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기간과 세계적 파급력 면에서 20세기 최대의 경제 위기로 꼽히는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은 1929년 미국 증시 붕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서막은 바로 '29년 폭락(crack of 29)'이었죠.
검은 목요일, 그리고 검은 화요일
투기 열풍, 다르게 말하면 인간의 탐욕은 주가를 끝없이 밀어 올렸고, 결국 1929년 10월 24일 거품이 터졌습니다. 이날은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수많은 매도 주문이 쏟아졌지만 이를 받아줄 매수자는 사라졌고, 공포가 시장 전체로 번지면서 10월 29일 검은 화요일(Black Tuesday)에 미국 증권 시장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카드처럼 무너지는 은행들
사람들은 소중한 저축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갔지만, 은행에는 돈이 없었습니다. 자금이 이미 주식과 대출에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카드로 쌓은 집처럼 연달아 도산했고, 기업들은 하나둘 문을 닫으며 실업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워싱턴주 테이노의 나무화폐
그중 하나가 워싱턴주 작은 마을 테이노(Tenino)의 시티즌스 은행(Citizens Bank)이었습니다. 1931년 12월 7일, 이 은행은 문자 그대로 문을 닫았습니다. 청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고객 계좌는 동결되었고, 마을에서 현금 유통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비상 상황에 직면한 테이노 상공회의소는 긴급 회의를 열고, 청산 과정이 지속되는 동안과 화폐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화폐(wood money)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폐와 같은 크기의 삼나무와 참나무 판에 상공회의소 임원들의 서명을 넣어 만든 것으로, 0.25달러, 1달러, 5달러, 10달러 액면가로 총 3,255달러 어치가 발행되었으며, 그중 약 1,279달러가 실제로 유통되었습니다.

▲ 테이노에서 발행된 나무화폐

▲ 삼나무와 참나무로 만든 나무화폐
블레인의 원형 나무 동전
나무화폐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933년에는 워싱턴주 블레인(Blaine)도 지역 은행이 파산하자 원형 나무 동전을 발행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나무화폐는 희귀한 수집품으로 평가받으며, 관심이 있다면 eBay 같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구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테이노 상공회의소(Tenino Chambers of Commerce), 테이노 시(City of Ten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