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식민지 시대 이전 카리브해 원주민들은 진정한 '네트워커'였다

네트워킹은 현대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로마로 통하는 길만큼이나 오래된 존재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카리브해로 향하는 항해로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고고학자 앵거스 몰(Angus Mol)은 박사학위 논문에서 식민지 시대 이전 카리브해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했습니다.

몰이 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네트워크 과학적 접근법은 고고학 분야에서 아직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몰은 바로 그 관행을 바꾸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는 "다른 연구 분야는 이미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직접 연구할 수 있지만, 고고학자는 발굴된 장신구나 도구 같은 물질적 유물을 중심으로 작업해야 한다"며 "몇 개의 항아리를 발견한 것과 당시 그 항아리 사용자들 간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론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논문은 바로 이 두 세계 사이의 간극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조개로 빚은 얼굴, '과이사'

예를 들어 그는 다양한 예술품의 도상학적 표현 양식을 살펴보았습니다. 몰은 수많은 '과이사(guaíza)'를 분석했습니다. 과이사는 조개를 깎아 만든 작은 얼굴 형태의 물건으로, 장식품이나 선물로 사용되었습니다. 분석 결과 모든 물건이 같은 유형에 속하면서도 저마다 조금씩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몰은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자 갑자기 전체를 관통하는 패턴이 드러났다"며 "흥미롭게도 조개 얼굴들이 서로 가까운 곳에서 발견될수록 오히려 서로의 유사성은 줄어들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선물 이론과 잘 들어맞습니다. 사람들은 남에게 독특한 선물을 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선물이 다른 모든 선물과 차별화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연구는 또한 카리브해 사회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리브해를 야자수가 늘어선 열대 해변의 섬들로 떠올리지만, 실제로 이 지역은 생태적으로 매우 다채로운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섬과 그 주민들과의 접촉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몰은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접촉은 끊이지 않았고, 그 결과 활발한 사회적·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서로 다른 집단이 나란히 살면서도 교류하지 못한다고 비판받는 오늘날의 다문화 사회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콜럼버스도 활용한 원주민의 네트워크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역시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바하마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여러 현지인들을 가이드로 고용했습니다. 누가 어디에 사는지, 누가 우호적이고 누가 적대적인지와 같은 지역 정보를 그들의 지식에서 얻은 것입니다.

몰은 "군도 전체에 대한 현지 네트워크 지식이 없었다면 그 탐험 항해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을 것"이라며 "원주민과의 긴밀한 접촉은 수많은 문화적 교류와 융합을 낳았다"고 덧붙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해먹과 바비큐도 바로 그 교류의 산물입니다. 물론 세계의 현재 지정학적·문화적 관계에 남긴 영향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