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0년 10월 이탈리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 맞선 그리스 육군은, 당시 유럽에서 비교적 낙후된 장비 수준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실전적인 편제를 갖추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 핵심인 보병중대와 기관총중대의 조직 및 전술 운용을 살펴본다.
보병중대의 조직
1940년 그리스 육군의 보병중대는 4개 소대로 편성되었으며, 여기에 지휘반과 전투 수송 부대가 추가되었다. 그 결과 만원 편성 시 중대의 병력은 약 200명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큰 규모였다. 이러한 많은 병력은 박격포 등 분대 지원화기의 부족을 사람의 힘으로 메우려는 선택이기도 했다.
각 소대는 3개의 전투 분대로 구성되었다. 보병중대의 가장 강력한 화력 수단은 각 소대에 배치된 총 12정의 기관총이었다. 또한 필요에 따라 각 소대의 기관총 사수들을 한데 모아 특수 임무를 수행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도 있었다. 당시 유럽 다른 국가 군대들이 대부분 갖추고 있던 경박격포가 없었고, 대전차 무기도 전무했다는 점이다.
대전차 무기의 공백
보병중대에 대전차총을 지급할 계획은 마련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보이즈(Boys) 14mm 대전차총 1,786정을 발주했지만, 실제로 인도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 보병의 대전차 능력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으며, 이는 그리스 병사들의 창의적인 전술로 일부만 보완할 수 있었다.
접근 및 전투 대형
임무 성격에 따라 대대는 기관총, 박격포 또는 야포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반면 박격포와 고유의 기관총이 없던 보병중대는 오직 기동을 통해 적을 제압해야 했다. 일반적인 공격 대형은 두 개 소대를 전방에, 나머지 두 개 소대를 직접 지원에 배치하는 것이었으며, 이 경우 중대는 기본적으로 두 개 축으로 작전할 수 있었다. 드물지만 세 개 소대를 제1제대에 투입해 세 개 축으로 행동하기도 했다.
방어 시 중대장은 전술 상황에 따라 소대들을 저항선상에 선형으로 배치하거나, 일부를 예비로 남겨두었다가 적이 아군 진지에 침입하는 순간 직접 역습을 감행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수류탄으로 적 진지를 청소하는 것과 같은 특수 임무를 위한 분대를 임시 편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대장은 항상 자신의 직접 통제 아래 작은 예비대를 유지해야 했는데, 이는 전투 중 어떤 돌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각 중대는 그 중대장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었듯이, 같은 연대 내에서도 두 중대가 똑같은 경우는 없었다. 중대장은 단순한 지휘관이 아니라 병사들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중대는 소대를 일렬로 정렬한 선(線) 대형, 한쪽으로 어긋난 계단식 대형, 사다리꼴 또는 마름모꼴 대형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이때 중대의 정면 폭은 400m를 넘지 않아야 했다. 접근 단계에서는 소대를 하나씩 뒤따르게 하는 종열 대형을 취하거나, 소대 두 개씩을 전후로 짝지은 '이중 팔랑크스' 대형을 사용하기도 했다.
공격
공격 시 중대는 무엇보다 적에 대한 화력 우위를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중대장은 한두 개 소대, 혹은 여러 소대에서 차출한 병력을 화력 기지(base of fire)로 지정할 수 있었다. 예컨대 세 개 소대의 기관총을 집중해 화력 기지를 구성하고, 완편된 하나의 소대와 나머지 인원으로 기동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경험칙으로는 정면 50m마다 기관총 1문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규칙은 지형과 적의 배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었다.
- 좁은 공격 정면: 1개 소대를 화력 기지로 삼고, 나머지 3개 소대로 기동
- 중간 폭의 정면: 2개 소대를 화력 기지로 배치하고, 나머지 2개 소대로 작전
- 넓은 정면: 3개 소대를 화력 기지로 깔고, 4번째 소대가 기동
어떤 경우든 중대장은 예비 소대의 위치에서 중대 지휘반과 함께 머물며, 전투에 즉시 개입하고 잘못을 바로잡거나 새로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했다.
요새화된 적 진지를 공격할 때는 중대의 공격 정면이 200m를 넘지 않도록 했으며, 대신 종심 400m까지 배치를 심화시켰다.
방어 시 중대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400m를 넘지 않는 지역을 담당했다. 중대장은 상황에 따라 편제를 종심으로 심화 배치하면서도, 항상 소대들의 화력으로 적 앞에 뚫을 수 없는 장벽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했다.
기관총중대
보병대대 및 기관총대대 산하의 기관총중대는 보병중대와는 별개의 운용 개념을 갖고 있었다. 기관총중대는 지휘반, 각 2개 분대로 구성된 3개 기관총소대, 그리고 전투 수송 부대로 편성되었다. 총 12정의 기관총을 보유한 이 중대는 놀라운 살상력을 발휘했으며, 보병대대의 기관총중대들은 해당 대대의 고유 하위 부대였다.
통상적으로는 대대 내 각 보병중대에 기관총 소대 1개씩을 직접 지원으로 배속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기관총중대 전체를 한 개 보병중대에 배속하거나, 반대로 대대장의 직접 통제 아래 두기도 했다. 이때 기관총 분대는 '화력 단위(fire unit)', 소대는 '전투 단위(combat unit)'로 지정되었다.
방어 시 기관총들은 아군 방어 배치의 골격을 이루었다. 공격 시에는 아군 화력 기지의 골격을 형성하며, 지형과 목표까지의 거리에 따라 직접 사격 또는 간접 사격을 실행했다. 아울러 기관총들은 최대 사거리 한계선에서 적을 괴롭히는 교란 사격(harassing fire)을 가하는 임무도 수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