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과학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연구
코린 호프만(Corinne Hofman, 1959년생)은 올해 스피노자상(Spinoza Prize) 수상자 중 한 명입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 카리브해 고고학 교수인 그녀는 고고학을 다른 학문 분야와 융합해 카리브해 원주민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을 아우르는 온갖 방법론과 기술이 호프만의 연구에 한데 모입니다. 이 독보적인 융합 연구가 그녀에게 250만 유로의 스피노자상을 안겨 주었으며, 상금은 수상자가 자유롭게 선택한 연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호프만 본인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훌륭한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 상은 제 연구가 매력적이며, 다학제적 접근이 흥미롭고 혁신적이라고 인정받았다는 뜻이기에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원주민 관점과 문화유산 보존의 가치를 NWO(네덜란드 연구협의회) 역시 중요하게 여겨 준 것이 뜻깊습니다."
역사를 다시 쓰다
바로 이 원주민 관점이 호프만 연구의 핵심 차별점입니다. 그녀의 연구는 유럽의 아메리카 식민지화, 그중에서도 카리브해에서 벌어진 식민지화가 남긴 결과에 초점을 맞춥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카리브해 제도에 상륙했고, 통설에 따르면 그의 도착 후 25년 만에 원주민 사회는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원주민들은 학살당했고, 노예로 팔렸으며, 이름 없는 노동력으로 착취당했습니다.
호프만은 말합니다. "이 식민지화 과정이 가져온 영향과 원주민 문화가 겪은 변화에 대해 우리는 아직 거의 알지 못합니다. 기존 지식은 불완전하고 편향되었으며 서구적 편견이 섞인 유럽 측 기록에 기반합니다. 중세 말기 유럽의 편견이 배어 있는 '원주민 이야기'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서구의 인식을 형성해 왔고, 그 결과 왜곡된 역사상이 만들어졌습니다."
호프만 연구의 목표는 고고학을 통해 카리브해 원주민의 시선에서 식민지화 과정을 다시 쓰고, 비뚤어진 역사 구도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그녀는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소앤틸레스 제도 등 세 지역에서 고고학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 지역들은 1492년부터 약 1800년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럽 식민 세력과 얽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집된 고고학 자료는 생물고고학, 고고측정학, 지구물리학, 지구화학, 유전학 등 최신 방법론으로 연구·분석·해석됩니다. 여기에는 생활 방식, 건강 상태, 문화적 관습, 경관의 설계와 이용, 물질문화, 매장 의례, 사회적 네트워크에 관한 데이터가 포함됩니다.
"풍부한 고고학적 유적 외에도 아메리카 원주민은 오늘날의 구전 전통과 문화·종교적 실천 속에 살아 숨 쉽니다. 그들은 현재의 다민족·다문화 카리브해 사회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는 원주민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고 다민족 사회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기존 통념과 맞지 않습니다. '우리' BES 제도(보네르, 신트외스타티위스, 사바)의 원주민 역사도 제 프로젝트에서 다루어지며, 네덜란드 본토와 해외의 역사 교과서에도 자리 잡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상금 활용 계획
호프만은 250만 유로의 스피노자상 상금을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지역에서 진행할 새로운 비교 연구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현재 카리브해에서 벌어진 식민지 조우(colonial encounter)를 연구하고 있는데, 세계 다른 지역의 유사한 사례, 특히 이 과정이 해당 지역 원주민에게 미친 영향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연구의 사회적 의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구 세계와 원주민 문화의 충돌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땅속에 저장된 역사, 이른바 토양 기록 보관소(soil archive)는 자연적 요인과 인간의 개발로 위협받고 있으며, 그 결과 원주민의 역사 일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역량 강화 사업에 더욱 힘을 쏟고 싶습니다."
호프만은 학생들에게도 황금 같은 조언을 남겼습니다. 바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 그녀에게 연구는 가장 큰 취미이자 삶의 동력입니다. 호프만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자극을 받으며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하다"며 "무엇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발굴하는 끝없는 발견의 즐거움이 연구를 이어가게 한다. 동기부여와 추진력,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망을 모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스피노자상 수상자
- 디르크 바우마이스터(Dirk Bouwmeester): 라이덴 대학교 및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캠퍼스 물리학 교수
- 코린 호프만(Corinne Hofman): 라이덴 대학교 카리브해 고고학 교수
- 마르크 반 로스드레흐트(Mark van Loosdrecht): 델프트 공과대학교 환경생물공학 교수
- 테우니스 피르스마(Theunis Piersma): 흐로닝언 대학교 철새생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