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궁술의 명수이자 사자심왕 리처드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 그리고 악랄한 노팅엄 보안관에 맞서 숲속에서 싸우는 무리의 지도자.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가난한 자들의 영웅' 로빈 후드의 전설은 세대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로빈 후드라는 캐릭터는 수백 년에 걸친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날 문학 속 형상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농부나 상인의 이미지였던 로빈은 1598년 이후 왕의 칙령에 의해 '헌팅턴 백작 로버트'라는 귀족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과연 로빈 후드는 실존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당대 사회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인간 상상력의 산물일까?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
로빈 후드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3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윌리엄 랭글런드의 중세 영국 시 「피어스 플로우먼」에는 "나는 로빈 후드에 대한 노래를 알고 있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전설적인 무법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록은 1420년에 쓰인 「스코틀랜드 원전 연대기」이다. 저자 앤드루 드 윈터운은 로빈 후드와 리틀 존의 행적을 1283년에서 1285년 사이의 일로 배치하며, 두 사람을 요크셔 반즈데일 지방에서 활약하던 유명한 무법자로 소개한다.
반면 월터 바워는 「스코티크로니콘」에서 이 전설의 주인공들을 1266년의 인물로 기록했다. 드 윈터운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반즈데일 숲에서 활동하는데, 이곳은 그들의 본거지로 알려진 노팅엄셔 셔우드 숲의 북쪽에 해당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로빈 후드
로빈과 그의 동료들의 행적을 담은 발라드는 무척 다양하다. 「로빈 후드와 도공」, 「로빈 후드와 수도사」, 「로빈 후드의 죽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로빈 후드의 무용담(A Gest of Robyn Hode)」으로, 1500년 이후 수많은 창작물이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발라드에서도 전설의 주인공들은 반즈데일 숲에 살며, 그들의 모험이 벌어지는 시기는 이번에는 1450년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1521년 존 메이저가 집필한 「그레이트브리튼 대사기」에서야 비로소 이 유명한 무법자의 이야기는 1193~1194년, 즉 사자심왕 리처드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게 된다. 바로 이 버전이 가장 큰 인기를 얻었으며, 1982년 제임스 C. 홀트의 저서 「로빈 후드와 셔우드 숲」에서도 이 설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영감의 원천은 어디였을까?
그렇다면 로빈 후드 전설의 창작자들은 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로빈의 이야기와 비슷한 훨씬 오래된 설화에서 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중 하나는 헤러워드의 모험담이다. 그는 정복왕 윌리엄에 맞서 무법자 무리를 이끌고 싸운 인물이었다. 제프리 게이머 등이 그의 업적을 기록으로 남겼다. 또 다른 이야기는 12세기 초의 것으로, 영지를 몰수당한 젊은 기사 포크 핏츠 워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숲으로 도피해 무법자의 삶을 시작했고, 도로에서 붙잡은 부자들의 정직함을 시험했다고 전해진다.

대중문화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로빈 후드
로빈 후드 전설에 대한 또 다른 단서들도 존재한다. 13~14세기 영국 문서에는 'Hood'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고, 당시 유행하던 이름인 로버트와 로빈도 흔히 발견된다. 그중 눈길을 끄는 인물이 둘 있다. 첫 번째는 요크셔의 로버트 호드(Robert Hod)로, 1226년 법정 기록에 도망자로 등재되어 있다. 두 번째는 1280년생으로 숲지기 아담 후드의 아들인 로버트 후드다. 일부 발라드에 따르면 이 이름과 직업은 바로 그 유명한 무법자의 아버지의 것과 일치한다. 이 로버트는 아내 마틸다와 함께 요크셔 웨이크필드에서 살았는데, 이곳은 반즈데일 숲에서 약 18km 떨어진 마을이다.
또 하나의 단서는 법원 문서에서 '로빈후드(Robinhood)' 또는 '로베후드(Robehood)'라는 용어가 무법자를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버크셔 엔본 출신의 윌리엄 드 페브르의 사건이 그렇다. 1261년 리딩 법원 문서는 그를 '무법자(outlaw)'로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이미 '윌리엄 로베후드(William Robehood)'라는 이름으로 문서에 남아 있다.
결국 강력한 증거 없이는 살과 피로 이루어진 유일무이한 로빈 후드의 실존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두려움 없는 셔우드의 궁수의 모험담은 현대 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전설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