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발을 땅에 딛고 설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힘이니까요. 그런데 이토록 익숙한 힘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무려 수백 년 동안 골머리를 앓아 왔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 마르테인 반 칼름하우트(Martijn van Calmthout)는 바로 이 주제에 관한 훌륭한 책 『에흐트 스바르(Echt Zwaar)』를 통해 그 이유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파리 팡테옹에서 흔들리는 푸코 진자
파리 팡테옹(Panthéon)에는 푸코 진자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긴 밧줄 끝에 매달린 추가 바닥에 닿지 않은 채 왔다갔다 운동하는데, 잠시 관찰하고 나면 바닥이 진자를 기준으로 조금씩 회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장치는 곧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발명품입니다. 푸코 진자는 전 세계 여러 곳에 있지만, 파리의 것이 가장 인상적인데요. 그 규모도 그렇지만, 발명가 레옹 푸코(Léon Foucault) 본인이 직접 이 진자를 매달았다는 역사적 의미 때문입니다.
『에흐트 스바르』에서 이 프랑스인 과학자는 핵심 화자 역할을 맡습니다. 팡테옹의 진자 곁에서 반 칼름하우트는 푸코에게 물리학이 중력과 어떻게 씨름해 왔는지 하나하나 들려줍니다. 푸코는 물론 실존 인물이지만 1868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허구의 등장인물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장치는 놀랄 만큼 잘 작동합니다. 저자는 독자의 손을 잡고, 지금까지 중력에 대해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졌는지 전문성과 열정을 담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갑니다. 그리고 배경에서는 푸코 진자가 묵묵히 흔들리는 것이죠.
익숙한 주제, 낯선 이야기
폭스크란트(Volkskrant)지 출신 저널리스트가 고른 소재는 참으로 절묘합니다. 중력은 모두가 알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저자는 중력에 대한 가장 중요한 통찰과 이론들을 다루며, 그 과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현대 네덜란드 물리학자 에릭 베를린더(Erik Verlinde)까지 차례로 등장시킵니다.
책에는 델프트(Delft)의 이야기도 자리를 차지합니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시몬 스테빈(Simon Stevin, 1548~1620)이 신교회(Nieuwe Kerk) 탑에서 수행했다는 낙하 실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또한 TU 델프트 등에서 활동한 지구물리학 교수 펠릭스 베닝 메이네츠(Felix Vening Meinesz, 1887~1966)도 조명됩니다. 그는 탐사 여정에 늘 상자 하나를 들고 다녔는데, 반 칼름하우트는 이를 '진정한 보물 상자'라고 부릅니다. 상자 안에는 공해상에서 측정한 중력 기록과 노트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베닝 메이네츠는 직접 제작한 측정 장치를 통해, 해저 지형 위에서 중력 값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불룩하고 움푹한 '구겨진 건포도 빵'
그 비결은 지구를 '볼록한 곳과 움푹한 곳이 있는 구겨진 건포도 빵'처럼 상상하는 데 있습니다. 지구의 내부 구조는 완벽하게 대칭적이지 않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중력이 다른 곳보다 약할 수도 강할 수도 있는 것이죠.
바로 이런, 잘 알려진 주제에 얽힌 비교적 생소한 일화들이 이 책을 그토록 흥미롭게 만듭니다. 반 칼름하우트는 중력에 대한 적절한 이야기를 골라 독자에게 자신의 열정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필요한 깊이까지 함께 전달해 줍니다. 중력이라는 가장 익숙한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이 훌륭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