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헬라이케: 잃어버린 도시가 아틀란티스 전설의 원형이었을까?

그리스 폴리스 헬라이케는 플라톤이 처음 묘사한 이상향의 땅, 즉 아틀란티스의 영감이 된 곳으로 여겨집니다. 아틀란티스에 관한 여러 가설 중 하나지만, 학계에서는 특히 주목받는 이론입니다. 과연 우리는 침몰한 문명의 미스터리 앞에서 이미 해답을 찾고 있던 걸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아틀란티스의 실제 원형이 바로 헬라이케(Helike)라고 믿습니다. 아틀란티스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의 대화편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 등장하는데, 플라톤은 기원전 360년, 즉 헬라이케 시민들이 겪은 참사로부터 불과 13년 후에 이 잃어버린 문명에 대한 첫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헬라이케는 코린토스 만 남쪽 해안,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습니다. 기원전 4세기 헬라이케는 풍부한 부를 자랑하며 최초의 아카이아 동맹을 구성한 12개 폴리스의 맹주였습니다. 소아시아 연안의 해외 식민지 프리에네, 남부 이탈리아의 시바리스 등도 헬라이케에 속해 있었습니다.

포세이돈의 저주

헬라이케가 자리한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유럽에서 가장 지진 활동이 활발한 곳 중 하나입니다. 이 일대에서는 4천 년 넘게 지진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폴리스는 포세이돈을 수호신으로 삼았습니다. 헬라이케에 있던 포세이돈 신전은 코린토스 만 건너편 델포이의 신탁처럼 큰 명성을 누렸습니다.

모든 것이 바뀐 것은 기원전 373년 어느 겨울밤이었습니다. 재난 5일 전, 헬라이케 주민들은 쥐와 뱀을 비롯한 동물들이 해안에서 높은 지대로 몰려 올라가는 광경을 놀라운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다섯째 날 밤, 하늘에는 '거대한 불기둥'이 타올랐고, 이어서 강진이 닥쳤으며 높이 10미터에 달하는 쓰나미가 몰아쳤습니다.

헬라이케: 잃어버린 도시가 아틀란티스 전설의 원형이었을까?

물결은 폴리스 전체와 인근 지역, 그리고 항구에 정박해 있던 스파르타 함선 10척을 집어삼켰습니다. 재해 후에는 포세이돈 신전 숲의 나무 꼭대기만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집니다. 인근 폴리스 부라 역시 파괴되었고,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대참사를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의 분노 탓으로 돌렸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포로스(poros)' 속에 가라앉은 포세이돈 동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당초 학자들은 이 단어를 코린토스 만의 바다로 해석했습니다). 또한 파우사니아스와 오비디우스는 물속에서 여전히 보이는 헬라이케의 유적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프로젝트 헬라이케

1861년 고고학자들은 헬라이케에서 포세이돈의 머리가 새겨진 청동 화폐를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후 추가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 자연재해로 인해 해안 13km 구간이 약 2미터 깊이로 물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코린토스 만의 바닷속에서 헬라이케 유적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다준 것은 도라 카츠소풀로(Dora Katsonopoulou)가 이끈 '프로젝트 헬라이케'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988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던 1995년 6월,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해 인근 아이기오에서 10명, 엘리키에서 1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스티븐 소터(Steven Soter)는 이 재해 직전에 벌어진 각종 현상에 대한 보고서를 수집한 뒤, 그것들이 고대인들이 헬라이케 참사 이전에 목격했다는 이야기들과 놀랄 만큼 일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기의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몰아치는 바람 같은 소리가 들렸고, 하늘에는 '화염구'(지진광)가 나타났으며, 지하에서 폭발음이 울렸다는 것입니다.

헬라이케: 잃어버린 도시가 아틀란티스 전설의 원형이었을까?

2001년, 고전기(그리스 고전 시대) 유적이 내륙 쪽으로 거의 1킬로미터에 걸쳐 발견되었습니다. 바다 쪽으로 휘어진 성벽 일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유적은 기원전 373년에 파괴된 헬라이케의 잔해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토기 조각, 테라코타 우상, 그리고 시키온에서 주조된 월계관을 쓴 아폴론 형상의 은화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기원전 2600~2300년경의 유물들도 함께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조사 결과, 이 지역 최초의 정착지는 기원전 2000년경 자연재해로 인해 바다에 잠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헬라이케는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나 바다에 삼켜진 도시였던 셈입니다.

헬라이케는 세계기념물재단(World Monuments Fund)에 의해 잠재적인 지진 위험 등을 이유로 '멸종 위기에 처한 100대 문화유산' 목록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침몰의 전설 속에서 살아남아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도시는, 아틀란티스 신화가 완전한 허구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우리에게 조용히 상기시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