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 이탈리아 미식을 대표하는 이 치즈는 무려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기원을 자랑합니다. 이탈리아 중세사 연구자 에밀리아노 아미치(Emiliano Amici)가 자신의 블로그 'sguardosulmedioevo.org'에 정성껏 남긴 글을 소개합니다.
보카치오가 이름을 남긴 치즈

아마 모르는 분이 많겠지만, 파르미지아노의 기원은 정확히 12세기, 즉 중세입니다. 무려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가 『데카메론』에서 이 치즈를 직접 언급했으니까요. 보카치오는 상상 속 행복한 땅 '벵고디(Bengodi)'를 묘사하며, "갈아 놓은 파르미잔 산 위에는 마카로니와 라비올리를 만드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고 적었습니다[1].
플리니우스와 마르티알리스가 기록한 치즈
파르미지아노는 아마도 그보다 수백 년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치즈 '일 피아첸티노(Il Piacentino)'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로마 시대 작가 플리니우스와 마르티알리스 역시 갈리아 지방에서 생산된 치즈를 언급했는데, 도시의 상징인 초승달 문양을 찍은 뒤 루니(Luni) 항을 통해 운반되었다고 전합니다.
베네딕토회 수도사와 제조 기술
당시의 생산 기술은 오늘날과 놀랍도록 흡사했습니다. 특히 농업에 밝았던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습지를 개간해 넓은 경작지를 만들었고, 본격적인 치즈 생산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단 30kg의 치즈를 만드는 데 500리터의 우유가 필요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시 생산이 얼마나 체계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 근처에는 다각형 모양의 작은 건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이곳은 치즈 생산에 딱 맞춰 지어진 건물들이었습니다. 수도사들은 실험 끝에 우유를 부분적으로 탈지하고 일정 온도로 두 번 가열하면, 수분이 적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조한 치즈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자랑
파르미지아노는 언제나 이탈리아 문화를 상징하는 DOC(원산지 명칭 통제) 제품이었으며, 오늘날에도 가장 많이 모방·위조되는 치즈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그 가치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1] 보카치오 『데카메론』 제8일 세 번째 이야기: 칼란드리노, 브루노, 부팔마코가 무뉴네 강변에서 태양석(헬리오티로피움)을 찾다가, 칼란드리노가 그것을 찾았다고 믿고 돌무더기를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내에게 혼나고, 화가 난 나머지 아내를 때리고 동료들에게 털어놓는 이야기.
(글: 에밀리아노 아미치, sguardosulmedioev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