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한 조각, 오랜 세월 내려온 민속 전통, 그리고 넉넉한 상상력을 섞으면 신화와 전설이 완성됩니다. 어느 문화나 나라의 전설은 언제나 매력적이며, 이탈리아의 전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과 산맥, 강,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거리 사이사이에는 현지인들이 진심으로 믿어온 무수한 전설이 숨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이야기들은 기이한 사건이나 질병,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해답이 되어주었습니다.
루포 만나로(Lupo Mannaro) – 이탈리아의 늑대인간

늑대인간이 현대 대중문화의 소재가 되기 훨씬 전부터 이탈리아에는 늑대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고대 문헌에는 늑대인간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늑대 혹은 가죽을 바꿔 입을 수 있는 인간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정작 이탈리아인들조차 이 존재가 본래 인간인지 동물인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늑대인간은 '루포 만나로'라고 불렸으며, 옛날에는 인간들 사이에서 살다가 보름달이 뜬 밤이면 무시무시한 존재로 변신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특히 12월 25일 밤을 늑대인간이 활동하기 좋은 날로 믿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들이 동물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돌다 교회의 저주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한 전설에 따르면, 시칠리아의 라구사에서 한 사제가 늑대인간에게 습격당했는데, 겁에 질린 사제가 나무 십자가로 짐승을 찌르자 피를 흘리던 늑대인간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남자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준 것에 감사를 전했는데, 그 저주란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해가 뜰 때까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시칠리아 주민들은 루포 만나로가 계단을 세 개 이상 오를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긴 계단을 찾아 올라가 도망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루포 만나로의 전설이 지역마다 달랐듯이, 저주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어떤 방법은 변신 직전의 인간을 차가운 물통에 담가두어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방법은 금속 열쇠를 던지면 변신이 멈춘다고 말합니다.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는 은탄환으로 쏘거나 은촉 화살을 담은 석궁으로 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리오사우로(Lariosauro) – 코모 호수의 네시

라리오사우로는 이탈리아판 로크네스 괴물입니다. 이탈리아 민속에 따르면 라리오사우로는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져 있고 유럽에서 가장 깊은 호수 중 하나인 코모 호수에 살고 있습니다. 1946년 11월, 두 명의 사냥꾼이 파충류를 닮은 거대한 동물이 호수를 헤엄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생물은 붉은 비늘을 가졌고 길이가 약 3.6미터(12피트)였다고 하며, 사냥꾼이 소총을 발사하자 이탈리아의 네시는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호수 중앙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생물의 이름은 1830년 호수에서 화석이 발견된 선사시대 파충류 '라리오사우루스 발삼미(Lariosaurus balsami)'에서 따왔습니다.

그 후로도 호수에서는 여러 차례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1954년에는 한 부자가 둥근 주둥이와 물갈퀴가 달린 발을 가진 생물을 발견했고, 1957년 8월에는 지역 주민들이 또 다른 괴물을 보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해 한 달 뒤에는 머리가 악어를 닮은 동물이 발견되었으며, 마지막 목격은 2003년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거대한 장어처럼 보였습니다. 회의적인 과학자 조르조 카스틸리오니는 이러한 목격담에 대해 더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즉, 1954년의 것은 수달, 1957년의 것은 단순한 헛소문, 2003년의 것은 함께 떠다니는 무해한 물고기 무리였다는 것입니다.
베파나(Befana) – 이탈리아의 산타클로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전설 중 하나인 베파나는 이탈리아만의 산타클로스입니다. 적어도 일부 이탈리아인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떤 이들은 그녀를 선한 마녀라고 부르고 어떤 이들은 노처녀라고 부릅니다. 교회는 이 전설을 그리 반기지 않아 자체적으로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그녀를 악마의 후손이라 주장한 것입니다.
베파나는 1월 6일 밤에 나타나 착하게 살아온 아이들에게 선물을 남깁니다. 반면 버릇없이 자란 아이들은 석탄 덩어리 하나만 받게 됩니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이 날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끝을 알리는 중요한 날입니다. 베파나는 검은 숄에 몸을 감싸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노파로 묘사되며, 굴뚝을 통해 각 가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얼굴은 보통 그을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어깨에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과 사탕이 든 자루를 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전설에 따르면,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그리스도의 아기를 찾던 중 작은 집에 들러 길을 물었습니다. 노크 소리에 빗자루를 든 노파가 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세 사람이 그리스도의 아기를 찾는 길을 묻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도와줄 수 없었고, 세 사람은 떠나기 전 그녀에게 함께 여행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노파는 집안일이 많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떠난 후, 노파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찾아 나섭니다. 몇 시간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대신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마다 멈춰서 과자를 나눠주며 그중 하나가 그리스도의 아기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매년 주현절 전야마다 베파나는 그리스도의 아기를 찾아 나서며, 착한 아이들에게는 간식을, 못된 아이들에게는 석탄 덩어리를 남긴다고 합니다.
다후(Dahu) – 다리 길이가 다른 염소

이탈리아 북부에는 다리 길이가 서로 다른 전설의 염소, 다후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전설에 따르면 다후는 산양과 비슷한 동물이지만, 좌우 다리의 길이가 달라 험한 산악 지형에서도 제대로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리처럼 전설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한 전설에 따르면 왼쪽 다리가 짧아 산비탈을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레보자이러스 다후(laevogyrous dahu)'가 있고, 다른 전설에서는 오른쪽 다리가 짧아 시계 방향으로 도는 '덱스트로자이러스 다후(dextrogyre dahu)'가 있다고 합니다. 두 염소의 서로 다른 다리와 이동 방향 덕분에 서로 배우자를 찾을 수 있다고 하며, 수컷 다후의 음낭은 땅을 끌며 냄새를 남겨 암컷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전해집니다. 수컷들은 이 냄새로 다른 수컷을 찾아내 우위를 다투는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다후 신화는 원래 일종의 장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장난꾸러기들은 다후를 잡으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사람은 자루를 들고 산기슭에서 기다리고, 다른 한 사람은 다후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염소 뒤에서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 놀란 동물이 균형을 잃고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다른 사람이 펼친 자루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포획 방법은 다후가 풀을 뜯는 곳에 후춧가루를 뿌리는 것인데, 후춧가루 냄새를 맡고 재채기를 하다 바위에 부딪혀 기절한다고 합니다. 의외일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다후를 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악안(Malocchio) – 이탈리아의 저주받은 시선
이탈리아에서 악안(邪眼)은 '마로키오(Malocchio)'라고 불립니다. 마로키오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은 좋은 소식을 함부로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질투나 시기가 불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이나 면접 같은 중요한 일도 누군가 자신에게 흉한 악안을 던질까 봐 쉽게 공유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런 불운을 막는 한 가지 방법으로 붉은색을 착용하는 것을 꼽는데, 붉은 속옷만이라도 입으면 된다고 믿습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뿔 부적 '코르누토(Cornuto)'나 뿔 모양 손 '마노 코르누토(Mano Cornuto)'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코르누토는 목걸이로 걸 수 있는 고추 모양 펜던트로, 산호나 금으로 만들어지며 달의 여신에게 신성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마노 코르누토는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바깥으로 뻗어 뿔처럼 보이게 주먹을 쥔 모양을 말합니다. 또 다른 액막이 방법은 철로 만든 물건을 만지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 창문, 상점이나 집의 출입문에 뿔 모양 부적이 걸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좋은 일을 자랑하면 불멸의 신들조차 그 기쁨을 질투하여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도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마로키오를 부를까 봐 아기가 예쁘다는 말을 삼갑니다.
바달리스크(Badalisc) – 안드리스타 마을의 괴물 축제

바달리스크(Badalisc), 또는 바달리스크(Badalisk)는 이탈리아 발카모니카 지방의 전설 속 생물입니다. 염소 가죽이 덮인 거대한 머리, 커다란 입, 빛을 내는 눈, 그리고 두 개의 작은 뿔을 가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바달리스크가 안드리스타 마을 주변 숲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매년 주현절 무렵 마을 사람들은 바달리스크를 잡아 마을로 데려옵니다. 행렬에는 음악가들과 가면을 쓴 인물들이 참여하는데, 젊은이(il giovane), 노인(il vecchio), 노파(la vecchia), 그리고 괴물을 잡는 미끼 역할의 젊은 아가씨(signorina)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북을 두드리는 늙은 마녀들, 괴물과 결투를 벌이는 굽은 등의 남자(un torvo gobetto), 수염 기른 양치기들도 동행합니다. 행렬이 마을 광장에 도착하면 바달리스크의 연설문이 낭독됩니다. 연설에는 마을 사람들의 죄와 계획 같은 소문이 담겨 있는데, 바달리스크가 어리석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통역가가 대신 읽어줍니다. 연설이 끝나면 노래와 춤, 신나는 잔치가 이어지고, 하루가 저물 무렵 참가자들은 바달리스크 폴렌타(전통 음식)를 나누어 먹습니다. 바달리스크는 축제 기간 내내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며, 다음 날 전시를 마친 후에는 다음 주현절을 위해 숲으로 돌려보내집니다.
전통적으로 이 행렬에는 남성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여성들이 전시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바달리스크의 연설을 보거나 듣는 것조차 금지되었습니다.
티루스(Thyrus) – 테르니를 위협한 용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 중 하나는 중세에 테르니를 포위한 용, 티루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티루스는 테르니 근처 늪지대에 살던 날개 달린 수룡이었으며, 그 사악한 기운 때문에 주민이나 그 지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병에 걸려 죽어갔습니다. 사람들은 용을 두려워하며 살았고, 마침내 원로회가 개입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들은 해결책을 찾아 테르니와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원로회는 국내에서 가장 용감한 자들을 시청으로 불러 티루스와 싸워 죽이라 명했지만, 그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귀족 시타디니(Cittadini) 가문의 한 남자만이 나섰고, 그는 기사의 무장을 갖추고 임무에 나섰습니다. 티루스와의 격렬한 전투 끝에 용은 마침내 쓰러졌습니다.
용으로부터 안전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직접 전장을 찾아갔고, 축하는 며칠 동안 이어졌습니다. 용감한 그는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며 티루스가 공포에 떨게 했던 땅을 상으로 받았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원로회는 티루스를 도시의 문장에 새기고 라틴어로 'Thyrus et amnis dederunt signa Teramnis', 즉 '티루스와 강이 테라모의 상징이 되었다'는 문구를 함께 새겼습니다.
전설은 종종 실제 사건이나 사실의 은유로 남곤 하는데, 티루스의 전설도 그럴 수 있습니다. 용이 일으킨 죽음은 한때 테르니의 늪지대에서 극성이던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주민들을 상징할 수 있으며, 티루스를 물리친 영웅은 그러한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황무지를 개척한 노력을 대표한다는 것입니다.
체렌차의 일곱 머리 용
이탈리아 최남단 반도의 수많은 마을 중 전설과 신화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오래된 마을 체렌차입니다. 이 마을에는 약 7천 명의 주민이 살았고, 주교좌(그 유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와 아홉 개의 교회가 있었습니다. 체렌차는 16세기의 전설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1528년 11월 9일, 체렌차의 주민들이 마을 샘터에서 일일 물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용이 나타나 불을 뿜었습니다. 주민들은 주교에게 도움을 청했고, 주교는 용이 1년 동안 매일 기독교인 한 명을 잡아먹을 것이며 평범한 인간으로는 그것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일하게 그것을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는 한 번의 검격으로 어떤 무시무시한 짐승도 죽일 수 있는 성 테오도로 다마세아(San Teodoro d'Amasea)였습니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성 테오도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체렌차 주민들을 구하기로 동의했습니다. 주교가 이끄는 주민들이 용을 잠자리에서 유인해 내자, 성 테오도로는 용의 눈을 멀게 하고 마침내 그것을 죽였습니다. 주민들은 감사의 표시로 성 테오도로를 지역의 수호성인으로 추대했으며, 오늘날 11월 9일은 그들의 영웅을 기리는 축일이 되었습니다. 성 테오도로에게 봉헌된 교회에는 오늘날까지도 일곱 개의 용 혀를 머리에 얹은 성 테오도로를 그린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전설이 유효한 이유
신화와 전설은 한 개인의 문화적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입니다. 이 고대 이야기들은 문화의 기원과 정체성을 잇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의상, 음식, 건축, 언어처럼 이야기 역시 문화를 과거와 연결하며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여정을 반영합니다. 일부 이야기는 사라진 문화와 전통을 엿볼 수 있는 통찰도 제공합니다.
우리가 오늘날에도 신화와 전설을 읽는 이유는, 이 이야기들이 나이나 문화와 무관하게 여전히 유효한 보편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고대 신화에서는 갑옷을 입은 기사가 용을 죽이고 마을 전체를 구원했지만, 오늘날에도 같은 주제를 현대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도시나 국가를 위협하는 모든 것과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이야기 내내 주인공은 악과 싸워 이기기 위해 깊이 있고 창의적으로 사고해야 하며, 결국 선이 악을 이깁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