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추방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전쟁, 기근, 환경 재해 등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매우 다양합니다.
성서시대부터 로마제국까지
기독교 이전인 청동기·철기 시대에도 부족 간에는 사냥터, 정착지, 배우자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습니다. 패배한 부족의 생존자들은 집을 버리고 다른 땅으로 떠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억압과 도피는 성서에서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키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했습니다. 많은 역사가들은 구약성서에 기록된 출애굽 사건이 기원전 13세기의 실제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서 속 난민: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
고대와 로마 시대에는 신앙과 문화의 차이로 수많은 민족이 추방당했습니다. 로마제국의 멸망과 중세의 시작 또한 대규모 민족 이동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흔히 '민족 대이동'이라는 용어로 요약됩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남하한 기병 민족 훈족의 압박을 피해 수많은 게르만 부족이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들은 로마 제국 영내 정착을 요청했고, 서기 376년 이를 허락받았습니다.
그러나 통합은 실패했고 결국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더 나은 경제적·정치적 삶을 바란 부족들이 북쪽과 동쪽에서 로마 제국으로 계속 밀려들었습니다. 일부는 무력에 의해 강요된 여러 민족 이동의 결과로, 로마는 오늘날 유럽의 초석이 놓인 수많은 작은 제국으로 분열되었습니다.
20세기, 세계화된 난민 운동
그 후 수백 년간 전쟁은 도피와 추방을 계속 양산했습니다. 원인은 영토 분쟁, 종교 갈등, 인종차별 등 다양했습니다. 30년 전쟁과 20세기의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수백만 명이 고향을 잃었습니다.
흉작 역시 난민 발생의 큰 원인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여러 차례의 감자 흉작과 그에 따른 대기근 이후 약 2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미국, 호주,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20세기 말부터 난민 문제는 세계화되었습니다. 무력 충돌이 여전히 주요 원인이지만, 빈곤, 기아, 환경 재해, 삶의 전망 부족 같은 요인도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천 개수 공사나 댐 건설처럼 자연에 대한 인위적 개입 역시 사람들을 고향에서 쫓아냅니다.
서방 산업 국가들은 최고 수준의 안보와 번영을 약속하는 곳으로, 가난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출신 수백만 난민들의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특히 인기 있는 행선지입니다.
난민들은 큰 어려움과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넙니다. 그럼에도 입국에 성공하더라도 망명 신청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정의: 난민, 망명 신청자, 이민자
1951년 UN이 체결한 제네바 난민협약은 법적 보호 체계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를 난민으로 볼 것인가'를 엄격하게 정의했습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모국 밖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난민협약 가입국은 난민에게 기본적인 보호를 보장해야 합니다. 난민은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고, 일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여행증명서 발급을 받고 차별로부터 보호받습니다. 무엇보다 난민은 박해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강제 송환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는 별도의 망명권이 있습니다. 이는 본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는 사람에게도 보호를 제공합니다. 독일 망명법상 망명 신청자 자격이 인정되지만, 소위 '안전한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박해는 신청자 개인의 특성에 기반해야 하며, 본국의 기근이나 환경 재해 같은 일반적인 비상 상황은 망명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민자는 제네바 난민협약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경제적 사정으로 고국을 떠났거나, 환경 재해·전쟁·기아를 피해 도피한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각국은 이민자의 입국을 개별적으로 규제하지만, 난민과 마찬가지로 구속력 있는 국제 기준은 없으며 두 집단의 절차는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일부 국가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에서 인력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기도 합니다. 1950~60년대 독일은 노동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출신 '손님 노동자(게스트 워커)'를 특별히 모집했습니다. 1970년대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더욱 엄격한 규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카렌족이 국가에 의해 박해받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 국가, 민간 단체의 지원
난민 지원은 여러 층위에서 이루어집니다. 1950년에는 난민의 권리와 제네바 협약의 준수를 옹호하고 위기 지역에 지원을 제공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설립되었습니다.
1992년에는 유럽연합(EU)이 인도주의적 지원 사무국(ECHO)을 설립해 전 세계 거의 모든 위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U는 공식 개발협력의 최대 기여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경제 개발, 보건 개선, 빈곤 감소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할 이유 자체를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개별 국가도 긴급 구호 프로그램과 파트너 국가와의 양자 협정을 통해 경제 개발을 지원합니다. 난민 접수는 망명법 형태로 국가 차원에서 규제됩니다. 예컨대 독일에서 망명 자격을 인정받으면 처음에는 3년으로 제한된 거주 허가를 받으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회급여를 받을 자격도 생깁니다.
연방 이민·난민 사무국은 어학 강좌, 법률 상담 등을 통해 독일에 정착하려는 난민의 사회 통합을 지원합니다.
비정부기구(NGO)의 역할도 큽니다. 적십자, 적신월, 국경 없는 의사회, terre des hommes, Cap Anamur 등 공익에 헌신하는 단체들은 긴급 상황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현장에서 난민을 돌봅니다. NGO는 조직 구조가 간소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짧아 정부 기관보다 더 신속하게 도움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적십자는 전 세계 난민을 돌보고 있습니다
7,100만 명의 이재민
각 방면의 지원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천년에 들어서도 난민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약 7,100만 명이 강제 이주를 겪었습니다.
이 가운데 2,600만 명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피신했고, 자국 안에서 강제 이주한 소위 국내 실향민의 수는 급격히 증가해 현재 4,100만 명에 이릅니다. 국내 실향민은 집을 잃은 사람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수백만 명의 난민이 수단의 캠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