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역사를 움직인 엔진, 동물 가축화 이야기

인류 최초의 가축은 석기 시대에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이 야생 동물과 그 후손들을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게 활용하기 시작한 사실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컨대 약 오천 년 전 유라시아 초원을 누비던 야생마로부터 말을 길들이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가축'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상 언어에서 '애완동물'이라 하면 우리 곁에서 함께 사는 동물을 뜻합니다. 여기에는 사하라 사막에서 데려온 뱀이나 사막여우처럼 우리 안에서 키우는 야생 동물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조금 다른 정의를 사용합니다. 사람이 야생에서 데려와 자신의 관리 아래 번식시키고, 비록 다정하게 쓰다듬는 기쁨뿐이라 해도 무언가를 기대하는 동물과 그 후손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동물이 길들여졌느냐의 여부가 아닙니다. 고전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가축 떼를 떠올려 보십시오. 길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생물학적 의미의 가축이 갖춘 본질적 특성, 즉 '인간 감독하의 계획적 번식'이라는 특성은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짐짐승으로 쓰이는 아시아코끼리를 가축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코끼리의 번식과 성장은 까다로운 과정이라, 사람들은 사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어린 코끼리를 포획해 일을 가르치는 쪽을 선호해 왔습니다.

같은 조상, 전혀 다른 모습

가축들의 모습은 실로 다양합니다. 치와와는 아주 작고 세인트버나드는 거대하지만, 두 견종 모두 같은 야생 조상인 늑대의 후손입니다. 셰틀랜드조랑말, 온혈 승용마, 네덜란드·벨기에산 중량마 역시 모두 야생마를 조상으로 둡니다. 가축과 원조(原祖) 동물 사이에 나타나는 근육과 장기, 체형, 색깔, 깃털과 털, 행동 방식 등의 현저한 차이는 가축화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는지, 그리고 인간이 해당 종의 번식에 얼마나 깊이 개입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개, 가장 오래된 가축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가장 오래된 가축은 개입니다. 지금까지는 구석기 시대 말기, 약 1만 4천 년 전 유라시아에서 탄생한 것으로 믿어졌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의 출현은 무려 1만 8천 년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늑대가 어떻게, 왜 개로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냥을 도왔기 때문일까요? 경비견이 필요했기 때문일까요? 추운 밤을 덮어주는 살아있는 담요였을까요? 아니면 단순히 곁을 지켜주는 반려동물이었을까요? 최근 통설에 따르면 최초의 개는 짐을 나르는 짐짐승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연선택과 인공선택

가축 사이에 이런 차이가 생긴 원인은 가축화에 따른 선택 방식의 변화에 있습니다. 생물은 유전 물질, 즉 유전자의 차이로 서로 구별됩니다. 이 차이 덕분에 어떤 개체는 더 오래 살고 번식에 성공하여 형편이 덜한 형제자매를 밀어내고, 결국 후자의 유전자는 사라집니다. 자연 속에서 이 과정은 찰스 다윈(1809~1882)이 진화론에서 밝힌 대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인간 감독 아래 번식하는 가축에게는 이 과정이 다르게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에 민감한 동물은 사육 상태에서 번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새끼를 보호하고 건강하지 못하거나 힘이 약한 동물까지 돌보는데, 이런 개체들은 자연계에서는 위험에 노출되어 후손을 남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야생에서 서로 돌보지 않던 동물들조차 우리 안에서는 강제로 교배됩니다. 사육자는 특정 동물끼리 교배시키기도 하는데, 예컨대 다리는 짧고 몸통은 넓은 돼지를 만들면 비례적으로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윈은 이런 인공선택의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진화의 엔진인 '자연선택'을 설명하는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는 자연이 일종의 가축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수행한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염소, 양, 돼지, 소

약 26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간으로 불릴 생명체가 나타났고, 약 20만 년 전 같은 대륙에서 오늘날의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했습니다. 초기 인류는 약 1만 년 전까지 수렵채집인으로 살다가 농부이자 목자가 되었습니다. 곡물 같은 재배 식물과 가축은 점차 그들의 삶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구세계에서는 9,500년 전부터 근동(近東)에서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하게 될 세 종류의 포유동물 가축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야생 염소에서 염소가, 무플론에서 양이, 멧돼지에서 돼지가 탄생한 것입니다. 네 번째 중요한 종은 8천 년 전에 뒤따랐습니다. 야생소, 이른바 아우록스(aurochs)에서 가축 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이 이름은 정확하지 않은데, '옥스(ox)'는 거세된 수소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시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소가 비교적 늦게야 가축이 된 것은 당연합니다. 원시소는 워낙 거대하고 위험한 짐승이었으니까요.

재배 곡물, 식량을 쉽게 저장할 수 있게 해준 토기, 정착 마을, 그리고 앞서 언급한 네 가지 가축의 출현을 때로 '신석기 패키지'라 부르며, 이 패키지의 탄생을 '신석기 혁명'이라고 합니다. 이 '혁명'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석기 혁명, 하나의 시나리오

저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선호합니다. 근동 지역 사람들이 야생 곡물의 남은 수확물을 간단한 저장고에 쌓아두기 시작합니다. 여성과 아이, 노인들이 저장고 주변에 머물며 살게 되고, 이동 생활 때보다 여성이 더 많은 어린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되면서 인구도 늘어납니다. 야생 곡물을 직접 심기 시작하면서 곡물의 재배화가 이루어집니다. 정착지 주변의 야생 동물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밭을 지키기 위해 사냥에 더 나서게 됩니다.

이후 사냥감을 다른 곳에서 잡아와 관리하에 번식시킵니다. 이 시나리오는 신석기화가 점진적인 과정이었으며,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하나의 '발명'(가축화)에서 출발했음을 잘 보여줍니다. 근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나리오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가축은 퍼져나가 다양한 인간 집단에 받아들여졌고, 목축민들이 교류를 통해 얻은 지식은 이후의 가축화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예컨대 닭은 아마도 5천 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야생 닭인 방킨(Bankiva) 닭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 파라오의 시대가 열리기 직전 이집트인들은 야생 당나귀를 짐짐승이자 탈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대한 결과

동물을 가축화한 사람들은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훨씬 광범위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축화는 역사의 엔진으로 기능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앞서 말한 최초의 가축들—현대 사회가 없으면 거의 굴러갈 수 없는 동물들—에 해당할 뿐 아니라, 말과 같은 이후의 가축화에도 적용됩니다.

야생마는 원래 유라시아의 건조한 초원에 주로 서식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고고동물학자들은 이 동물이 약 5,500년 전부터 가축화되었다고 추정합니다. 처음에는 식용으로 쓰이다가 곧 탈것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말은 오랫동안 약탈과 전쟁에서 특별한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을 유린한 아시아의 기마민족을 생각해 보십시오. 중세의 기사들도 그렇습니다. 19세기까지도 말과 군대는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말은 신대륙에서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데려온 가축화된 말은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받아들여졌고, 많은 부족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치 자동차가 우리 삶을 바꾸었듯이 말입니다.

현대 사회의 형성을 도운 다른 동물로는 집쥐와 생쥐가 있습니다. 이들은 실험동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불완전한 목록은 두 가지 곤충으로 마무리합니다. 재배 작물의 수정에 없어서는 안 될 꿀벌, 그리고 누에입니다. 누에눈은 누에나방의 유충으로, 아마도 5천 년 전 중국에서 가축화되었습니다. 누에가 먹이 식물인 뽕나무에서 떨어지면 농부가 때때로 직접 나무에 올려주어야 합니다. 가축이 인간에게 얼마나 의존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입니다.

상호 의존과 소외

가축과 인간의 상호 의존이 모든 가축(생물학적 정의의)이 사랑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축산업자들은 특히 자기 동물에만 관심을 두며, 신석기 혁명 이후 야생 동물로부터 멀어져 왔습니다. 이 소외의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또 하나의 새로운 소외가 진행 중입니다. 미다스 데커르스(Midas Dekkers)는 이미 저서 『Het edelgedierte』(1982)에서 공장식 축산의 가축과 '야옹', '멍멍' 거리며 흔히 버릇없이 키워지는 반려동물 사이의 대비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도살 가축처럼 눈앞에서 사라진 가축들과 멀어지지만, 동시에 그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