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헌법 비준 과정에서 모든 주가 권리장전(Bill of Rights) 찬성 입장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부 주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권리장전 도입에 신중하거나 반대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 핵심적인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1. 주 정부의 권력 제한에 대한 우려
권리장전이 주 정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권리장전이 국교(國敎) 설립이나 특정 집단에 차별적인 법률 제정 등 주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안까지 속박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헌법 자체에 충분한 권리 보장이 담겨 있다는 인식
연방 헌법이 이미 개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한다고 믿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헌법 본문에 이미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권리장전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3. 연방 정부의 권력 남용 가능성
연방 정부가 권리장전을 역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권리장전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연방 정부가 주(州)의 내정에 개입하거나 개인의 권리를 빼앗는 명분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4. 해석 및 집행 권한의 귀속 문제
연방 정부에 권리장전의 해석·집행 권한을 넘겨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연방 정부가 '어떤 권리'가 보호 대상인지, 그리고 '그 권리를 어떻게' 집행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점을 큰 부담으로 여겼습니다.
결론
이처럼 권리장전에 대한 반대는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주(州)의 자율성 확보와 연방 정부의 권력 확대 저지라는 당시의 정치적 긴장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결국 이러한 논쟁이 미국 수정헌법 제10조(주에게 보류된 권한)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권리장전 자체도 1791년 헌법 수정조항으로 채택되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