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절반을 지배하던 '폴란드 제국'의 시대
유럽 절반이 한 나라의 지배 아래 있고, 그 나라의 언어가 세계 외교의 공용어로 통용되며, 흰색과 붉은색 깃발 앞에서 이국 군대들이 전율하던 시대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바로 '폴란드 제국'의 시대입니다.
폴란드가 유럽 최대 국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폴란드인이 바다로 여행을 떠나면 "어느 바다로 가십니까?"라는 질문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폴란드는 베를린의 최초 통치자였고, 모스크바의 왕좌에 올랐으며, 크림반도는 물론 멀리 카리브해의 요새까지 소유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폴란드의 영토는 세계 사방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영광스러운 역사를 잊고 말았을까요?
대(大)폴란드의 국경은? 원하는 곳 어디든!
카파(현 케르치), 쿠를란트, 감비아, 토바고... 이 지명들은 폴란드와는 거리가 먼 곳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곳들은 모두 폴란드 초강대국의 영향권에 속해 있었습니다. 중세부터 18세기까지 폴란드인들은 리보니아, 스피슈, 크림, 몰도바, 스웨덴,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싸워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제국'이라는 용어는 지금까지 우리 역사 서술 속에서 자취를 감춰 왔습니다.

잊혀진 초강대국,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실체
16~17세기 전성기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약 10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영토와 1,1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유럽 최대 국가였습니다. 프로이센 공국의 호엔촐레른 가문은 폴란드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봉신이었고, 러시아의 '혼돈의 시대'에는 지그문트 3세 바사의 아들 브와디스와프가 모스크바 차르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도 있습니다. 연방의 봉신국이었던 쿠를란트-젬갈렌 공국은 아프리카 감비아의 세인트앤드루스 섬과 카리브해의 토바고 섬에 식민지를 건설했습니다. 즉, 폴란드의 깃발은 유럽을 넘어 대서양 양쪽에서도 휘날렸던 것입니다.
역사학자 미하우 모리스-트바로프스키(Michał Morys-Twarowski)는 실패와 좌절로만 가득한 비관적 역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참담한 지정학적 위치'와 '위험한 이웃 나라'라는 익숙한 서사는 이제 과감히 내려놓을 때입니다. 저자는 폴란드가 진정한 초강대국이었던 시대를 대담하고 생생하게 재조명합니다. 이제야 그 영광을 인정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