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Lucy)는 골격이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고, 연대가 무려 320만 년에 달하기 때문에 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52개의 뼈 조각으로 구성된 루시의 골격을 연구한 결과, 그녀가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에 속하는 이 현대 인류의 조상은 이후 다른 화석들이 잇달아 발견되었음에도 빛을 잃지 않는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었습니다.
먼 선사시대, 인간의 기원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진화론에 따르면, 인류는 약 500만 년 이전 신생대 마이오세(2500만~500만 년 전)에 탄생했습니다. 당시 지구의 기후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습했습니다. 그래서 열대우림이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대부분을 뒤덮고 있었고, 이 숲에는 우리 조상을 포함한 수많은 영장류가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이오세 말기에 접어들면서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고 기후가 건조해지며 극지방에 빙하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숲은 점차 시들어 광활한 삼림과 초원으로 바뀌었고, 동아프리카에 살던 최초의 호미니드(Hominid, 호모 사피엔스와 그 직접 조상들을 포함하는 영장류)들은 서식지가 좁아지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전까지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네 발로 이동하던 그들은, 드넓은 평원을 빠르고 안전하게 건너기 위해 두 발로 걷기 시작했고, 이것이 인류의 이동 방식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진화는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인류 화석의 발견을 통해 우리는 가장 먼 조상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는 440만 년 전에 살았으며, 침팬지처럼 여전히 숲속 나무 위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약 350만 년 전에 등장한 후대의 호미니드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두 발로 걸었다는 증거가 확실히 남아 있습니다.
국제 탐사대의 목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1972년, 프랑스·미국·에티오피아 연구자 약 30명으로 구성된 탐사대가 조직되었습니다.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유해를 발굴하는 연구가 갈수록 성과를 거두면서, 고생물학자 이브 코팡(Yves Coppens), 지질학자 모리스 타이브(Maurice Taïeb), 미국의 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Donald Johanson)은 에티오피아 북서부 아와시 강변에 위치한 하다르(Hadar) 유적지에 탐사 기지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긴 연구 끝에, 도널드 요한슨의 조수이자 고생물학도였던 톰 그레이(Tom Gray)가 1974년 11월 30일, 인류 기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스스로 슈퍼스타가 될 여성의 골격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새로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보존 상태가 예외적으로 훌륭했습니다. 무려 52개의 뼈로 골격의 40%가 온전하게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 덕분에 그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테르크폰테인 동굴에서 발견된 일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와 함께, 300만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화석 중 가장 완전한 형태의 호미니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루시의 발견
AL 288-1이라는 번호가 매겨진 이 여성 골격은 비틀스(The Beatles)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따서 '루시'라고 명명되었습니다. 탐사대원들이 저녁마다 하루의 발견을 기록하며 들던 노래가 바로 이 곡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화석이 묻혀 있던 퇴적물 바로 아래에서 신뢰할 수 있는 화산재층을 확인하는 등 복잡한 연대 측정 작업이 이어졌고, 마침내 그녀의 나이가 320만 년임이 밝혀졌습니다.
루시는 약 20세 정도의 여성으로, 키는 1m 조금 넘고 몸무게는 약 25kg이었습니다. 뇌 용량은 400cm³에 불과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처음에 그녀가 발견된 자세와 주변 퇴적물의 특성을 근거로 익사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는 새로운 가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루시에 대한 상세한 해부학적 연구 결과입니다. 그녀는 상당한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냈지만, 지상의 초원에서는 두 발로 걸었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녀의 골격은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머리의 방향, 척추의 곡률, 골반과 대퇴골의 형태에서는 직립보행의 흔적이 드러나고, 어깨와 팔꿈치 관절, 긴 팔과 짧은 다리에서는 수목 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엿보입니다.
루시가 속한 종은 동아프리카, 즉 현재의 에티오피아부터 케냐를 거쳐 탄자니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진화했습니다. 루시는 오랫동안 인류 계통에서 가장 오래된 종으로 여겨졌으며, 이후에는 호모(Homo) 속에 가까운 종으로 재해석되기도 했습니다.
루시 이후의 발견들
루시의 발견 이후에도 인류 기원을 밝히는 화석들은 계속 출토되었습니다. 케냐에서는 600만 년 전의 화석인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가 발견되었고, 에티오피아에서는 570만 년 전의 아르디피테쿠스 카답바(Ardipithecus kadabba)가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2001년에는 차드에서 700만 년 전의 살렐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 별명 '투마이(Toumaï, 삶의 희망)'가 발견되었습니다. 다만 이 화석은 인간과 유인원의 특징을 동시에 지녀 지금도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인가, 고릴라인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의견은 아직 분분합니다.
한편 루시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 안치되어, 지금도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 이브 코팡, 『루시의 꿈(Le Rêve de Lucy)』, Points, 1997년.
- 다큐픽션 『종의 오디세이(L'Odyssée de l'espèce)』, DVD, France TV, 2017년.
-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ines)』, 공동 저작, Artcom, 2017년.