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품이 사랑의 무기로
1700년대부터 시작된 한 가지 흥미로운 풍습이 있었습니다. 당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소품들이 예상치 못한 유혹의 도구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여성들은 이 도구들을 이용해 남성의 구애에 긍정 또는 부정으로 화답하고, 관심과 짜증을 표현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눈치채이지 않은 채 이루어졌습니다.
부채로 완성된 암호 언어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채였습니다. 당시 부채는 숙녀들의 복장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액세서리였고, 이를 통해 남자와 몰래 소통하는 일종의 암호 언어가 자연스럽게 탄생했습니다.
부채를 어떤 각도로 젖히느냐,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 바닥에 흘려놓거나 다시 집어 들느냐—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동작 하나하나에 정확한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유희와 매력이라는 이름 아래, 은근하고 섬세한 사랑의 언어가 조용히 꽃피웠던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유럽에서는 부채 동작의 의미를 정리한 안내서까지 출판될 만큼, 이 '부채 언어'는 상류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교류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부채살에 새겨진 은밀한 메시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부채살, 즉 부채의 갈비뼈였습니다.
- 부채살 세 개를 펼치면 "사랑해요"라는 고백의 신호였습니다.
- 손가락으로 부채살을 하나씩 짚어 세면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라는 뜻이었습니다.
다음 데이트 약속은 이렇게 잡혔다
그렇다면 남자는 여인에게서 다음 만남의 약속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여인이 펼쳐 둔 부채살의 개수를 세면 그만이었습니다. 열려 있는 부채살의 숫자가 곧 기다려야 할 날짜 수를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말없이도 오가던 이 정교한 신호 체계는, 격식과 금기가 엄격하던 시대에 사랑을 나누던 사람들의 발랄한 지혜이자 로맨틱한 놀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