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속에 숨겨진 레오나르도의 수수께끼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자신의 그림 속에 이미지와 글자를 교묘하게 숨겨 넣는 것을 즐겼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상당 부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정교한 '레부스(rebus, 그림 수수께끼)'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걸작 흰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Ermine)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토스카나 출신 천재 화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이 그림에는 다양한 상징과 은밀한 표식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흰담비가 지닌 이중적 상징
레오나르도는 평소 자연과 동물을 깊이 사랑했으며, 작품에도 동물을 매우 자주 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 속 흰담비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 매우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물을 품에 안고 있는 소녀는 체칠리아 갈레라니(Cecilia Gallerani)로, 이 그림을 의뢰한 후원자 루도비코 일 모로(Ludovico il Moro)의 애첩이었습니다.
흰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에는 우연으로 남겨진 요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실제로 이 사랑스러운 동물은 한편으로는 소녀의 귀족 가문을, 다른 한편으로는 루도비코 본인을 상징합니다.
그리스어 '갈레'와 백담비 기사단
그 비밀의 열쇠는 언어에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담비를 뜻하는 단어가 바로 갈레(galé)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델의 성씨 '갈레라니(Gallerani)'를 분명하게 암시하는 장치입니다.
동시에 루도비코 일 모로 본인은 백담비 기사단(Order of the Ermine)의 기사였습니다. 이 명예로운 칭호는 나폴리 국왕 페르디난도 1세가 남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바론들의 반란(귀족 반란) 진압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수여한 것입니다.
즉, 그림 속 흰담비 하나만으로도 연인과 후원자, 두 사람을 동시에 가리키는 정교한 메시지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회화 속에 심어 놓은 놀라운 상징성의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