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와 여성 모두 열광한 전략 보드게임. 전술, 심리전, 직관 — 바로 이 게임 덕분에 우리는 예술·정치·문화에서 일어난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하필 '왕의 게임'이라 불릴 만했던 체스의 신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오늘날 체스의 고향은 인도로 여겨진다. 이미 서기 6세경 인도에서는 '차투랑가(chaturanga)'라 불리는 게임이 널리 즐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 유물 자체는 중동에서 발견되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차투랑가는 힌두 라자(번왕)들이 외교 선물로 페르시아 궁정에 전하면서 알려졌다. 비교적 빠르게 페르시아식 '차트랑(chatrang)'으로 변모했고, 아랍 제국이 페르시아를 정복한 뒤에는 '샤트란지(shatranj)'로 이름을 바꿨다. 이 독특한 오락은 8~9세기 무렵 유럽에 전해져 근대 체스의 원형이 되었다.
궁정에서 벌어진 전쟁
게임 규칙을 한층 더 다듬고 기물의 이동 방식을 정립하며 캐슬링이나 체크메이트 같은 개념을 명확히 한 것은 유럽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다만 구대륙 사람들이 아랍 체스 기사들의 성과를 오랫동안 누려왔다는 점 또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체스에 대한 진짜 유행은 르네상스 시대에 일어났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큰 호응을 얻었으며, 16세기와 17세기가 교차하는 무렵 절정에 달했다. 흥미롭게도 1564년에는 얀 코하노프스키가 단순히 '체스'라는 제목의 독창적인 시를 발표했는데, 이는 폴란드 문학 사상 왕의 게임 전체를 다룬 최초의 작품이었다.

체스 붐은 르네상스 시대,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본격화되었다.
개별 기물에 담긴 전쟁의 상징성은 인도 체스 변형에서 이미 존재했다. 왕과 재상, 두 마리의 코끼리, 전차와 말, 그리고 보병(폰)이 등장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군사적 이미지는 중세와 르네상스 유럽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체스는 왕족 교육서의 필수 목록에 오를 만큼 위상이 높았다. 재상 자리는 왕비(퀸)가 대신했고, 코끼리는 주교(비숍)로, 전차는 탑(룩)으로 변신했다. 조아키노 그레코, 루이 로페즈, 알레산드로 살비오 같은 저명한 이론가이자 기사(棋士)들의 분석 덕분에 게임의 권위는 더욱 확고해졌다.
챔피언십 토너먼트
전략, 전술, 직관, 계산… 유럽 르네상스 시기 체스 명수들의 대결은 점점 더 많은 사회 집단의 관심을 끌었다. 클럽과 협회가 생겨났고, 때때로 토너먼트가 열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게임은 위상을 잃기는커녕 오히려 문화적 중요성을 더해갔다.
국제 무대에는 최초의 챔피언들, 이른바 체스의 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의 하워드 스탠턴,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프랑스의 루이 드 라 부르도네, 독일의 아돌프 안데르센, 미국의 폴 모피가 그 주인공이다.

하워드 스탠턴과 피에르 생장(생타망)의 대국
1886년에는 폴란드계 독일 유대인 체스 기사 요하네스 주케르토르트와 미국에서 활약한 빌헬름 슈타이니츠 사이에서 최초의 공식 월드 타이틀 매치가 열렸다(승자는 슈타이니츠). 이 대결은 특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체스를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의 거물과 권력자들이 즐기는 분야인 것이다.
프랑스의 샤를 7세는 정부(情婦) 아녜스 소렐과 체스를 두었다고 전해진다. 러시아 차르들도 이 오락의 진정한 애호가였다. 이반 뇌제는 체스 대국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며, 표트르 대제는 체스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스스로 나무로 기물과 폰 세트를 만들 정도였다.
천재 로봇과 정치 게임
열렬한 플레이어였지만 특출나게 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그는 대국을 위해 유명한 카페 드 라 레장스(Café de la Régence)를 찾았다. 프랑스 황제는 이른바 '터키인(Mechanical Turk)', 즉 헝가리 출신 엔지니어 볼프강 폰 켐펠렌이 만든 천재 기계와 한 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장치 안에는 실제로 재능 있는 체스 기사가 숨어 있었다. 요한 알가이어나 알렉상드르 데샤펠 같은 인물들이 이 기만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계 터키인은 벤저민 프랭클린은 물론, '모든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수학자 찰스 배비지 같은 인물들과도 대국을 벌였다.
마키아벨리와 리슐리외 추기경 같은 정치가·사상가들은 물론, 좀 더 근대에는 레닌, 마르크스, 카스트로도 체스판 앞에 앉았다. 예카테리나 2세(차리나 카타르지나)와 얀 3세 소비에스키는 물론 윈스턴 처칠, 교황 레오 10세,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레프 톨스토이 역시 왕의 게임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참고 문헌
- 리트마노비치(Litmanowicz), 기지츠키(Giżycki), 『체스 A to Z』 1권, Sport i Turystyka 출판사, 바르샤바 1986.
- 후이징거(Huizinga), 『중세의 가을』, Vis-á-Vis / Etiuda 출판사, 2016.
- 차이코프스키(Czajkowski), 노비츠키(Nowicki), 『체스의 세계로 가는 세 걸음: 왕의 게임의 원칙과 뉘앙스』, BIS 출판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