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미국 CBS는 기존 연속극 〈캐피톨(Capitol)〉을 폐지하고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을 새로운 작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윌리엄 벨(William J. Bell)과 리 벨(Lee Phillip Bell) 부부의 대본에서 찾았습니다.
부부가 내놓은 대본의 제목은 〈래그스(Rags)〉로, 패션업계의 이면세계와 가족사를 동시에 다루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달라스(Dallas)〉나 〈다이너스티(Dynasty)〉 같은 화려한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라, 이 소재는 CBS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영된 연속극 중 하나입니다.
제목을 〈더 볼드 앤 더 뷰티풀(The Bold and the Beautiful)〉로 바꾸는 등 몇 차례 수정을 거친 뒤, 1987년 3월 23일 미국의 가정마다 오늘날 아이코닉이 된 색소폰 오프닝 선율이 울려 퍼졌습니다. 포레스터 패션하우스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새로운 시청자들을 스크린 앞으로 모셔왔고, 사람들은 점점 더 얽히고설키는 주인공들의 운명을 숨 죽이며 지켜보았습니다.
핵심은 극단적인 드라마
수없이 반복되는 결혼, 이혼, 재혼, 음모, 스캔들, 죽음, 살인, 부활, 배신, 그리고 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관계까지—그 모든 것이 화려한 럭셔리 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터무니없음은 해가 거듭될수록 심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시청자는 더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는 제작진의 의도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윌리엄 벨은 "가능한 한 자주, 최대한 많이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 볼드 앤 더 뷰티풀〉은 스토리뿐 아니라 연속극 장르의 표본이 되기도 했습니다. 늘어지는 대사, 깊이가 부족한 연기, 여러 회에 걸쳐 끌리는 전개는 공공연하게 비판과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백미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소위 SORAS(Soap Opera Rapid Aging Syndrome), 즉 연속극 속 급성장 증후군입니다.

〈더 볼드 앤 더 뷰티풀〉의 론 모스(Ronn Moss)와 캐서린 켈리(Katherine Kelly)
SORAS란 등장인물의 자녀들이 태어나 잠깐 화면에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귀여운 유아로 잠시 모습을 드러낸 뒤 다시 사라졌다가, 청소년이나 젊은 어른으로 돌아오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실제 나이와 전혀 맞지 않는 부모 곁에서 화려한 직장 생활과 연애를 공식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기법은 이미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진 가족관계를 한층 더 꼬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남자들의 마음을 홀리는 진짜 펨므파탈, 브룩(Brooke)은 친딸의 남자친구를 딸에게서 빼앗아 자신의 연인으로 삼는 등 파격적인 서사도 가능해졌습니다.
한편 SORAS는 무엇보다 연속극의 주력 시청층, 즉 상당수가 가정주부인 시청자들을 겨냥한 장치였습니다. 이들에게 연속극은 일종의 도피처입니다. 이들은 현실의 반영을 찾아 이런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시청합니다. 따라서 자녀 양육 같은 소박한 주제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열풍에 빠진 것은 미국의 가정주부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작품은 약 140개국에서 방영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속극으로 꼽히며, 기록적인 시청률 덕분에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폴란드에서도 수년간 포레스터 가문의 화려한 운명을 함께해온 두터운 팬층이 형성되었습니다.
폴란드를 휩쓴 신드롬
〈더 볼드 앤 더 뷰티풀〉은 폴란드 TV 화면에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했습니다. 첫 회는 1994년 9월 5일 방영되었으며, 이후 월·수·금 주 3회 오전 8시에 방송되고 오후 4시에 재방송되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216화부터 방영을 시작해 해당 에피소드에 '1화'라는 번호를 붙였지만, 이는 짧은 시간 안에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전성기에는 2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시청했고, 꾸준한 시청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포레스터 가문의 이야기가 폴란드 방송국에 등장했을 때, 폴란드는 공산주의 시대의 몽상에서 막 깨어나 '서양적인' 모든 것에 대한 갈망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폴란드 사람들에게 동화 같은 현실을 보여주며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름다운 여인들, 우아한 신사들, 부유하고 화려한 저택의 인테리어, 그리고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이 그것입니다.
드라마 방송 시간에 맞춰 출근길을 서두르거나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미용실에서는 고객들이 브룩 스타일로 머리를 손질해 달라고 요청했고, 커피 타임마다 지난 회와 다음 회 이야기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많은 이들에게 매일의 의식이자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쉼표가 되었습니다.
느린 전개와 수많은 플래시백, 회상 장면도 폴란드어 제목 〈모다 나 수체스(Moda na sukces, 성공을 위한 패션)〉의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줄거리를 빠르고 쉽게 따라갈 수 있었죠. "언제든 〈모다〉를 틀면 짧은 시간 만에 모든 사건을 파악할 수 있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지만,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 성공의 열쇠 중 하나였습니다.
인터넷 발달도 열풍에 불을 지폈습니다. 팬클럽과 팬 페이지, 인터넷 포럼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사람들은 지난 이야기뿐 아니라 앞으로의 전개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2010년 당시 〈더 볼드 앤 더 뷰티풀〉 출연진
방송 일정이 변경된 이후에도 폴란드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행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드라마 방영이 더 앞서 진행되던 해외 거주 동포들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의 폴란드 내 신드롬이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동화의 끝인가?
21세기 첫 10년의 후반부부터 이 연속극의 인기는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에서 포레스터 가문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결국 TVP는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과 과도한 판권 비용을 이유로 방영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2008년 당시의 포레스터 가족
〈모다 나 수체스〉의 마지막 6047회는 2014년 12월 9일 방영되었습니다. 이후 이 드라마는 다른 채널과 VOD 플랫폼을 통해 이어졌지만, 폴란드에서 시청률은 계속 하락했고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 문제는 세계 다른 지역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원조의 고향 미국에서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2022년 3월 14일, CBS는 〈더 볼드 앤 더 뷰티풀〉 시즌 35의 119회를 방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