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가 바뀌는 즈음이면 가정 베이커리부터 제과점, 대형 공장까지 수천만 개의 올리볼(oliebollen)을 만들어 냅니다. '올리쿠크(oliekoek)'에서 발전한 이 튀김 디저트는 19세기부터 연말연시를 대표하는 별미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새해 전날 밤, 왜 하필 올리볼일까?
사과 턴오버 같은 다른 디저트가 아니라, 왜 매년 12월 31일이면 올리볼을 찾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흥미로운 설들이 여럿 전해집니다.
1. 게르만 여신 페르타의 설화
첫 번째 이야기는 고대 게르만 신앙과 연결됩니다. 바타비인과 프리슨인은 12월 26일부터 1월 6일까지의 기간 동안 게르만 여신 페르타에게 기름진 음식을 바쳤다고 합니다. 이때 여신의 검이 사람들의 배 위에서 미끄러질 정도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여신이 배를 가르려 해도 칼이 미끄러져 무사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고 전해집니다.
2. 중세의 금욕 기간과 겨울 축제
두 번째 설은 오래된 단식 전통에서 비롯됩니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성 마르틴 축일(11월 11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금욕 생활을 했습니다. 이는 길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저장 식량을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긴 기간이 끝나면 술잔을 기울이고 음식을 나누며 성대하게 즐겼는데, 올리볼의 전신인 기름 부침 과자는 이 축제의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쉽게 상하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지고 지방과 열량이 풍부해 추운 겨울을 견디는 좋은 에너지원이었기 때문입니다.
3.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 문화
또 하나 가능성 있는 기원으로, 중세 말기에 연말이 되면 얇은 웨이퍼나 올리쿠크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던 풍습을 들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챙기던 이 나눔 문화가 지금의 올리볼 관습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올리쿠크'에서 '올리볼'까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올리쿠크는 연말연시를 상징하는 별미라는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됩니다. 다만 올리쿠크가 언제, 왜 '올리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재료와 조리법, 특히 튀김 방식의 변화로 제빵사들이 더 가볍고 폭신한 옥수수를 굽게 되면서 이름도 함께 변했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올리쿠크'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였지만, 그 후계자인 올리볼은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새해를 맞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입가를 달콤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