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에서 악마가 태어났다? 1920년 크라쿠프를 발칵 뒤집은 소동
대통령궁 앞에 운집한 격렬한 시위 군중?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1920년 6월 25일, 폴란드 크라쿠프의 한 분만 클리닉 대문을 습격한 군중과 비교하면 말이다. 그들에게는 나름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젊은 유대인 여성이 그곳에서 뿔과 발굽을 달은 '진짜 악마'를 낳았다는 소문이 도시 전체에 퍼진 것이다.
이 기이한 사건은 소문이나 헛담을 경계하던 사회주의 계열 일간지 『전진(Naprzód)』이 다음 날 상세히 보도하면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집단적 히스테리가 얼마나 기이한 형태로 번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를 뒤흔든 감탄스러운 소문
『전진』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며칠째 도시에는 한 산부인과 클리닉에서 뿔과 발굽, 꼬리를 달린 악마가 태어났다는 감탄스러운 소식이 파다했다.
어제 아침부터 코페르니쿠스 거리의 분만 클리닉 앞에는 악마를 직접 보겠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군중 속에는 우아한 차림새의 숙녀들도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큰소리로 자신이 악마를 두 눈으로 직접 보았노라고 주장했다. 악마는 1층 진료실에 쇠사슬로 묶여 있으며, 가까이 다가가는 자라면 누구든 물어버릴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크라쿠프의 악마는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악마들과 닮았을까?
화요일에 악마에게 세례를 주려 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런데 마침 번개가 구름을 찢으며 치솟았고, 세례를 집행하려던 사제의 손에서 성수반이 떨어져 나갔다. 의사들은 결국 악마를 독살하기로 하고 가장 강력한 독약을 먹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약을 삼킨 악마는 오히려 더 불만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발굽으로 불꽃을 튀겼다고 한다.
흥분한 상상력을 지닌 군중은 점점 불어나더니 마침내 클리닉 대문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병원 직원과 의사들이 설득해도 여성들은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며 고집을 부렸다.
거절당하고 이런 일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자, 군중 사이에는 병원 원장이 악마의 어머니 가족에게 뇌물을 받고 집안의 스캔들을 덮어주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오후가 되자 군중은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경비원은 분만 클리닉에 악마 따위 없다며 욕설까지 퍼부었고, 군중은 성 라자루스 교회와 성 루드비크 교회로 흩어져 악마를 찾아나섰다. 오랜 수색 끝에 군중은 다시 산부인과 클리닉으로 되돌아왔고, 이번에는 '지옥'이라 불리는 그곳에 들여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코페르니쿠스 거리 23번지에 있던 클리닉. 바로 이곳이 '악마의 출생지'였다(사진 SKOZK, www.skozk.krakow.pl).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든, 20세기에는 악마가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설명해 왔지만 군중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군중 사이에는 악마가 구급차로 기차역에 옮겨져, 여객열차에 실려 베를린의 인류학 연구 시설 중 한 곳으로 보내져 표본으로 보관될 것이라는 소식까지 퍼졌다. 경찰이 군중을 해산시켰음에도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길거리에 머물며, 지나가는 차창으로라도 그 악마를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기다렸다.
이 기이하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미하우 로제크(Michał Rożek)가 전간기 언론 아카이브에서 발굴해낸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필체로 읽는 재미를 더한 크라쿠프 관련 진기한 이야기 모음집 『크라쿠프의 신화(Krakowska mitologia)』의 저자이기도 하다.
출처
이 글은 과거 언론에 실린 기이한 소식과 놀라운 일화, 흥미로운 과거의 단편들을 짧게 소개하는 코너로, 하나의 출처에 기반한 3분 분량의 읽기거리다. 이 글은 다음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 미하우 로제크(Michał Rożek), 『크라쿠프의 신화』, Salwator 출판사, 크라쿠프 2008, 204~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