period of the Republic: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the religion of the Romans", Port Washington, N.Y./London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