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북쪽 하늘의 한 별과 행성에는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과 '야경(Night Watch)'이라는 공식 이름이 붙었다. 네덜란드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된 이름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수많은 별들의 이름은 대체 누가 붙이는 걸까?
12월 17일부터는 부탄어로 '행복'을 뜻하는 '가키드(Gakyid)'를 번역한 '해피니스(Happiness)'라는 별도 등록되었다. 에티오피아어 '부나(Buna)', 즉 '커피'라는 이름의 별도 있다. 심지어 '프란츠(Franz)'라는 별 주위를 도는 행성 '시시(Sissi)'도 존재한다. '미피(Miffy)'라는 행성이 등록될 뻔하기도 했다.
지난달 한 달 동안만 200개가 넘는 별과 외계행성에 새 이름이 붙었다. 천체 명명 업무를 맡고 있는 국제천문연맹(IAU)은 창설 100주년을 맞아 100여 개국 대중이 별과 행성의 이름을 직접 뽑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행성으로는 '미피', 별로는 '마더 플루이스(Mother Pluis)'를 골랐다. 그러나 두 이름이 이미 등록상표였기 때문에 담당 위원회는 등록을 망설였고, 결국 네덜란드의 유명 회화 두 점에서 따온 '별이 빛나는 밤'과 '야경'이 각각 별 HAT-P-6과 행성 HAT-P-6b의 공식 명칭이 되었다. 새로 명명된 별과 행성의 전체 목록은 IAU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중 참여 방식의 이름 짓기는 즐겁지만,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별, 행성, 혜성, 소행성, 크레이터, 은하가 이름 없이 살아가거나 번호로만 불리고 있다. 과거에는 천문학적 이름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앞으로는 누가 그것을 결정할까? 그리고 별에게 과연 이름이 필요할까?
카탈로그의 시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알려진 행성이 몇 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단순했다. 지금 사용되는 행성 이름들도 그 시절부터 내려온 것이다. 수성(Mercury), 금성(Venus), 화성(Mars), 목성(Jupiter), 토성(Saturn)은 모두 로마 신들의 이름이다. 훗날 18세기와 19세기에 발견된 천왕성(Uranus)과 해왕성(Neptune) 역시 각각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서 따왔다. 반면 '지구(Earth)'라는 이름은 조금 특별한데, 훨씬 오래된 단어로 '땅'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이름이 붙은 별은 육안으로 보이는 수천 개 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늘날에도 쓰이는 시리우스, 베가, 베텔게우스 같은 이름들은 대부분 그리스어, 라틴어 또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다.
하늘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늘면서 체계적인 명명법의 필요성이 커졌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바이어(Johannes Bayer)의 '바이어 명명법'이 대표적이다. 1603년 그는 그리스·라틴 문자와 별이 속한 별자리 이름을 조합해 1,500개가 넘는 별을 기록했다. 알데바란이 바로 α Tauri인데, 이는 황소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는 뜻이다.
영국 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의 카탈로그도 1725년(그의 사후) 출간되었는데, 비슷한 방식으로 별자리와 함께 일련번호를 매겼다. 그 외에도 수많은, 다소 생소한 카탈로그들이 공존한다. 예컨대 베텔게우스는 α Orionis, HR 2061, BD +7 1055, HD 39801, SAO 113271, PPM 149643 등으로도 불린다.
혼란스러운 이름 난립
하나의 별에 일곱 개씩이나 다른 이름이 있는 건 편리하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발음 가능한 이름을 가진 유명 별들 사이에서는 표기법마저 난립했다. 천문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포말하우트(Fomalhaut)라는 별 하나에만 서른 가지가 넘는 표기가 존재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IAU는 2016년 명확한 표기를 만드는 전담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천문학자 에릭 마마젝(Eric Mamajek)이 이 워킹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별과 그 행성들의 이름에 대해 처음으로 국제적인 '정책'이 생긴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지난 100년간 IAU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위성, 소행성, 달 크레이터의 이름에 대해 합의해 왔다. 외계행성이 계속 발견되면서 명확한 이름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어떤 이름과 표기를 선택해야 할까? 워킹그룹은 다양한 문화권의 별 이름을 활용하고자 노력했다고 마마젝은 말한다. "항상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많은 문화권에서 그들의 천문 전통에 관한 문헌을 찾기가 어려웠다. 또 어떤 문화권은 개별 별이 아니라 별자리(의 일부)에만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많은 별 이름을 가진 문화는 드물고, 적은 별 이름을 가진 문화는 많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밝은 별들에 이름이 붙었다."
결국 어떤 별에는 여러 이름이 붙어 있고, 반대로 같은 이름이 서로 다른 별에 쓰이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국제 천문학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이 기준이 되었고, 같은 이름이 여러 별에 쓰이는 경우엔 워킹그룹이 개입했다.
2018년 워킹그룹은 336개 별의 공식 표기 목록을 발표했으며, 올해 안에 목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마마젝은 밝혔다. "기존의 다른 이름들을 금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든 원하는 대로 별의 이름을 부를 자유가 있다. 우리는 대안적 별 이름을 세계유산처럼 인정한다. 다만 국제 천문학계가 이 표준 이름을 쓰도록 장려하는 것뿐이다. 100년 전 별자리 명칭 정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태양계의 작은 천체들
이제 우리 태양계로 돌아와 보자. 여기에도 붙일 이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행성은 앞으로 새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지만, 특히 태양계 바깥 영역에는 '왜소행성'이 충분히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왕성은 2006년 이래 이 그룹의 가장 유명한 멤버다.
(왜소)행성이나 위성의 발견자는 이름을 제안할 수 있지만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왜소행성은 신화 속 인물이나 신의 이름을 따야 하며, 가족이나 연인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명왕성 최대 위성 카론(Charon)의 발견자는 이 규칙을 교묘히 활용했다. 신화 속 카론은 죽은 자를 스틱스 강 건너 저승으로 데려가는 뱃사공인데, 발견자는 이 신화적 이름으로 아내 샤를린(Charlene)을 기릴 수 있었던 것이다.
태양계의 더 작은 천체들에게도 이름이 붙는다. 소행성은 대략 1미터에서 1,000킬로미터 크기의 얼음과 암석 덩어리로, 현재 약 80만 개가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약 55만 개 소행성의 궤도가 정밀하게 측정되어 있는데, 이것이 공식 '번호'를 받고 명명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다.
궤도가 확인되면 소행성 발견자에게 이름 제안 초청장이 발송되며, 제안 기한은 10년이다. 이후 IAU가 제안을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잘 알려진 50만 개 소행성 가운데 약 2만 2천 개가 공식 이름을 갖고 있다. 이중에는 '네덜란드식' 이름을 가진 수백 개 소행성도 포함되는데, 대부분 네덜란드 천문학자 부부인 세스 반 하우턴(Cees van Houten)과 잉그리드 반 하우턴(Ingrid van Houten)이 발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혜성이 있다. 혜성은 소행성과 달리 긴 가스 꼬리를 끌고 다니는 것이 특징이며, 명명 절차도 다르다. 혜성은 최초 발견자 두 사람의 이름을 딴다. 혜성은 여러 관측자가 독립적으로 발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견 연도와 월에 해당하는 숫자·문자 코드가 추가된다.
이름의 민주화, 가능할까?
이렇게 이름이 꾸준히 붙고 있지만, 여전히 이름 없는 천체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론상으로는 우리 은하의 별 수가 지구 사람 한 명당 수십 개씩 '나눠줄' 수 있을 정도다. '별이 빛나는 밤'과 '야경'처럼 명명 과정을 민주화할 수 있을까?
앤스 헤켄베르흐(Ans Hekkenberg)는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잡지 편집자로, 최근 IAU 홍보 캠페인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밤하늘은 모두의 것이므로 참여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발견하는 모든 것에 이런 절차를 적용하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어마어마한 작업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통제도 필요해 보입니다. 캠페인에 접수된 네덜란드의 6,100건 중 80%는 기준에 맞지 않아 무효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별에게 정말 이름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별은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조차 없다. 마마젝은 "강연을 하러 가면 숫자 뒤에 온전한 세계가 숨어 있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며 "그런 곳에 대해 배우고 알리고 싶다면 실제 이름이 있는 편이 낫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건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고 믿는다. 만약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을 발견한다면, 그곳에는 순식간에 굳어질 이름이 붙으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