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두 남자와 하나의 운명
1866년, 로버트 르로이 파커(Robert LeRoy Parker)가 유타주 비버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별명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바로 부치 캐시디(Butch Cassidy)입니다.
부치 캐시디와 함께 '선댄스 키드(The Sundance Kid)'로 불린 해리 롱거보가 속해 있던 무법자 갱단은, 19세기 후반 미국 서부의 격동적이고 폭력적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갱단 중 하나였습니다. 젊은 시절 로버트는 와이오밍의 정육점에서 일하며 마이크 캐시디(Mike Cassidy)라는 친구를 만났고, 훗날 세상에 알려질 그의 별명은 바로 이 친구의 성에서 따온 것입니다.
강도의 길로 들어서다
카우보이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말 도판 사건으로 법과 문제를 일으켰고, 1887년 맥카티 형제의 갱단에 합류하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훗날 자신의 대명사가 될 특기, 즉 열차 강도와 은행 강도 기술을 익혀 나갔습니다. 강도 활동으로 번 돈으로 와이오밍에 목장을 구입했는데, 이곳은 범죄 행각 이후 그와 동료들이 숨어드는 은신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식처도 그를 체포의 손길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했습니다. 1894년, 부치는 말 절도와 협박 혐의로 체포되어 라러미 주립교도소에서 2년형을 선고받습니다. 다행히 와이오밍에서 재범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주지사와 합의를 이루어 18개월 만에 석방됩니다.
'와일드 번치'의 결성
출옥 후 부치는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라 불릴 무법자 갱단을 결성합니다. 여기에는 해리 앨론조 롱거보(Harry Alonzo Longabaugh), 즉 '선댄스 키드'도 합류했습니다. 갱단은 곧 은행과 열차, 그리고 광산 회사의 급여를 운송하던 인부들을 노리는 습격으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흥미롭게도 부치 본인은 물리적 폭력에 반대하는 성향이었지만, 갱단의 여러 동료들은 법 집행관들과 피비린내 나는 사건에 휘말렸고 그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반대로 갱단 쪽에서도 총격전 끝에 여러 멤버가 사망했습니다.
좁혀오는 추적의 그물
갱단의 활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광산 회사, 철도 회사, 은행들은 두 수괴를 잡기 위한 추적단을 조직했습니다. 핑커톤 탐정사무소(Pinkerton Agency)의 탐정 찰스 시링고(Charles Siringo)가 이끄는 추적단은 포위망을 좁혀 갱단원 여럿을 사살했습니다.
남미로의 도피
선댄스 키드의 연인 에텔 플레이스(Ethel Place)와 함께 뉴욕에서 한동안 지낸 두 사람은, 더 이상 미국에 머무는 것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1901년 남미로 향했습니다. 이후 몇 년간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미국 출신 강도들이 저지른 은행·열차 강도 사건들의 기록이 여러 차례 남아 있습니다. 한편 선댄스는 그런 삶에 지친 에텔과 함께 잠시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남미로 건너가 오랜 동료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볼리비아에서의 최후
1908년, 부치와 선댄스는 볼리비아에서 광산 회사의 급여를 강탈한 뒤 경찰과 군대의 추격을 받아 한 작은 오두막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영화 『두 남자와 한 운명』을 본 사람이라면,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총탄의 비바람을 마주하던 그 충격적인 엔딩 장면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영화와 달랐습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을 포위한 무리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현지 경찰관들과 군인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오두막 안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고, 경찰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부치와 선댄스 키드의 시신은 이마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진실은 어디에?
그러나 이후 이 공식 버전에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신분으로 평온한 삶을 살다 자연사했다는 주장이 있는 것입니다. 관련 내용은 1996년 1월 14일자 LA타임즈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의 이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면, 이번 글의 출처이기도 한 그레고리오 도발(Gregorio Doval)의 『와일드 웨스트 짧은 역사: 총잡이와 무법자』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