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살라딘(Salah ad-Din)은 많은 사람들에게 제3차 십자군의 승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는 흔히 퍼진 오해입니다. 그의 이름을 드높인 가장 위대한 승리는 제3차 십자군이 시작되기 이전, 1187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살라딘의 진짜 승리, 1187년 하틴 전투
1187년 7월, 살라딘은 하틴 전투에서 예루살럼 왕국의 주력군을 결정적으로 궤멸시켰습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88년간 십자군의 손에 있던 예루살럼을 탈환하는 쾌거를 이루었죠.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유럽 여러 나라가 즉각적인 반격을 위해 결성한 원정군이 바로 제3차 십자군입니다.
제3차 십자군, 리처드 1세와의 대결
1189년부터 1192년까지 이어진 제3차 십자군에서 살라딘은 '사자심왕'이라 불리는 잉글랜드 국왕 리처드 1세를 맞아야 했습니다. 리처드 1세는 항구 도시 아크레를 탈환하고, 1191년 아르수프 전투에서 살라딘의 군대를 격퇴하는 등 선전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리처드도 예루살럼 성 자체를 되찾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장기전에 지친 양측은 1192년 야파 조약을 체결하여 전쟁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승자는 누구일까?
엄밀히 말해 제3차 십자군에는 뚜렷한 승자가 없습니다. 다만 예루살럼이라는 핵심 목표를 끝내 지켜낸 것은 살라딘의 몫이었고, 기독교 순례자들에게만 성지 방문을 허용한 결과는 전략적으로 무슬림 측에 유리한 평화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결국 살라딘의 진정한 업적은 제3차 십자군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그 이전에 이룩한 통치와 예루살럼 수복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