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수에토니우스가 기록한 네로의 최후 — 폭군의 마지막 순간

수에토니우스가 기록한 네로의 최후 — 폭군의 마지막 순간

네로의 죽음

수에토니우스가 남긴 네로의 최후

서기 68년, 원로원이 네로를 공적으로 선포하자 황제는 로마를 빠져나가 근교의 별장으로 몸을 숨겼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가 기록한 네로의 생애 마지막 순간은 인물의 성격과 정확히 어울리는 기괴한 모습들 속에도 품위의 흔적을 지니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자살로 절정을 이룬다. 다만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그 자살은 용기보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기 작가 수에토니우스가 전하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어떤 예술가가 나와 함께 사라지는가!"

"곧 닥쳐올 굴욕적인 처사를 피해 하루빨리 도망치라고 동행자들이 하나같이 권하자, 그는 자기 몸길이만큼의 구덩이를 제 발치에 파도록 명하고, 구할 수 있다면 그 주변에 대리석 조각들을 벌여 놓으라 했다. 또 시신에 마지막 예를 갖추기 위해 물과 장작을 가져오게 했다. 이런 준비가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그는 울부짖으며 '어떤 예술가가 나와 함께 사라지는가!'를 거듭 외쳤다."

운명의 시각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받게 될 형벌이 어떤 것인지 물었는데, 사람들은 사형 선고를 받은 자는 옷을 벗기고 목을 교수대에 고정한 뒤 몽둥이질로 맞아 죽인다고 답했다. 그러자 겁에 질린 그는 곁에 둔 두 자루의 단검을 집어 들고 칼끝을 시험해 본 뒤 다시 칼집에 되돌려 넣으며, 운명이 정한 시각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호메로스의 구절과 마지막 칼끝

체포하러 달려오는 무리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일리아스』의 유명한 구절을 그리스어로 읊었다. "빠른 발의 말들이 달리는 소리가 내 귀에 울린다." 그리고 청원 담당 비서관 에파프로디투스의 도움을 받아 칼날을 목에 찔러 넣었다.

"너무 늦었다"

"그가 아직 숨을 쉬고 있을 때 백인대장이 뛰어들어와 마치 그를 구하려는 듯 망토를 상처 위에 덮었다. 네로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고, 이어 '네가 충성스럽구나'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마저 남긴 그는 숨을 거두었는데, 도드라지게 부풀어 고정된 눈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줄 만큼 섬뜩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이것이 수년간 자신의 병적 광기로 로마와 로마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황제의, 때로는 쓸쓸할 만큼 우스꽝스러운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