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캘리포니아호: 타이타닉 침몰을 지켜만 본 배

1912년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해양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1997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덕분에 지금도 대중문화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약 1,5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고는 오늘날까지도 평시 해난 사고 중 가장 참혹한 참사로 꼽힙니다.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순간들

사건의 경위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경, 달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밤, 타이타닉호는 전속력으로 항해하던 중 빙산과 충돌했습니다. 자정에 구조 신호가 발신되었고, 0시 20분에는 첫 번째 구명보트에 여성과 아이들이 탑승하기 시작했습니다. 0시 25분에는 여객선 카르파티아호가 구조 요청에 응답하며 출항했지만, 현장까지 58마일(약 93km) 떨어져 있어 도착까지 약 4시간이 걸리는 처지였습니다.

새벽 2시 20분, 타이타닉호는 끝내 파도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카르파티아호는 4시 10분에 현장에 도착해 705명의 생존자를 구조했지만, 약 1,500명은 얼어붙은 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료에 따라 희생자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영웅이 된 카르파티아호

카르파티아호는 얼어붙은 바다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구조한 생존자들을 뉴욕까지 안전하게 이송했습니다. 그러나 침몰 당시 카르파티아호는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저체온증은 단 15분 만에 사람을 죽음으로 몰 수 있습니다. 아서 로스트론 선장이 선박의 한계까지 속도를 내며 같은 위험 해역을 과감히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도착까지 약 4시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지켜만 본 배, 캘리포니아호

그런데 사고 해역 근처에는 또 다른 배가 있었습니다. 스탠리 로드 선장이 지휘하는 증기선 캘리포니아호입니다. 로드 선장은 무대응으로 인해 역사에 '비겁한 자'로 기록되었습니다. 충돌 당일인 1912년 4월 14일 밤 10시 20분경, 로드 선장은 빙산 지대에 진입한 캘리포니아호에 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캘리포니아호: 타이타닉 침몰을 지켜만 본 배

그는 무선 통신사에게 빙산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라고 지시한 뒤 객실로 돌아갔습니다. 무선 통신사 시릴 에번스는 지시대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곧바로 타이타닉호의 무선 담당자 잭 필립스로부터 "입 다물어! 나 바쁘니까. 케이프 레이스에 전보를 보내는 중이야"라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케이프 레이스는 메시지를 뉴욕으로 중계하는 릴레이국이었습니다.

심심하고 분명 짜증도 난 에번스는 선장에게 별도의 지시가 없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시 함교에 나갔다 온 선장 역시 이미 잠든 상태였습니다. 시각은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0시 30분부터 0시 45분 사이, 하늘에 두 발의 신호탄이 떠올랐습니다. 이후에도 신호탄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새벽 1시 45분, 신호탄 소식이 선장에게 전해졌지만, 그는 당시의 관행처럼 이를 배와 배 사이의 통신 신호로 여기며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타이타닉호가 쏘아 올린 조난 신호탄이었습니다.

로드 선장은 새벽 4시 30분에야 잠에서 깨어났고, 미국행 항해가 재개되었습니다. 참사 소식을 접한 그는 즉시 침몰 지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침몰 지점이 겨우 19마일(약 31km) 거리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호는 오전 8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구조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로드 선장에게 남겨진 유산

공식적인 혐의가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로드 선장은 몇 달 뒤 해고되었습니다. 여론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심지어 1992년 공식 재조사에서 법적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그의 행동은 강하게 규탄받았습니다. 그와 그의 후손들은 이름을 '누명'에서 벗기기 위해 노력했고, 샘슨(Samson)이라는 물개 포획선 또한 타이타닉호를 외면했다는 주장까지 펼쳤지만, 이 이론은 대부분 반박되었습니다. 무대응이 남긴 수치는 여전히 그의 이름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반면 카르파티아호의 로스트론 선장은 영국과 미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며, 1926년에는 기사 작위까지 수여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