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16세기 피렌체의 놀라운 발명, 피티 궁전의 '에어컨'

16세기 피렌체의 놀라운 발명, 피티 궁전의  에어컨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

문명의 요람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야외 예술 작품인 피렌체는 14세기와 15세기 사이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피렌체에 남다른 위상을 안겨준 것은 바로 문화와 이를 꽃피우고 표현해낸 예술이었으며, 동시에 오늘날까지도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유산을 남긴 공학 기술이었습니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가 설계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장식하는 돔은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일 것입니다. 하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고 물론 그 돔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바로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해 피티 궁전(Palazzo Pitti)에 설치된 냉방 시스템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실로 천재적인 발명이라 할 만합니다.

메디치 가문의 저택에 들어선 '에어컨'

1550년부터 메디치 가문의 거처로 사용된 피티 궁전은 1560년 증축 및 개축 공사를 거치면서 넓은 방들 안에 일종의 '에어컨'이라 부를 만한 시설, 즉 시대를 한참 앞서간(ante litteram) 냉방 장치를 갖추게 되었고, 이는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자연의 힘을 이용한 냉방 원리

그 작동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지만 과학적이었습니다. 웅장한 보볼리 정원(Boboli Gardens)을 바라보는 창문과 바닥에 설치된 격자형 통풍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선한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졌고, 이 시원한 공기는 지하 공간에서 위층으로 순환하며 실내 온도를 무려 섭씨 10도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전기도 없던 시대에 건축 구조와 자연 대류만을 활용해 더위를 이겨낸 이 시스템은, 르네상스 피렌체의 공학적 역량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