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간에는 『겐지 이야기(源氏物語)』의 작가로 유명한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무라사키 시키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겐지 이야기』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며 라이벌로 불리는 세이 쇼나곤(清少納言)과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참고로 2000엔권 지폐 뒷면에는 무라사키 시키부와 겐지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2000년에 발행된 2000엔권에는, 헤이안 시대 중기인 1000년경에 활동한 무라사키 시키부가 등장합니다.
만약 세이 쇼나곤이 살아 있었다면 분노했겠죠.
"왜 하필 나 말고!?"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겐지 이야기』를 쓰기 전의 무라사키 시키부

무라사키 시키부는 헤이안 시대 중기인 978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확실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거슬러 계산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저명한 학자이자 시인인 후지와라노 다메토키(藤原為時)입니다. 딸의 총명함을 높이 평가했지만, 아들이 아니어서 몹시 아쉬워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성별 때문에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불운이 있었던 셈이죠.
물론 "무라사키 시키부"는 본명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식부승(式部丞)"이라는 관직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호입니다.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는데, 세이 쇼나곤 역시 친척이 "소낭(少納言)"이라는 관직에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무라사키 시키부의 본명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후지와라노 가코(香子)"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다만 읽는 법조차 확실하지 않아 "카오리코, 다카코, 코우시, 요시코" 등 여러 설이 존재합니다. 기록이 서신에만 남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헤이안 시대다운 독음은 역시 "코우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20세 무렵, 후지와라노 노부타카(藤原宣孝)와 결혼했습니다.
딸이 태어났지만, 3년 후 남편 노부타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로 이 무렵부터 『겐지 이야기』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8세 무렵에는 천황의 중궁인 쇼시(彰子)를 모시게 됩니다.
쇼시는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의 딸입니다. 한편 세이 쇼나곤은 천황의 제1비를 모셨습니다.
『겐지 이야기』는 천황과 궁정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겐지 이야기』란 어떤 작품일까?

100만 자가 넘는 분량에 등장인물이 거의 500명, 무려 70년에 걸친 사건들을 그린 장편 소설입니다.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죠.
주인공 히카루 겐지(光源氏)는 재능과 용모를 두루 갖춘 채 천황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궁정의 영광과 고뇌, 수많은 사랑 이야기, 그리고 후손들의 삶까지 그려냅니다.
무려 1000년 전인 헤이안 시대 중기에도 이런 로맨스 소설이 유행했다니 묘한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의 사랑 방식은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겐지 이야기』의 작가는 거짓말? 진짜는 누구?
당시에는 "겐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불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히카루 겐지의 이야기", "겐지의 이야기", 혹은 "무라사키(紫)의 이야기" 등으로 불렸죠. 결국 크게 다르지 않네요.
"무라사키(紫)"는 히카루 겐지의 아내인 "무라사키노 우에(紫の上)"를 가리킵니다. "무라사키 시키부"의 "무라사키"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전해집니다.
무라사키 시키부가 『겐지 이야기』를 썼다는 것은 유명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이 썼거나 일부만 다른 사람이 집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히카루 겐지의 여러 모델 중 하나인 천황의 아들 미나모토노 다카아키라(源高明)가 작가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잘생겼다고 쓴 셈이 되겠네요.
중간부터 문체가 달라지는 점을 근거로, 다른 사람이 집필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 사람이 무라사키 시키부의 딸이라는 설입니다.
무라사키 시키부가 쇼시를 모시던 자리를 물러난 후 딸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때 후속 내용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무라사키 시키부가 작가가 아니라는 또 다른 근거도 있습니다.
후지와라씨 일원이기도 한 무라사키 시키부가, 작중에서 후지와라씨가 정치 다툼과 연애에서 항상 겐지에게 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묘사를 여성이 썼다면 있을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 등입니다.
진실은 어떻게 될까요?
라이벌 세이 쇼나곤과의 관계는?
같은 천황의 다른 비를 모셨고, 같은 시인이기도 했던 두 사람. 완벽한 라이벌 구도입니다. 서로 의식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런데 실제로는 천황의 비를 모시던 시기가 달라 서로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라이벌이라고 부른 것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무라사키 시키부는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에서 세이 쇼나곤을 비방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한자 실수가 너무 많다. 이런 사람에게 밝은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꽤 강한 말을 쓴 것 같지 않나요?
세이 쇼나곤의 재능을 질투했다고도 합니다. 역시 라이벌인가요? 참고로 세이 쇼나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답니다. 흠.

만약 두 사람이 만났다면!?
무라사키 시키부 쪽의 경쟁심이 더 남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여성 특유의 감성이 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같은 직업, 같은 신분, 같은 성별, 그리고 다른 나이.
시키부 씨의 성격이라면 매일 긴장감 넘치는 나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쇼나곤 쪽은 상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교류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시키부 씨는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마무리
무라사키 시키부와 『겐지 이야기』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1000년이나 된 작품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죠.
집필을 시작하고 계속 이어갈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완성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헤이안 시대나 현대나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묘하게 기쁩니다.
언제나 사람들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