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고대 문서에 숨겨진 '만화', 어떻게 다시 볼 수 있을까?

멕시코에서 발견된 신비한 고문서 아래에는 중앙아메리카의 잃어버린 선사 문화를 밝혀줄 귀중한 단서가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부서질 위기에 처한 500년 된 문서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1521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중앙아메리카의 전통 문화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고대 믹스텍(Mixtec) 종교 문화의 흔적은 철저히 지워졌습니다. 그들 눈에 이는 순전히 악마 숭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식민지 이전 시대의 문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역사학자들은 당시 믹스텍 문화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합니다.

신비한 그림 문자

영국 옥스퍼드의 한 기록보관소에 소장된 문서 '코덱스 아뉴테(Codex Añute)'는 새로운 통찰의 보고일지도 모릅니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식민지 이전 스타일의 그림 문자처럼 그려져 있지만, 사실 이 문서는 스페인 정복 이후인 1560년경에 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비밀은 그 안에 있습니다. 문서 뒷면의 석회층 아래에는 또 다른 그림 문자가 숨겨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진짜 식민지 이전 시대의 유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선사 시대의 기록을 읽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연구위원회(NWO) Science4Arts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라이덴 대학교 메소아메리카 고고학 교수 마르텐 얀센(Maarten Jansen)이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의 요리스 딕(Joris Dik) 교수, 안드레아스 슈미트-오토(Andreas Schmidt-Ott) 교수와 함께 이 신비한 그림 문자를 드러낼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의 500년 된 코덱스는 가리키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로 손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빛과 열의 원리

"1950년대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라고 마르텐 얀센은 설명합니다. "당시 문서 뒷면에서 흰색 층을 통해 색이 비쳐 보이는 반점들이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매우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긁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형상들이 드러났죠. 덕분에 그 아래에 확실히 기록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는 모릅니다. 최소 15페이지 분량의 그림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코덱스 아뉴테는 길게 펼친 사슴 가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코디언처럼 접혀 있어 여러 페이지로 된 책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뒷면은 제본되어 있지 않습니다. 앞면, 즉 읽을 수 있는 그림 문자에 대한 연구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그래서 얀센과 박사과정생 루도 스네이더스(Ludo Snijders)는 이제 뒷면에 숨겨진 코덱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텍스트와 보이지 않는 텍스트는 어떤 관계일까요? 왜 하필 이 문서에서만 진짜 선사 시대의 텍스트가 이런 방식으로 덧칠되었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현대 기술로 무엇을 더 들여다볼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숨겨진 문서를 드러낼 핵심 기술은 NWO의 지원을 받아 델프트 공과대학교에서 박사과정생 팀 자만(Tim Zaman)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문서에 빛을 쬐면, 그 빛의 반사가 열의 형태로 포착됩니다. 열 복사의 패턴은 아래에 있는 색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렘브란트의 회화 아래에 숨겨진 그림을 볼 때와 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색 차이가 워낙 미미해서 기술을 개선해야 합니다. 게다가 흰색 윗층이 고르지 않고 갈라져 있어 연구가 더욱 까다롭습니다."

그림으로 기록된 역사서

새로운 기술로 석회층 아래의 내용을 성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문서가 속한 메소아메리카 민족인 믹스텍의 종교 문화에 대한 풍부한 역사적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고대 역사와 관련된 그림 이야기, 예컨대 고대 왕실의 연대기일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얀센은 말합니다. "식민지 이전 멕시코, 나아가 신대륙 전체에서 남아 있는 문서는 스무 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민족들의 역사를 오직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긴 식민지 시대 기록을 통해서만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죠."

남아 있는 자료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은 무엇이든 큰 가치를 지닙니다. 얀센은 이 문서를 통해 고대 문명을 그들 자신의 역사 서술로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선사 시대 멕시코의 역사 기술은 픽토그래프(그림 문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양의 만화 연재에 비유할 수 있죠." 이 그림 문자들은 오랜 발전 과정을 거친 매우 복잡한 체계를 이룹니다. 자료 부족 탓에 해독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래서 고대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는 수많은 빈틈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긁어낸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만으로도, 그 아래 숨겨진 그림 이야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사실은 이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믹스텍족은 오늘날에도 존재합니다. 그들은 멕시코에 살고 있지만, 다른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에 접근할 기회가 거의 없으며, 옛 문화를 만날 새로운 기회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작년에 이 문서가 나온 마을을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의 관심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연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그곳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