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네안데르탈인은 바보가 아니었다… 5만 년 전 '화장품' 흔적이 밝힌 진실

누군가를 향해 '멍청한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말을 던지는 일이 이제는 어색해질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이 약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이미 상징적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브리스틀 대학교 주앙 질호아(João Zilhão) 교수가 이끄는 영국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지방의 두 고고학 유적지에서 가공된 조개껍데기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껍데기에는 광물성 안료가 담겨 있었는데,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이를 일종의 화장통이나 장신구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장신구와 화장품

연구팀은 스페인 유적지에서 노란색 안료 덩어리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파운데이션처럼 피부 톤을 가꾸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검게 반짝이는 광물 조각과 섞인 붉은 가루도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질호아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껍데기 속에 남아 있는 안료 잔여물은 화장품 사용을 입증하는 최초의 확실한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밝은 색으로 칠해지고 조각 장식이 새겨진 조개껍데기 중 일부에는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이를 몸에 걸치는 장신구로 사용하거나, 의례용 물건을 장식하는 데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징적 사고의 증거

비슷한 유물들은 그동안 아프리카에서도 발견된 바 있으며, 당시에는 호모 사피엔스, 즉 현대 인류의 작품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물건들은 신체를 꾸미는 데 쓰였고, 과학자들은 초기 현대인의 상징적 사고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해 왔습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이런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시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 문명에는 상징적 사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신적으로 열등하다는 이 해석은 현대인이 왜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질호아 교수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을 지능이 부족한 미완성 존재로 규정해 온 통념을 반박합니다. 조개껍데기를 장신구로 착용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화장품을 사용했다는 것은,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나름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화장품과 장신구를 통해 그것을 드러내려 했습니다. 다시 말해 네안데르탈인은 아프리카의 동시대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상징적 사고가 가능한 존재였습니다.

바뀌어야 할 이미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크리스 스트링어(Chris Stringer) 교수 역시 질호아 교수의 견해에 공감합니다. 그는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면서도, "우리의 이미지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무식하고 야만적인 동굴인이라는 네안데르탈인의 이미지는 우리 문화에 너무 깊이 뿌리내려서, 심지어 언어 속에서조차 어리석고 무교육한 사람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편견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입니다. 화장품과 장신구라는 작은 유물 하나가,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 온 '원시적인 야인'이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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