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킬로스의 비극 『테베를 향한 일곱 장수』를 조금이라도 접해 본 독자라면, 일곱 명 중 한두 사람 정도는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여섯 명은 어떨까요? 그들의 이름은 무엇이었고, 어떤 인물이었으며,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까요?
독자 여러분이 떠올리는 인물은 아마도 폴리네이케스일 것입니다. 아르고스인들이 테베 원정을 감행하게 된 바로 그 인물이니까요. 오디푸스의 아들인 폴리네이케스는 동생 에테오클레스와 함께, 자신을 추방하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하여 왕좌를 매년 번갈아 차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폴리네이케스는 다른 여섯 장군들과 함께 테베로 진군했고, 이것이 아이스킬로스의 작품 속에서 '테베의 일곱 장수'로 불멸의 이름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테베의 일곱 성문 앞에서 거의 모두 전사하고, 아테나이인들의 중재로서야 겨우 매장될 수 있었던 나머지 영웅들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그들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럼 그들의 왕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아드라스토스 — 유일한 생환자
아르고스의 왕이자 이 원정의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아드라스토스는 친족 암피아라오스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자 할아버지인 시키온의 왕 폴리보스에게 피신했고, 할아버지가 죽자 그 왕좌에 올랐습니다. 이후 암피아라오스가 아드라스토스의 누이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두 사람은 화해하게 되었고, 아드라스토스는 아르고스로 돌아와 왕이 되었습니다.
아드라스토스는 폴리네이케스의 장인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테베 원정에 참전하게 되는데, 대체 어떻게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게 된 걸까요?
아르고스의 왕은 꿈을 꾸거나 신탁을 통해 자신의 두 딸이 각각 멧돼지와 사자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패에 테베의 상징인 사자를 새긴 폴리네이케스와 멧돼지 문장을 지닌 티데우스가 궁전을 찾아오자, 아드라스토스는 그 예언이 두 사람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폴리네이케스는 오디푸스의 아들로 에테오클레스에게 추방된 처지였고, 티데우스는 한 판본에 따르면 사촌 둘을, 다른 판본에 따르면 사냥 중 삼촌을 죽였다는 죄로 고향에서 쫓겨난 몸이었습니다.
아드라스토스는 두 사람을 각각 자신의 딸 아르게이아와 데이필레에게 시집보내고, 자신의 군대로 그들의 왕좌를 되찾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폴리네이케스였습니다.
그러나 테베 공성전은 순탄치 않았고, 모든 장군이 전사했습니다. 아드라스토스만이 아리온의 날개 달린 말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10년 후, 패배의 설움을 갚고자 그는 전사한 장군들의 자녀들을 설득해 다시 테베로 진군시킵니다. 이른바 '에피고노이(후계자들)'라 불린 이들은 이번에는 성공하여 도시를 함락시켰고, 그들의 대열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전사자는 아드라스토스의 아들 아이기알레우스뿐이었습니다.
늙은 왕은 메가라로 귀환하던 길에 깊은 슬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2. 티데우스 — 불멸을 놓친 용사
아이톨리아에 있던 고대 도시 칼리돈의 왕의 아들로, 앞서 본 방식으로 아르고스에 들어와 왕의 딸과 결혼했습니다. 이 결혼에서 그리스 최강의 전사 중 하나인 디오메데스가 태어났습니다.
테베 원정에서 티데우스는 용맹함으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어느 전투에서 테베의 영웅 멜라니포스에게 치명상을 입습니다.
티데우스를 총애하던 아테나는 그에게 불멸을 부여하고자 제우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티데우스의 잔혹함이 여신의 마음을 돌려놓고 말았습니다.
암피아라오스가 자신에게 큰 상처를 입힌 멜라니포스의 머리를 베어 기절 직전의 티데우스에게 바쳤을 때, 티데우스는 그의 뇌수를 먹어 버렸습니다. 이 행위에 경악한 아테나는 원래의 생각을 거두고, 그를 저승의 운명에 맡겨 버렸습니다.
3. 카파네우스 — 제우스를 도발한 오만
아드라스토스의 조카로, 강력한 무력과 체격, 그리고 오만함으로 악명 높은 아르고스의 영웅입니다. 테베 공성전에서 자신이 맡은 구역의 성벽을 함락시킨 그는 사다리를 가져와 성벽 위로 올랐고, 정상에 선 뒤 "이제 제우스조차 나를 막을 수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그 순간 하늘 어디선가 번개가 내려꽂히며 그를 즉사시켰습니다.
수백 년 후, 단테는 『신곡』에서 그를 언급합니다. 단테는 지옥에서 다른 신성모독자들과 함께 영원히 고통받는 그를 만났다고 묘사하는데, 그는 불타는 모래 평원에 엎드려 계속 제우스를 저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교도인 그는 참된 신의 존재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4. 히포메돈 — 강철 같은 거인
역시 아드라스토스의 조카로, 거인 같은 체구와 굉장한 힘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의 방패에는 올림포스 신들에게 타이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대지가 낳은 괴물 티폰이 콧구멍에서 불을 뿜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일곱 성문 앞의 전투에서 그는 아스타코스의 아들 이스마로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또 다른 판본에 따르면, 죽은 티데우스의 시신을 회수하려던 전투에서 그는 강의 신 이스메노스와 님프 이스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네우스를 죽였습니다. 그래서 히포메돈이 강물에 들어서자 이스메노스는 수위를 높여 그를 익사시키려 했습니다. 히포메돈이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 간청하자 제우스는 강의 신을 설득했지만, 강에서 막 빠져나온 그는 곧바로 공격받아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5. 파르테노파이오스 — 아탈란테의 아들
아르고스 지역 신화에 따르면 그는 아드라스토스의 형제였지만, 고대에 가장 널리 퍼진 신화에서는 사냥의 여신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혹은 멜레아고로스, 심지어는 전쟁의 신 아레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고 전해집니다.
아탈란테는 자신이 더 이상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갓난아기였던 그를 아르카디아의 산속에 버렸습니다. 그곳에서 한 목동이 그를 발견했고, 마찬가지로 산에 버려진 헤라클레스의 사생아 텔레포스와 함께 길러냈습니다.
훗날 아드라스토스는 그를 테베 원정에 따라오도록 설득했고, 그는 테베인들을 겁주기 위해 방패에 스핑크스를 문장으로 새겼습니다.
그의 죽음에 관해서는 여러 판본이 전해집니다. 가장 유력한 것은 포세이돈의 아들 페리클리메노스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악토르의 손에 죽었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최후는 테베 성벽 앞에서였습니다.
6. 암피아라오스 —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점술가
오이클레스의 아들, 혹은 점술의 신 아폴론 자신의 아들이라고도 전해지며, 히페름네스트라를 어머니로 둔 그는 점술은 물론 의학과 약학에도 정통한 아르고스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한때 아드라스토스를 아르고스에서 추방했지만, 누이의 결혼 이후 화해하여 그의 귀환을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암피아라오스는 점술가였고, 원정의 실패를 미리 알아차렸으면서도 어떻게 참전에 동의할 수 있었을까요?
폴리네이케스가 그의 아내를 뇌물로 매수해 암피아라오스를 따라나서게 만든 이야기는 디오도로스 시쿨루스가 기록하고 있습니다.
"폴리네이케스는 점술가 암피아라오스를 설득해 함께 테베로 원정하려 했다. 그러나 원정에 참여하면 반드시 죽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그가 동의하지 않자, 폴리네이케스는 신화에 따르면 아프로디테가 하르모니아에게 주었던 황금 목걸이를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에게 건넸다. 이는 남편을 설득해 원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암피아라오스가 왕위를 놓고 아드라스토스와 다투던 시절, 두 사람은 에리필레에게 분쟁의 최종 결정을 맡기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녀는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이자 아드라스토스의 누이였습니다. 에리필레가 아드라스토스에게 승소를 안겨주고 남편이 테베 원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아내에게 배신당했다고 여긴 암피아라오스는 원정에 동의했지만, 죽은 뒤 아들 알크마이온에게 어머니 에리필레를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훗날 알크마이온은 아버지의 명을 받아 어머니를 살해했지만,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음을 깨닫고는 광기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암피아라오스는 전투에서 특출난 무용을 보였지만, 그것으로도 운명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우스의 뜻은 도시가 함락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서로를 죽인 뒤, 암피아라오스는 테베인들에게서 도망쳐 목숨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퇴각하던 그는 이스메노스 강변에 이르렀고, 페리클리메노스에게 추격당합니다. 그러나 제우스는 암피아라오스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한 차례 번개를 던져 대지에 거대한 틈을 열었고, 암피아라오스는 마부 바톤과 전차, 말들과 함께 그 틈새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제우스는 그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를 신으로 숭배하게 되었습니다.
파우사니아스가 지나갈 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스메노스 강변에서 영웅이 사라진 장소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균열 자리에는 기둥으로 둘러싸인 담장이 세워졌는데, 새들은 앉으러 오지 않았고 양이나 소도 그곳에서 풀을 뜯으러 오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훗날 오로포스에 세워진 암피아라오스의 신탁소는 그리스는 물론 그 밖의 지역에서도 가장 유명한 신탁소 중 하나였습니다. 헤로도토스는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의 사절단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해야 할지 '점쳐 보기 위해' 이 신탁소를 찾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